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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의 '청담동', 몬테 나폴레오네 거리로 갔다

[이탈리아 여행①] 밀라노 당일치기

등록|2017.08.16 16:39 수정|2017.08.16 22:20
패션의 도시 밀라노(Milano)는, '두오모 성당(Duomo di Milano)'을 제외하고는 딱히 떠오르는 명소가 없었다. 그 정도로 내겐 이탈리아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관광지로서의 매력은 덜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 패션과 경제의 도시를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었기에 피렌체를 가기 전 하루 일정을 할애해 둘러보기로 했다.

이탈리아 북부라선지 5월 치고 바람이 상당히 거세고 흐린 어느 날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와 '두오모 광장(Milano Piazza Duomo)'으로 향했다. 예상대로 많은 인파들에 합세해 긴 기다림 끝에 성당과 관련 박물관 등의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갑자기 보안과 안전상의 이유로 일시적으로 성당 입장이 금지되고 안에 있던 관람객들도 모두 밖으로 내 보내졌다. 혹시 또 테러라도 일어났나 싶어 덜컥했는데 다행히 그런 것 같지는 않았지만, 또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을 겪어야 하는 다른 관광객들의 표정은 흐린 하늘보다 더 굳어져 있었다.

조금은 착잡한 심정으로 성당 옆의 화려한 명품 아케이드인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Galleria Vittorio Emanuele II)'도 둘러본 후, 유럽 3대 오페라 극장 중 하나라는 '스칼라 극장(La Scala Theatre)'으로 이동했다. 지난달에 방문했던 화려함과 웅장함의 극치를 보여준 파리의 '오페라 가르니에(Opéra Garnier)'보다 소박해 보이지만 나름의 역사와 전통에서 우러나오는 깊이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스칼라 극장(La Scala Theatre)
베르디와 푸치니가 오페라를 초연했던 곳으로 비스콘티가의 비 스칼라의 이름을 따서 만든 오페라 극장이다. 2차 세계 대전 중에 폐허가 되었지만 곧 다시 복원되었다. 내부에는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좌석이 있으며, 붉은 카펫과 샹들리에가 화려함을 더해준다. 건물 내 박물관에는 베르디, 도니체티, 푸치니의 유품과 악보, 오페라 의상이 전시되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 복도 오른 쪽에는 단원들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 최성희


▲ 무대설치 작업 중인 공연장 내부 ⓒ 최성희


다음은 밀라노의 '청담동'이라고 할 수 있는 '몬테 나폴레오네 거리(Monte Napoleone Street)다. 화려한 명품숍들과 패셔너블하고 세련된 이탈리아인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인데, 특이하게도 섬유나 방직 등과 관련된 갖가지 조형물들이 거리 곳곳을 장식하며 이곳에 상징적 의미를 더해주는 것이 특별한 멋으로 다가왔다. 우리도 강남 거리 등에 이런 아이디어를 응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재봉실을 주제로 한 조형물 ⓒ 최성희


▲ 거리 특성을 잘 살린 몬테 나폴레오네 거리 ⓒ 최성희


"나빌리오 운하([Naviglio Grande)
밀라노 대성당을 건축할 당시에 대량의 대리석을 운반하기 위해 만든 운하다. 원래 밀라노에는 거리마다 운하가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나빌리오 지구를 포함해 일부에만 남아 있다. 운하 주변으로는 오래된 민가, 서민 동네의 모습이 남아 있으며 골목으로 들어가면 공동 세탁장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젊은 예술가들이 모이는 공방,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과 바가 들어서 현지인뿐 아니라 관광객에게도 인기를 끄는 지역이다. 독특한 디자인의 물건을 쇼핑할 수도 있다. 특히 해가 지면 운하 주변으로 늘어선 상점과 레스토랑에서 밝힌 불빛이 운하에 비쳐 한층 운치 있는 광경을 만들어 낸다." [네이버 지식백과] 

포르타 제노바(Porta Genova F.S)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왔을 때, 밀라노의 세련되고 부유한 이미지와 무척 동떨어진 상당히 지저분하고 우중충한 풍경에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거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운하 양쪽으로 늘어선 수많은 식당들과 카페, 숍들이 어우러진 특유의 고느적하고 운치있는 분위기를 만나게 된다. 이곳 식당들은 '아페르티보(Apertivo)' 또는 '해피아워'라 불리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칵테일 한 잔에 부페를 무한 즐길 수 있어 밤이 될수록 이곳의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는다.

▲ 나빌리오 운하 주변의 풍경 ⓒ 최성희


또한 이곳엔 소규모의 독립 예술가들의 아기자기한 아지트들이 꽤 많이 모여 있기도 하다. 걷다 보면 하나쯤 소장하고픈 독창적이고 멋진 작품들을 종종 만나게 되는데, 나 역시 몇 번 망설였지만 작품을 산다 해도 한국까지 운반하기가 번거로울 것 같아 아쉽지만 결국 포기했다.

▲ 소박한 주택처럼 보이는 건물 안에는 다섯 개의 아트 스튜디오가 모여 있다. ⓒ 최성희


▲ 운하를 묘사한 풍경화 ⓒ 최성희


▲ 밀라노 중앙역 내부 ⓒ 최성희


화이트 톤의 크고 웅장한 밀라노 중앙역(Milano Centrale)을 나서면 대리석과 철재 등으로 이뤄진 특이한 큰 사과 하나를 만나게 되는데, 이 작품의 이름은 완전히 재건된 사과라는 뜻의 'La Mela Rintergrato'다. 이 작품은 '음식과 영양(food and nourishment)'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2015년 EXPO를 위해 작가 'Michelangelo Pistoletto'가 설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자연 그리고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구하고 복구하기 위한 현대 기술의 사용을 상징하며, 사과의 꿰맨 부분은 우리가 잃어버리고 회복시켜야 할 것을 나타낸다고 한다. 아래 링크된 동영상을 보면 흥미로운 제작 과정을 볼 수 있는데, 처음엔 새하얗고 탐스럽던 사과가 2년이 지난 지금은 관리가 안 된 탓인지 안타깝게도 많이 더러워져 있었다.



▲ 중앙역 앞의 La Mela Rintergrato라는 이름의 조형물 ⓒ 최성희


중앙역 앞 도로를 건너면 경제 도시 밀라노다운 차가운 현대식 건물들이 즐비한 도로가 펼쳐진다. 저쪽 끝까지 한 번 가보고 싶었으나 종일 흐린가 싶더니 결국 후두둑 비까지 떨어지는 통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숙소로 복귀해야 했다.

▲ 중앙역 주변 거리 ⓒ 최성희


덧붙이는 글 추후 개인 블로그 http://arinalife.tistory.com/에 게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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