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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얘진 이에 방긋 웃는 아이, 엄마가 미안해

[횡성사는 두 형제의 좌충우돌 이야기] 치과 치료에 천 만원 넘게 쓴 사연

등록|2017.08.13 18:00 수정|2017.08.13 18:00

▲ "엄마, 내 이가 하얘졌어!" 치과 치료를 받은 후 사진을 찍은 둘째 아이 ⓒ 김지희


둘째 아이는 세 살 때부터 이 치료를 받았다. 충치로 여덟 개를 치료했는데, 열두 달 동안 넘어지고 부딪혀서 앞니 네 개가 부러졌다. 영구치가 날 때까지 그냥 둬야 한다는 치과 의사의 이야기에 결국 몇 년 동안 의도치 않게 자칭 '드라큘라'로 지냈다. 다섯 살 땐 어찌나 큰 사고를 쳤는지, 높은 곳에 올라가겠다고 의자 밟고 책상 위에 올라가다 뚝 떨어졌다. 입안이 찢어져 응급실행. 입안을 두 바늘이나 꿰맸다.

이는 이상이 없는지 파노라마 사진을 찍어가며 진료를 받았다. 고집 세고 겁 많은 녀석이라 울고불고 난리 쳤다. 힘센 남자 의사들도 두 손 두 발 다 들 정도로 힘든 진료 시간이었다. 둘째 민성이의 대학병원 치과 진료는 그렇게 시작됐다.

게다가 사진상으로 나타나는 영구치도 날 때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교수님의 의견이 나를 더 당황하게 했다. 첫째 녀석의 이도 네 살 때부터 아홉 개나 치료할 만큼 안 좋았기 때문에 둘째 녀석은 관리 잘해서 튼튼한 이를 갖게 해주겠다고 굳게 다짐했건만. 그 다짐은 그저 다짐으로 끝나버렸다(치과 보험도 안 들었는데…. 이럴 때면 보험 안 든 나 자신을 탓하게 된다).

환경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민성이의 행동은 결국 대학병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고 오늘도 딱 그런 날이었다.

누렇게 난 영구치, 큰맘 먹고 치료해줬더니...

여덟 살이 된 민성이는 이갈이를 하는 중이다. 부러져서 잇몸만 보였던 앞니 네 개도 다 나왔다. 그런데 그중 하나가 이상했다. 이 색깔이 딱 반만 누런색이었다. 처음엔 뭐가 묻었나 해서 걷어내려 했는데 아니었다.

교수는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 생긴 흔적이 없어지지 않고 영구치에 남아 있는 것"이라면서 "보기 좋지 않으니 치료해주는 게 어떠냐"고 했다. 또 돈이 들어가는구나, 하며 한숨을 내쉬었지만,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다. 나도 당연히 그렇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그 이를 예쁘게 치료해주는 날이었다. 치료가 끝나자마자 둘째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내 이 색깔 어때? 하얘졌어? 사진 찍어 줘."

찰칵. 얼마나 궁금했을까? 하얘진 자신의 이. 찍은 사진을 보며 변한 이 색깔을 보더니 흐뭇한 표정으로 기뻐했다. 나이가 어려도 많이 스트레스받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왠지 마음이 짠했다.

유전적으로 우리 가족은 이가 좋지 않다. 남편도 치과 진료만 받으면 견적만 몇백만 원을 부를 정도고, 첫째 아이도 영구치가 두 개나 없어 임플란트를 해줘야 할 판이다. 둘째 아이 역시 정기적인 치과진료를 피할 수 없고. 세 남자의 치아 치료비가 너무 버거워 내 이는 뒷전이었다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나도 2년 전, 결혼 10년 만에 다섯개의 이를 치료했다.

치아 치료비만 천만 원이 넘는 우리 가족. 물론 우리보다 더 큰 비용을 쓴 가족들도 많겠지만 정말 감탄을 금치 못하는 금액이라는 것은 모두 똑같이 느끼는 마음일 것이다.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이 치료 비용. 다시 한번 다짐한다. 양치는 하루에 네 번! 아침 먹고 점심 먹고 저녁 먹고 자기 전에.

그래도 하얘진 이에 기뻐하는 아들 녀석의 웃음으로 오늘 하루는 걱정보다는 뿌듯함이 앞섰다.

"아들, 치료받느라 고생했어!"

(치료에 필요한 것들이 어떤 건지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관심을 두고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아이의 구강관리도 철저하게 챙겨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누구의 탓이기라 하기 전에 예방과 치료를 병행한다면 불만은 최소화될 것이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환자도 병원도. 대학병원 치과 진료비는 개인병원 진료비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개인병원을 비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첫째 민우는 개인병원에서, 둘째 민성이는 대학병원에서 진료받는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고 각자 맞는 병원에서 진료받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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