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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품은 듯한 눈" 독특한 유기동물 공고의 비밀

[인터뷰] 청주 반려동물보호센터 담당자 최제혁 과장 "모든 아이들은 사랑스러움이 있어요"

등록|2017.08.14 16:37 수정|2017.08.14 16:37

▲ 한 트위터 이용자가 '청주 유기견 담당자는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진다'는 글과 함께 '포인핸드'의 '청주 반려동물보호센터' 입양 공고를 캡처해서 게재한 것이 약 6800회 이상 리트윗되며 많은 네티즌의 공감을 얻고 있다. ⓒ SNS 갈무리


한 트위터 이용자가 '청주 유기견 담당자는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진다'는 글과 함께 '포인핸드'의 '청주 반려동물보호센터' 입양 공고를 캡처해서 게재한 것이 약 6800회 이상 리트윗되며 많은 네티즌의 공감을 얻고 있다.

'포인핸드'는 실종된 반려동물을 찾거나 유기동물의 입양 정보를 올릴 수 있는 어플이다. 이름, 견종이나 묘종, 공고 기간, 발견 장소, 간단한 특징, 담당 연락처 등을 게재할 수 있다. 보통 유기동물은 공고 기간 내에 입양을 보내지 않으면 안락사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공고를 볼 수 있도록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눈에 띄는 입양 공고가 곧 그 유기동물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셈.

실제로 강아지, 고양이 커뮤니티 등에서는 입양이 급한 유기동물의 사연을 스토리 형식으로 길게 올려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도 한다. 하지만 포인핸드의 경우 한두 줄 정도의 간단한 특징밖에 기재할 수 없기 때문에, 주로 '등에 하얀 점이 있음', '귀 진드기 있었으나 치료 완료' 등 간단한 외모적 특징을 언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청주 보호소 담당자의 유기견 공고는 그런 점에서 눈에 띄었다. '우주를 품은 듯한 눈을 가진 아이', '멋진 젖소무늬를 가진 겁 많은 귀염둥이' 등 애정 어린 시선으로 특징을 기재한 것. 많은 네티즌들이 '진심이 느껴지는 입양 공고'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눈으로 보이는 외모적인 특징보다, 각 아이들 특유의 매력을 어필하는 글귀가 마음에 와닿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짧고도 독특한 공고를 생각하게 된 걸까? 지난 11일, 청주 반려동물보호센터 담당자 최제혁 과장님과 인터뷰를 나눠보았다.

유기동물의 입양, 더 나아가 삶을 좌우하는 글

▲ 포인핸드 청주 반려동물보호센터 유기견 공고 ⓒ 청주 반려동물보호센터


- 안녕하세요. 청주 보호소에 대해 먼저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청주시 반려동물보호센터는 작년 12월경에 청주 시청에서 신축한 시설입니다. 현재 보호소에서 가족을 기다리는 강아지와 고양이는 대략 250여 마리가량입니다. 여름 휴가철 때문에 최근 유기되는 아이들이 급격히 늘었습니다."

- 포인핸드에 유기동물 공고를 올리기 시작하신 이유는 뭔가요?
"사실 포인핸드에는 직접 글을 올릴 수가 없고, 정부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http://www.animal.go.kr)에 기본 정보를 입력하면 포인핸드에서 데이터를 가져오게 됩니다. 보통 하루에 5마리 정도의 정보를 올리는데, 최근 청주 지역에서 발생한 수해로 인해 한때는 하루에 20여 마리까지 등록하기도 했습니다. 8월 들어 유기동물 숫자가 급격히 늘어났는데요. 아이들의 특징을 좀 더 사랑스럽게 적으면 아무래도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더 보지 않을까 해서 특별하게 적기 시작했습니다."

- 입양을 위해 공고에서 주로 어떤 부분을 강조하려 하시나요?
"솔직히 구조한 모든 아이들이 좋은 가정으로 입양을 갔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보니 아이들의 밝은 부분을 특징으로 잡아서 올리려고 했고, 그 부분에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선 유독 믹스견 아이들이 사랑받지 못해서 그런 아이들일수록 장점을 더욱 부각시켜서 특이사항을 적고 있습니다. 인기 견종이나 몸값 비싼 아이들은 바로 문의가 몰리거든요.

한 예로 몸값이 꽤 비싼 아이(견종은 말하지 않겠습니다)가 센터에 들어왔었는데, 공고기간 내에도 문의 전화가 많았지만 입양이 가능한 보호기간으로 바뀌기 무섭게 당일 새벽 5시부터 센터에 찾아오셔서 대기하셨던 분도 계셨습니다. 아침 7시에 오시기도 하시고... 그날은 그 아이 입양 문의가 엄청 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만약에 그 아이 몸값이 비싸지 않았다면 그렇게 새벽부터 와서 기다리실 분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드니 씁쓸하기도 하더군요."

▲ 포인핸드 청주 반려동물보호센터 유기견 공고 ⓒ 청주 반려동물보호센터


- 단순히 외모나 건강 상태와 관련한 특징만 살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하나하나를 가까이서 대하시는 느낌을 받았어요. 평소 보호소에서의 일과가 궁금합니다.
"저희 센터에는 센터장님과, 견사장과 묘사장을 관리해 주시는 두 분이 계십니다. 사무실에는 사무직원이 있고, 저는 아이들 구조를 하러 청주 시내 전역을 돌아다닙니다. 보통 오전에 견사장, 묘사장 관리하시는 분들이 출근하셔서 청소 및 아이들 밥 주시는 것으로 하루 일과가 시작됩니다.

운동이 필요한 아이들은 견사장 한편에 위치한 작은 공터에서 맘껏 뛰어놀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합니다(물론 비가 오거나, 햇볕이 쨍쨍한 날은 안 내보내죠). 그리고 아프거나 관리가 필요한 아이들은 센터장님이 진료를 해주기도 하고요, 자원봉사자들이 올 때면 아이들 목욕과 미용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워낙 아이들이 많다 보니, 일일이 마음 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아요.
"저도 강아지 3마리와 함께 생활하는 입장에서 주인 잃은 아이들을 구조하다 보니까 너무 안타깝고, 화가 나는 상황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요. 그런 상황일수록 저희 집 강아지들 대하듯 애정을 주고, 이름도 저희 강아지 이름으로 불러주곤 합니다. 최근에 닥스훈트가 갑자기 많이 유기된 경우가 있었는데, 저희 집 닥스훈트 이름이 '똘복이'여서 구조된 모든 닥스훈트들을 제가 '똘복아'라고 불렀더니 센터 내 직원들도 다들 닥스훈트는 똘복이라고 부르시게 되었어요(웃음)."

입양 못 가 생 마감하는 아이들... "모두 사랑스러운 점 있어요"

▲ 직접 입양한 반려동물들. 왼쪽부터 철수, 똘복이, 똘똘이 ⓒ 최제혁


- 유기동물 어플을 보고 입양이 많이 되는 편인가요?
"네, 특히 실종된 아이들의 경우 어플 덕분에 집을 찾아간 경우도 많고요. 제가 구조한 아이가 주인 곁으로 돌아가거나 정말 좋은 입양자분께 입양되면 정말 뿌듯합니다. 올해 3월 24일에 입소한 포인터 아이가 있었는데요, 그 아이는 설사 증상으로 많이 마른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저희 직원분들께서 많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건강도 회복해서 곧 입양을 갈 줄 알았는데, 중대형견이다 보니까 선뜻 입양자가 나타나질 않았습니다.

그대로 수개월이 지나다가 지난달에 드디어 래트리버를 기르는 마당이 넓은 가정에 경비견으로 입양을 갔는데, 다들 너무 기뻐했던 기억이 있네요. 하지만 오랫동안 입양을 못 가다가 결국 생을 마감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보니 너무 안타깝죠. 그래서 공고를 올릴 땐 조금이라도 그 아이들 고유의 장점이 부각될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 마지막으로 유기동물 입양을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인기 많은 아이들이나 몸값 비싼 아이들에게만 관심 갖지 마시고, 다른 아이들에게도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아이들은 그 아이만 가지고 있는 사랑스러운 점이 있답니다. 앞으로도 공고를 올릴 때 그 아이 특유의 특징 위주로 작성할 테니, 많은 분들이 유기동물에 관심을 갖고 입양갈 수 있도록 공유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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