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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도 어찌할 수 없었던 콘테의 지략

토트넘, 홈 개막전에서 첼시에 패배

등록|2017.08.21 07:36 수정|2017.08.21 07:36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2라운드 최대 빅매치로 기대를 모은 맞대결. 2016·2017시즌 EPL 우승팀 첼시와 준우승팀 토트넘 홋스퍼가 만났다.

토트넘의 승리가 유력했다. 토트넘은 전력 누수가 심한 첼시와 달리, 우측 풀백 키어런 트리피어와 중원 살림꾼 빅토르 완야마가 부상에서 복귀하는 등 최상의 전력으로 홈 개막전에 임했다. 영국 '축구의 성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치러지는 사상 첫 EPL이자 홈 개막전이었던 만큼, 승리에 대한 의지도 남달랐다.

첼시는 수비의 핵심 게리 케이힐과 중원 사령관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공백(퇴장)이 커 보였다. '신입생'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과 안토니오 뤼디거가 스리백을 구성했고, 티에무에 바카요코가 부랴부랴 EPL 데뷔전에 나섰다. 이적 후 처음으로 선발 기회를 잡은 알바로 모라타를 포함하면, 무려 4명의 신입이 토트넘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에이스' 에당 아자르가 빠졌고, 페드로도 몸 상태가 좋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첼시의 원정 승리는 힘겨워 보였다.

토트넘이 EPL 무대로 복귀한 뉴캐슬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깔끔한 승리(2-0)를 챙긴 것과 달리, 첼시는 강등 1순위 번리에게 충격적인 패배(2-3)를 당한 상태이기도 했다. 

전문가와 팬들의 예상은 완전히 뒤집혔다

토트넘은 21일 오전 0시(한국 시각) 영국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시즌 EPL 2라운드 첼시와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토트넘은 손흥민과 무사 시소코, 빈센트 얀센을 투입해 홈 개막전 승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첼시의 철옹성 수비를 뚫고 승점 3점을 챙기는 데 실패했다.

안토니오 콘테의 지략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압도했다. 콘테는 상대가 스리백으로 나올 것을 확신했고, 토트넘에 딱 맞춘 전술을 선보이며 리그 첫 승리를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첼시는 다비드 루이스를 수비형 미드필드로 올렸고, 은골로 캉테와 바카요코의 수비 가담을 요구하며, 조직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던 후방에 안정감을 더했다. 측면은 내주되, 신장의 우위(10명의 필드 플레이어 중 185cm 이상인 선수 6명)를 앞세워 페널티박스 부근을 완벽하게 틀어막는다는 계산이었다.

적중했다. 해리 케인과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슈팅 기회를 잡아내는 데 애를 먹었다. 측면은 열어주되, 중앙은 확실히 막겠다는 첼시의 전략에 힘을 쓰지 못했다. 분위기와 슈팅 수(전반전/13-4)에서는 확실하게 앞섰지만, 효율성이 떨어졌다. 전반 23분에는 마르코스 알론소의 환상적인 프리킥에 선제골까지 내줬다.

변화가 필요했다. 부상 회복 후 첫 선발로 나선 우측 윙백 트리피어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불안한 볼 터치와 드리블로 상대에게 볼을 빼앗기기 일쑤였고, 크로스의 정확도도 떨어졌다. 몸이 무겁다 보니 상대의 순간적인 역습을 막아서는 데도 애를 먹었다. 완야마도 불안한 볼 처리와 무딘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무사 뎀벨레의 체력적인 부담이 상당했다.

하지만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은 측면 공격수 손흥민이었다. 토트넘은 후반 22분, 중앙 수비수 에릭 다이어를 빼면서 포백으로 전환했다. 아직 유망주 딱지를 벗어던지지 못한 카일 워커-피터스나 해리 윙크스를 투입하기보다는 손흥민의 투입으로 화력을 더한다는 심산이었다.  

콘테 감독은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재빠르게 반응했다. 그는 포체티노 감독의 수를 완벽하게 꿰고 있었다.

수비에 집중하던 첼시가 공격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전반 초반 보여준 윌리안과 캉테의 전방 압박이 살아났고, 후반 27분에는 윌리안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이 토트넘의 골대를 강타했다. 수비에 집중하며 체력을 아끼고, 상대 수비가 헐거워진 순간에 모든 걸 쏟겠다는 전략이었다.

콘테는 후반 32분, 미키 바추아이와 페드로를 투입해 공격에 변화도 줬다. 체력이 떨어진 투톱(모라타-윌리안)을 대체해 승기를 잡으려 했다. 후반 36분, 바추아이가 토트넘 골문이 아닌 자신의 골대에 자책골을 넣었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첼시는 토트넘 진영에서 압박을 멈추지 않았고, 빠른 역습을 이어가며 승리를 노렸다.

후반 42분, 극적인 역전골이 터졌다. 완야마의 불안한 볼 터치가 첼시의 빠른 역습으로 이어졌고, 페드로의 침투 패스가 알론소의 강력한 슈팅으로 연결되며 승부가 결정 났다. 토트넘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고, 막판까지 첼시의 수비를 뚫어내는 데 애를 먹으며 고개를 숙였다.

개막전에 이어 포체티노 감독의 첫 번째 선택을 받은 손흥민도 별다른 활약상을 남기지 못했다.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슈팅 기회를 잡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첼시 수비는 만만치 않았다. 손흥민이 볼을 잡으면, 기본적으로 2명 이상의 선수가 달라붙었다. 측면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지만, 부족한 훈련량과 몸 상태만 두드러져 보였다.

전력 누수가 상당했던 첼시를 상대로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던 만큼, 이날의 패배는 아쉬움이 크다. 토트넘은 점유율(67.5-32.5)과 슈팅 수(18-9)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지만,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케인이 시도한 회심의 슈팅이 개막전에 이어 또다시 골대를 때리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와 FA컵 4강전 등 웸블리 스타디움에서의 아쉬운 성적도 이어가게 됐다. 올 시즌 화이트 하트 레인(토트넘의 홈구장)의 신축 공사로 인해 웸블리 스타디움을 홈으로 사용하는 만큼, 빠른 적응이 요구된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토트넘의 웸블리 스타디움 성적은 1승 1무 8패다.

포체티노 감독의 생각을 읽어내며, 놀라운 지략을 선보인 콘테. 그는 토트넘에게 홈 개막전 패배의 아픔뿐 아니라, 여러 과제를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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