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평화의 소녀상' 그림자 속 하얀 나비의 의미
[사진] 홍성 소녀상, 광복절 제막식 앞두고 11일 홍주읍성 앞에 가설치
▲ 11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홍성 '평화의 소녀상'을 홍주읍성 부근에 임시로 설치하고 있다. 홍성 '평화의 소녀상'은 '홍성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와 홍성군민들의 성금으로 제작되었다. ⓒ 신영근
'평화의 소녀상'이 1년여의 긴 준비과정과 제작과정을 마치고 홍성에 도착했다.
11일 오후 '홍성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위원장 전양숙, 아래 추진위)와 홍성군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홍주읍성에 '홍성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이날 홍성에 도착한 '평화의 소녀상'은 홍성군과 함께 홍성군민들의 모금으로 제작됐다. 모습을 드러내기 전, 소녀상은 가림천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홍성 소녀상은 제작자인 김서경 작가의 지휘 아래 '홍주성 역사관'에서 200여 미터 떨어진 홍주읍성 앞쪽에 우선 가설치됐다(관련기사 : 홍성에도 '평화의 소녀상' 세워진다, "역사 바로잡아야").
홍성 '평화의 소녀상' 제작을 맡은 김서경 작가는 "일본은 전범의 역사를 지우고 있다. 한용운 선생님의 흔적이 있는 이곳 홍성에서 역사를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며 "아픈 역사지만 기억하려고 하는 시민단체의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홍성 '평화의 소녀상'이 제막식을 여는 8.15 광복절은 큰 희망을 갖게하는 해인 것 같다. 역사적인 장소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지게 돼서 감동적이고 여러분에게 고맙다"고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김 작가는 이어 "전국에 소녀상을 세우는 건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고 의지이다. 일본에 항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대로 된 역사를 쓸 때 아이들이 삶이 행복해질 것이다. 잊지 않는 게 우리의 힘이다. 잊지 않고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 또 다른 위안부와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약속이다"라고 강조했다.
▲ 홍성에 도착한 ‘평화의 소녀상’은 홍성군과 홍성군민들의 모금으로 제작된 것이다. 이날 홍성에 도착한 소녀상은 가림천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작업자들은 행여라도 소녀상이 다칠까 봐 크레인으로 조심스럽게 옮겼다. ⓒ 신영근
▲ 홍성 ‘평화의 소녀상’ 제작을 맡은 김서경 작가는 “일본은 전범의 역사를 지우고 있다. 한용운 선생님의 흔적이 있는 이곳 홍성에서도 특별히 역사를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 신영근
▲ 11일 홍성에 도착한 '평화의 소녀상' 모습. 홍성 '평화의 소녀상'은 홍성군민들의 모금으로 제작 되었다. ⓒ 신영근
소녀상의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임시설치를 마친 뒤 잠시 가림막을 벗겨냈다. 이를 지켜보던 홍성군민과 추진위 관계자들은 모두 숙연한 눈빛으로 소녀상을 바라보았다. 소녀상은 한복을 입고 두 주먹을 쥐고 있었으며, 왼쪽 어깨에는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는 새가 앉아 있었다. 또 바닥에는 소녀상의 그림자가 표현돼 있었다. 그러나 그림자는 소녀의 모습이 아닌 현재 할머니들의 한이 서린 모습이었으며 한 가운데 하얀 나비가 있었다. 나비에 대해 작가는 일본의 사죄를 받지 못해 한을 가진 채 돌아가신 할머니들이 '나비가 되어서 일본의 사죄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 옆으로 빈 의자가 놓여 있었는데,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쓸쓸함과 외침 그리고 우리가 끝까지 함께 하는 약속 등 세가지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아울러 '평화의 소녀상' 양 옆으로는 소녀상을 설명하는 글귀와 함께 '평화비'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전쟁과 폭력으로 인간의 존엄성이 말살되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회상하면서 평화와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를 바라는 군민의 뜻을 모아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합니다. - 2017년 8월 15일 홍성군민'
▲ 이번에 홍성에 세워질 예정인 소녀상은 당시의 상황을 말해주듯 한복을 입고 두 주먹을 쥐고 있었으며, 왼쪽 어깨에는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는 새가 앉아 있었다. ⓒ 신영근
▲ 홍성에 세워질 소녀상의 바닥엔 소녀가 아닌 현재 할머니들의 모습을 형상화 한 그림자가 있었으며 그 한가운데는 하얀 나비가 있었다. 작가는 이 나비에 대해 일본의 사죄를 받지 못하고 돌아가신 할머니들이 나비가 되어 일본의 사죄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신영근
'평화의 소녀상'이 임시로 설치되는 것을 지켜보던 고등학생 이정훈군은 "왜 우리 홍성에는 '평화의 소녀상'이 없을까 궁금했다. 보수적인 지역인 홍성에서 우리 민족이 35년간 당했던 치욕의 역사들을 이렇게나마 풀게 되어서 아주 기쁘다"면서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되는 과정에서 처음 '홍주성 역사관'에 설치를 원했지만, 문화재청의 반대로 설치가 무산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문화재청에 3번 정도 항의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군은 "학생 중엔 우리 민족이 일본에 당했던 치욕의 역사를 잘모르고 일본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 민족을 탄압하고 약탈했던 나라인 만큼 홍성의 많은 학생들이 '평화의 소녀상'을 보면서 치욕의 역사도 알아줬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한편, 추진위 사무국장 김인숙씨는 "오늘 임시설치를 마치고 제막식이 있을 때까지 '평화의 소녀상' 주변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관리할 것이다"라며 "광복 72주년을 맞이하는 8월 15일 광복절에 가림막을 철거하고 홍성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 ‘평화의 소녀상’ 양옆으로는 소녀상을 설명하는 글귀와 함께 ‘평화비’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전쟁과 폭력으로 인간의 존업성이 말살되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회상하면서 평화와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를 바라는 군민의 뜻을 모아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합니다. 2017년 8월 15일 홍성군민’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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