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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독자 원고료 5000원, 기부에 썼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일에 쓰겠습니다

등록|2017.08.23 11:18 수정|2017.08.23 11:18
'독자 원고료?!'

2년 만에 처음으로 독자 원고료를 받았다. <오마이뉴스>에 이런 제도가 있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2015년 12월 22일 첫 기사 등록 후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 나도 다른 기자님들이 쓴 기사에 돈을 내지 않았다. 그냥 '10만인클럽에 가입되어 있으니까 그만하면 됐지' 하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독자 원고료를 잊고 살았는데 2년여 만에 낯선 알림이 울렸다.

▲ 오마이뉴스 알림 ⓒ 이준수


그저 감사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기쁨보다 당황스러움이 더 크게 밀려왔다. 원고료를 받은 기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어린이 시각에서 표현한 그림책 <운동화 비행기>를 읽고 쓴 서평이었다. 최근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택시운전사>의 영향이었는지, 아니면 5월의 광주라는 소재가 너무 중요해서였는지 예상외로 조회수와 공유수가 치솟았다.

평소에 '제발 내 글 좀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사를 탑재한다. 웃기게도 가끔 이렇게 능력치보다 과분한 관심을 받으면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5000원까지 들어왔으니까 심장이 터질 지경이었다. 아내는 열심히 하라는 뜻이니 기분 좋게 생각하라 했지만, 슬픈 내용의 기사를 써서 현재 행복한 상태에 있는 내가 응원받는 게 못내 찜찜했다.

나는 5.18 유가족도 아니고 친인척이나 지인 중에 민주항쟁을 하다가 부당한 권력으로부터 해를 당하거나 목숨을 잃은 경우도 없다. 만일 다른 주제의 기사였다면 "사랑합니다"하고 냉큼 아이스크림 사 먹었을 5000원이지만 자꾸 가슴 한쪽이 켕겼다.

겨우 만 원도 안 되는 돈 가지고, 고민하고 신경 쓰는 내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사람 사는데 마음 편한 게 제일이라고 하지 않던가. 나 같이 소심한 인간은 차라리 고통의 원인을 제거해 버리는 편이 낫다. 어차피 아이들 위해서 쓴 그림책 읽고 쓴 기사니까 다시 어린이들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들어왔던 금액에, 용돈을 약간 더 보태어 기부 단체에 보내버렸다.

후원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메시지가 뜬다. 요 몇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난 것만 같다. 한편으로는 갑자기 이게 무슨 소동인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부담감은 사라졌다. 선의라는 게 이렇게 무섭다. 나 같은 짠돌이도 지갑을 열게 만든다.

아, 혹시 진짜 설마설마해서 하는 말인데 이 글을 읽고 이 사람이 얼마까지 기부하나 보고 싶어 원고료를 입금하는 독자는 없길 바란다. 만일 그러면 정말로 슈크림 빵 사 먹는데 다 써버릴 것이다.

▲ 소액인데 민망하다 ⓒ 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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