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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굽는 냄새에 집 나와 여수로 간 며느리들

가을 별미인 전어요리... 3대 밥도둑으로 꼽혀

등록|2017.08.20 13:17 수정|2017.08.20 13:17

▲ 노릇하게 구워낸 가을 전어구이는 통째로 들고 아작아작 씹어 먹어야 제맛이다. ⓒ 조찬현


가을 전어구이는 통째로 들고 아작아작 씹어 먹어야 제맛이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돈 생각 않고 전어를 먹었다고 한다. 전어 맛을 제대로 경험한 미식가라면 그와 같은 생각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을 것이다. 제철에 먹는 전어의 맛은 가히 금상첨화다.

예전에는 전어구이에 군침만 흘렸던 며느리들도 이제는 전어 맛에 푹 빠져 들었다. 버릴 게 하나 없어 통째로 먹는 전어구이는 가을이 되면 지방함량이 세배나 높아진다. 그래서 옛 속담에 '가을전어 대가리엔 참깨가 서 말'이라고 했다.

회는 양파쌈으로, 구이는 통째로

▲ 전어회는 양파쌈을 하거나 깻잎에 된장빵을 해서 입이 미어지게 먹어야 제맛이다. ⓒ 조찬현


서울에서 여수로 여행 온 며느리(?) 두 분과 함께 전어구이 참맛을 찾아 나섰다. 여수 소호동의 '묵돌이식당'이다. 초가을 전어는 보드라운 맛이 좋다. 그래서 구수한 된장양념에 회로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기름진 전어와 된장양념이 썩 잘 어울린다. 이제 가을 초입이지만 통째로 먹는 전어구이는 제법 살집이 오르고 맛도 좋아졌다.

다양한 전어 요리를 선보이는 전어세트다. 전어회와 전어 회무침 전어구이로 이어진다. 3인분에 7만 원으로 가격도 무난해 보인다. 어른 세 명이서 넉넉하게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전어회는 깻잎쌈이나 양파쌈을 하면 좋다. 깻잎쌈은 깻잎의 향긋함이 전어와 잘 어울린다. 양파쌈은 차지고 고소한 전어와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양파가 어우러져 별미다.

▲ 전어회는 뼈를 발라낸 생선살을 오이채와 버무렸다. ⓒ 조찬현


▲ 아이들은 전어에 무관심이다. ⓒ 조찬현


전어회는 뼈를 발라낸 생선살을 오이채와 버무렸다. 검정깨로 고명을 올려 멋을 내고 고소함도 추가했다. 안 그래도 깨가 쏟아지는 전어에 검정깨까지 더해졌으니 그 고소함이 하늘에 닿을 기세다.

아이들은 전어에 무관심이다. 곁들이 음식인 옥수수를 만지작거리거나 아이들 용으로 집에서 미리 준비해간 기정떡을 먹는다. 일부 아이들은 스마트폰 영상에 푹 빠져있다.

그러나 며느리들은 전어에 급 관심이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옛 이야기가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광양 망덕포구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말이다.

깻잎에 싸서 입에 한가득 물고 먹어야 제맛

▲ 여수 전어회무침은 간장게장 서대회와 더불에 밥도둑 반열에 든다. ⓒ 조찬현


▲ 전어회무침에 뜨신 밥을 쓱쓱 비벼내면 밥 한 그릇이 순간에 뚝딱 사라진다. ⓒ 조찬현


술잔은 부딪혀야 술맛이 나고, 전어회는 깻잎에 된장을 발라 입이 미어지게 먹어야 제맛이다. 이때 된장빵(된장양념)은 된장에 참기름과 볶은 참깨, 다진 마늘, 채 썬 청양초를 넣어 만든다.

여수 전어회무침은 간장게장 서대회와 더불에 밥도둑 반열에 든다. 전어회무침에 뜨신 밥을 쓱쓱 비벼내면 밥 한 그릇이 순간에 뚝딱 사라진다. 전어회비빔밥 앞에서는 다들 숟가락이 바삐 움직이기 때문. 전어회비빔밥이나 전어회는 상추쌈을 하면 또 다른 맛으로 다가온다. 가을 전어구이는 고소한 풍미 작렬이다. 전어 머리부터 먹어야 그 진면목을 경험할 수 있다. 깨가 쏟아지는 그 특별한 맛을.

▲ “연하면서 고소한 게 너무 맛있어요. 볼락구이 이상으로 맛있는 거 같아요.” ⓒ 조찬현


전어구이를 처음 맛본다는 서울 며느리 강현정씨는 다음과 같이 평했다.

"연하면서 고소한 게 너무 맛있어요. 볼락구이 이상으로 맛있는 거 같아요."

식후에 식당 근처에 있는 여수 소호 동동다리를 거닐면 좋다. 역시 듣던 소문대로 여수 밤바다 야경은 아름답다. 낮보다 밤이 아름답다는 여수의 밤은 여수 바닷가 어딜 가도 다 멋지다. 발밑에서 오색 불빛이 너울대는 여수바다 위 소호 동동다리를 거닐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여수의 밤바다에 흠뻑 젖어들게 된다.

▲ 밤에 더 아름다운 여수 소호 동동다리다. ⓒ 조찬현


▲ 소호 동동다리를 거닐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여수의 밤바다에 흠뻑 젖어들게 된다. ⓒ 조찬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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