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천 매출 피자집, 남는 건 '월급 200만원'
[프랜차이즈의 눈물 ①] 공정위, 프랜차이즈에 칼 빼들었지만... '마진 공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프랜차이즈 업계의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나섰습니다. 근데 이 '불공정'이란 게 하루아침에 뚝딱 드러난 게 아닙니다. 고질적으로 축적된 불공정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지금까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어떤 부조리를 당해왔을까요. <오마이뉴스>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는 기획 '프랜차이즈의 눈물'을 통해 그 실태를 조명합니다. [편집자말]
▲ A씨가 개인 사업을 접고 '전망이 있겠다'며 뛰어든 곳은 프랜차이즈 피자 업계였다. ⓒ pexels
"개인 사업하다가 IMF 역풍을 맞고 접었습니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게 피자였어요. 가게 열기 전에 몇 번 시켜 먹어봤는데 가격 대비 품질이 좋더라고요. 먹고살 수 있지 않겠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13년 차 피자에땅 가맹점주 A씨. '먹고살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해서 뛰어든 게 프랜차이즈 피자집이었다. 현재 그는 '너무나도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지난 7월 27일 만난 그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이마에 맺힌 굵은 땀방울을 연신 닦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취임사가 인상 깊었어요. '사회가 공정위에 요구하는 것은 경제사회적 약자를 보호해달라는 것'이라고 했죠. '을의 눈물'을 닦겠다는 거잖아요. 이 시기에 참 적절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말한 '을의 눈물' 중에는 A씨와 같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도 있다. 6월 새 위원장을 맞은 공정위는 첫 번째 정책으로 '가맹점주 불공정 관행 근절 대책'(아래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이 중 업계의 이목이 쏠린 대목은 ▲ 필수물품 의무기재사항 확대 ▲ 리베이트 관련 사항 정보공개 ▲ 특수관계인 관련 사항 정보공개 ▲ 외식업종 필수물품 마진 공개 등으로 대표되는 '정보 공개 강화'다. 이후 미스터피자, 피자에땅, BBQ 등이 '프랜차이즈 갑질'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고, 프랜차이즈 기업들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시작됐다.
"김상조 큰 그림엔 공감... 하지만 '마진 공개'에서 멈춰선 안돼"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7월 2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한국프랜차이즈협회 간담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저는 공정위가 내놓은 정책의 큰 그림에는 공감해요. 미비한 점이 있지만 말입니다. 저는 공정위가 프랜차이즈 업계의 불공정 관행을 없애기 위해 꼭 펼쳐야 할 핵심 정책이 있다고 봅니다. '필수품목-권장품목 선정에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겁니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여기에서 폭리를 취하거든요."
공정위의 '근절 대책'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에 유통하는 '필수-권장품목'의 마진 등을 공개해야 한다. A씨는 공개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견해다.
"현재는 본사 마음대로 필수-권장품목을 결정합니다. 결정 과정에 공정성·객관성이 없어요. 원가를, 마진을 공개한다고 해도 본사가 결정해서 가맹점에 통보하면 끝입니다.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어요. 따르지 않았다가는 내용증명이 오고, 계약 해지를 당하니까요.
궁극적으로는 공정위가 중심이 돼 전문가·가맹점주 등을 참여시켜 업종별 필수-권장품목 결정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렇게 돼야 가맹점주들이 겪는 부조리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필수 품목'이란 제품을 만드는 데 있어 반드시 본사를 통해 구입해야 하는 품목을 뜻한다. '권장 품목'은 가맹점주 입장에서 사도 그만, 안 사도 그만인 품목이다. A씨가 만들어 판매하는 피자를 예로 들어보자. 한 판의 피자가 나오는 데까지는 크게 도우(빵)와 소스, 토핑과 치즈가 필수 품목이다.
이 중에서 가장 큰 논란이 이는 품목이 바로 치즈다. 피자에땅과 미스터피자 등은 최초 치즈 공급가격에 유통마진을 붙여 가맹점주에게 시중 동일 품목보다 더 비싼 가격에 치즈를 팔아 '치즈통행세'를 걷고 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프랜차이즈 피자의 치즈는 특별하다? "섞는 비율 차이뿐"
▲ 피자에땅이 가맹점에 공급하는 자연산 피자치즈. 가맹점주 A씨는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공급하는 피자에 특별한 노하우가 담긴 게 아니라고 말한다. 원산지 차이, 브랜드 차이, 모차렐라치즈와 체더치즈를 섞는 비율 차이뿐이란다. ⓒ 김지현
지난 7월 10일 피자에땅은 공식 입장자료를 내 "피자에땅의 치즈공급가는 시장가격에 비추어 결코 높지 않다"라며 "치즈통행세도 피자에땅과는 관련이 없다"라고 해명했다. 피자에땅은 이를 "계약이 종료된 가맹점들의 본사 흠집 내기"로 규정했다. 13년째 피자에땅에서 치즈를 구입하고 있는 A씨는 피자에땅 본사와는 결이 다른 이야기를 한다.
"가맹점주들이 가장 불만을 느끼는 게 '시중가격보다 비싼 본사 공급가격'입니다. 2017년 7월 기준으로 피자에땅은 자연산 치즈 10kg을 8만 9430원에 공급해요. 원래 9만 5000원대에서 가격이 좀 내려갔지만, 여전히 프랜차이즈 피자 업계에서는 제일 비쌉니다. 시중에서는 10kg을 8만 원대에 살 수 있어요.
정말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 뭐냐면... 우리나라 프랜차이즈에서 쓰이는 치즈들은 대부분 수입산입니다. 모차렐라치즈와 체더치즈가 쓰이는데, 최초 치즈 공급 회사의 브랜드나 치즈 생산 국가가 다를 뿐입니다. 경쟁업체에는 없는 특별한 비법? 그런 거 없어요. 각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가맹점주에 파는 치즈는 모차렐라치즈와 체더치즈를 몇 대 몇으로 섞느냐, 그 차이뿐이에요. 이런 건 필수 품목에서 제외하고 권장 품목으로 돌려야죠. 근데 본사가 혼자 결정하고 통보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A씨가 운영하는 가맹점은 주 2회(최다 3회) 본사로부터 식자재를 공급받는다. 치즈의 경우 시중 가격과 본사 공급 가격의 차이가 몇천 원대라 적어보일 수도 있겠으나 1개월, 1년을 놓고 보면 그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
A씨뿐만 아니라 수많은 가맹점주들은 여기서 프랜차이즈 본사의 폭리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A씨는 공정위 주도 하에 전문가들이 각 업종별로 현황을 파악해 필수-권장 품목 기준을 객관적으로 세운다면 본사의 폭리를 근절할 수 있고, 가맹점주도 합리적으로 식자재를 공급받을 수 있다고 본다.
"월 평균 2000만 원 매출, 이중 본사에 주는 돈이 절반"
가맹점주 입장에서 '본사가 폭리를 취한다'는 말은 그만큼 '가맹점주의 매출액 중 본사가 차지하는 식자재 원가 비율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다시 말해 '본사가 가져가는 게 많다'는 말이다. A씨의 피자가게 상황은 어떨까.
"처음 피자에땅에 가맹점 상담을 받을 때 본사에서 23~25%를 이야기하더라고요. 매출액에서 25% 정도를 본사가 취한다는 말이죠. 그런데 막상 시작을 하고 보니 33%였습니다. 점점 올라갔어요. 그러더니 현재는 50% 정도 됩니다.
저희 가게 평균 매출이 월 2000만 원이거든요. 여기서 식자재 원가로 1000만 원을 본사가 가져갑니다. 여기에 가게 임대료, 가스·전기요금, 관리비, 배달대행비 등을 다 제하고 나면... 수중에 400만 원이 남습니다."
A씨 가게 직원은 A씨와 그의 아내, 이렇게 2명이다. 가맹계약 당시 맺은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 1일 13시간. 휴무일은 1년에 명절 당일뿐이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본사의 내용증명이 날아온다. 이 내용증명에는 '가맹 계약 해지 위험'도 동봉돼 있다. 이런 조건에서 A씨 부부는 시간당 5100원대의 수입을 올리는 셈이다(1개월 390시간 영업 가정시).
근근이 살아가는 사장님들... 그만두고 싶어도 못 그만두는 이유
▲ A씨 가게 내부. 피자에땅 피자 상자가 쌓여 있다. 이만큼 피자를 팔아도 본사에 들어가는 돈은 총 매출의 50%다. ⓒ 김지현
1, 2년도 아니고 13년이다. 이쯤 되면 장사를 접고 다른 길을 모색할 법도 하다. 하지만 A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관두고 싶어도 마음대로 관둘 수가 없어요. 프랜차이즈 피자 가게 하나 열려면 1억 5000만 원 정도 들어요. 주방도 피자 가게에 맞춰서 수리해야 하죠, 매장 인테리어도 해야 하죠, 각종 교육이다 뭐다... 돈이 많이 듭니다. 제가 13년 전에 가게 열 때 피자 오븐이 1600만 원이었어요. 지금은 한 2000만 원 하더라고요.
장사하기 힘들다고 가게 접으면 제 수중에 얼마나 남을까요? 한 300만 원에서 500만 원 사이로 남습니다. 여기에 상가 주인이 원상 복구 해놓으라고 하면요? 마이너스 됩니다. 상황이 이러니 본사에 질질 끌려 다니면서 마지못해 계속 장사하고 있는 겁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어쩔 수 없이' 장사하는 A씨, 그만 난처한 상황에 처한 게 아니다. A씨를 비롯한 수많은 가맹점주들이 겪는 일이다. 오랜 세월 프랜차이즈 본사의 불공정 관행이 쌓이고 쌓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맹점주에 돌아갔다. 결국 브랜드별 가맹점주들이 모여 본사에 항의하고, 국회를 찾아 의원실과 간담회를 열고, 거리로 나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정위가 '을의 눈물'을 제대로 닦으려면 프랜차이즈 본사의 과도한 권한부터 손봐야 합니다. 지금은 '갑'인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으니까요. 업종별로 표준계약서도 만들 수 있어야 하고, 가맹점주협의회 같은 데 교섭권 등이 생겨 계약 내용을 신설하거나 수정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국회에서 바른 방향으로 가맹사업법(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가맹점주에게 중간에서 이윤을 과도하게 취해 몸집 불리는 본사의 불공정을 바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A씨와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A씨의 아들이 가게 주방에서 엄마와 함께 주방일을 돕기 시작했다. 카운터에 앉아 전화도 대신 받았다. A씨의 아내는 이 광경을 먼발치서 보다가 저녁 영업 준비에 들어갔다. A씨는 앞으로 보다 '공정하게' 피자에땅 본사와 관계를 맺고 장사할 수 있을까.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그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공정위에서 뭘 한다고 해서 단번에 해결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바로잡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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