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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적응' 로하스,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

[KBO리그] 20일 두산전 1회 결승 투런 홈런 작렬, 고영표 강우콜드 완투승

등록|2017.08.21 07:32 수정|2017.08.21 07:32
최하위 kt가 후반기 무섭게 질주하던 두산에게 매운 고춧가루를 뿌렸다.

김진욱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는 20일 수원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한 방을 포함해 5안타를 때리며 2-1로 6회초 강우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비로 경기가 중단되기 전까지 5.1이닝 동안 두산 타선을 5피안타 6탈삼진 1실점으로 막은 kt의 선발 고영표는 행운의 완투승으로 시즌 7번째 승리를 챙겼다.

반면에 최근 2경기에서 10이닝 동안 12자책점을 기록하며 슬럼프에 빠져 있는 두산 선발 유희관은 이날 5이닝5피안타 무사사구로 kt 타선을 잘 막았지만 1회에 맞은 홈런 한 방 때문에 통한의 완투패를 당했다. 유희관의 시즌 9승을 막으면서 3연패의 수렁에 빠트린 kt의 일등공신은 1회 결승 투런 홈런을 터트린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였다.

마르테-댄 블랙으로 웃었던 마법사들, 모넬로 대성통곡

지난 2014년 외국인 타자 제도가 생긴 후로 매년 각 구단들의 고민이 하나 더 늘어났다. 물론 3년 동안 에릭 테임즈(밀워키 브루어스)와 함께 했던 NC 다이노스는 상대적으로 고민이 덜했지만 2010년대 통합 4연패의 왕조를 구축하던 삼성 라이온즈의 경우처럼 뛰어난 외국인 타자(야마히코 나바로)의 이탈 후 순위가 추락했던 예도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kt는 팀 성적과는 별개로 지난 2년 동안 외국인 타자 농사를 비교적 잘 지어온 편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강타자 앤디 마르테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5년 kt의 첫 외국인 타자로 한국땅을 밟은 마르테는 첫 해 타율 .348 20홈런89타점으로 빈약한 kt 타선을 이끌며 테임즈, 나바로에 버금가는 KBO리그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군림했다.

지난해 시즌엔 햄스트링과 허리 부상에 시달리며 타율이 .265까지 떨어졌지만 91경기에서 22홈런 74타점을 기록하는 폭발력을 선보였다. 2015년 앤디 시스코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kt에 입단해 54경기에서 타율 .333 12홈런32타점을 기록했던 댄 블랙도 짧은 기간이었지만 야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kt는 작년 시즌이 끝난 후 부상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한 마르테 대신 더 건강하고 젊은 강타자를 원했다. 그리고 팀 창단 후 가장 많은 90만 달러를 투자해 빅리그 출신의 조니 모넬을 영입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뉴욕 메츠에서 통산 35경기에 출전했던 포수 겸 1루수 요원 모넬은 작년 시즌 트리플A에서 19홈런75타점을 기록했던 성적을 바탕으로 kt의 새로운 4번타자로 낙점됐다.

하지만 kt는 올 시즌 한 달 반 동안 모넬과 함께 하면서 마르테와 댄 블랙이 얼마나 뛰어난 외국인 타자였는지 새삼 깨닫게 됐다. 28경기에 출전한 모넬은 타율 .165 2홈런9타점을 기록했고 그 짧은 기간 동안 수비 실책도 4개나 저질렀다. 모넬이 실패작으로 드러나면서 kt는 부랴부랴 새 외국인 선수를 알아봐야 했고 6월9일 새로 영입한 외국인 타자가 바로 외야수 로하스다.

7월 이후 10홈런 추가, KBO리그에 적응해가는 젊은 외야수

도니니카 공화국 출신의 스위치히터 로하스는 1990년생의 젊은 외야수로 40만 달러의 몸값이 말해주듯 화려한 경력을 가진 선수와는 거리가 멀다. kt에 입단하기 전까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트리플A 구단에서 활약했고 빅리그 경험은 전무하다. kt가 찾던 거포 유형은 아니지만 kt 구단에서는 새 외국인 타자의 합류로 팀 분위기가 살아나기를 기대했다.

6월13일 삼성전에서 한국무대에 데뷔한 로하스는 첫 11경기에서 타율 .1753타점에 그치며 좀처럼 KBO리그에 적응하지 못했다. 성급한 사람들은 '우타자 모넬을 보내고 양쪽으로 치는 모넬을 데려 왔다'며 kt 구단의 스카우트 능력을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적응을 끝낸 로하스는 이후 5경기에서 10안타1홈런5타점을 기록하며 kt 타선의 새로운 활력소로 떠올랐다.

7월부터 본격적으로 3번에 배치된 로하스는 중심 타선으로 이동하면서 장타 능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6월 한 달 동안 1홈런에 그친 로하스는 7월19경기에서 타율 .295 5홈런10타점을 기록한 데 이어 8월에도 5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올 시즌 단 50경기를 소화한 로하스는 어느덧 윤석민(14개), 박경수(12개)에 이어 팀 내에서 세 번째로 많은 홈런(11개)을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로하스가 내년 시즌에도 kt와 함께 하기엔 애매한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로하스는 파워를 바탕으로 많은 장타를 생산하는 유형도 아니고 입단 초기보단 나아졌지만 시즌 타율도 .283에 머물고 있다. 득점권 타율도 .250에 불과하고 2도루6실패(도루성공률 25%)라는 성적이 말해주듯 기동력에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3할 타율에 이미 20-20 클럽을 달성한 로저 버나디나(KIA 타이거즈)에 비하면 여러 모로 아쉬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로하스는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 흔치 않은 1990년생의 젊은 호타준족형 스위치히터 외야수로 그 가치가 높다. 앞으로 얼마든지 더 발전할 수 있는 선수라는 뜻이다. 또한 한국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빅리그에 재도전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스토브리그를 통해 kt가 로하스보다 나은 외국인 타자를 구한다는 보장도 없다. 비록 추락하던 kt를 수렁에서 건져내진 못했지만 타선에 큰 활기를 불어 넣고 있는 로하스를 내년 시즌에도 KBO리그에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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