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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김사복 맞다! 광주 가서 혼쭐났다고 말하기도..."

[단독 인터뷰] 김사복씨 근무한 파레스 호텔 측... "소주 마시며 그날 얘기하더라"

등록|2017.08.24 19:35 수정|2017.08.24 23:03

▲ 김사복씨가 1980년 광주항쟁이 일어났을 당시 근무했던 파레스 호텔 사무실 내부 전경. 벽면에 호텔 설립자 및 관련 행사 사진이 걸려있다. ⓒ 이선필


▲ ⓒ 이선필


"그게 궁금해서 온 거지? 승필이가 말하는 아버지가 김사복 맞냐, 그 김사복이가 광주에 다녀왔냐. 맞아! 99프로도 아니고 100프로야!"

전국관광택시 전임대표 이원무(80)씨는 기자를 보자마자 위와 같이 말했다. '푸른 눈의 목격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광주로 그리고 김포공항까지 태워 그날의 진실을 알리는 데 도움을 준 김사복씨. 그의 행적에 대해 증언해 줄 잃어버린 고리 중 하나가 바로 파레스 호텔 측이다.

24일 보도대로(관련기사: "<택시운전사> 김사복은 내 아버지... 사진 공개합니다") 김승필씨는 본인이 김사복의 아들이라며 아버지가 힌츠페터 기자를 모시고 1980년 5월의 광주를 다녀왔다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정황증거 중 가장 유력한 게 김사복씨가 근무했던 서울 회현동의 파레스 호텔, 그리고 그곳에서 운영한 관광택시다.

이원무씨는 당시 파레스호텔 상무이사로 근무하며 두 대의 호텔택시를 관리했다. 기자가 제시한 김사복, 김승필씨 사진을 보자마자 이씨는 "젊었을 때 잘생겼던 사복이가 맞다!"며 "그의 아들이 이렇게 늙었냐?"고 기자에게 묻기도 했다. 그는 김승필씨의 부친인 김사복씨가 파레스 호텔에서 운영한 관광택시를 운전했으며, 그가 80년 5월에 광주에 다녀왔다고 하는 걸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힌츠페터 기자에 대한 언급은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이원무씨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영상 및 사진 촬영을 한사코 거절해 육성으로만 인터뷰를 진행했다.

내 아버지가 '김사복'자신의 아버지가 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독일방송사 힌츠 페터 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갔던 김사복씨(영화 택시운전사 실제주인공)라고 밝힌 김승필씨가 아버지 관련 사진 여러장을 공개했다. 이 사진에는 김사복씨의 단독사진과 함께 외신기자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호텔 텍시를 운행하며 외신기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도 포함되어 있다. ⓒ 권우성


김사복씨와 80년 당시 운행하던 차량자신의 아버지가 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독일방송사 힌츠 페터 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갔던 김사복씨(영화 택시운전사 실제주인공)라고 밝힌 김승필씨가 아버지 관련 사진 여러장을 공개했다. 이 사진에는 김사복씨의 단독사진과 함께 외신기자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호텔 텍시를 운행하며 외신기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도 포함되어 있다. (사진속 김사복씨 오른쪽으로 보이는 검은 승용차가 김 씨가 당시 운행하던 차량이다) ⓒ 권우성


▲ 김사복씨와 그가 몰던 차가 보인다. 해당 차량을 두고 김승필씨는 "<푸른 눈의 목격자>에도 이 차가 나온다"며 "힌츠페터씨가 인터뷰를 통해 포드라고 말한 게 있는데 바로 그 포드이며 이 차가 광주에 갔던 바로 그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바로 윗 사진의 차량과 뒷모양이 다소 달라보인다. ⓒ 이선필


외국인만 태웠던 그 차

- 다시 확인 부탁드린다. 김승필씨의 부친 김사복씨가 이 호텔에서 일했고, 그가 광주를 다녀온 게 맞는지.
"맞다. 당시 문화공보부라고 거기서 관광택시에 일을 주고 그랬다. 사복이도 이 호텔에서 일했고, 광주도 다녀왔다. 어떻게 알았냐면 한 며칠 호텔에 안 보이다가 내게 전화를 해서 술 좀 마시자고 하더라. 여기(회현동) 근처 아바이순대 집에서 둘이 소주를 마시는데 '광주에 다녀왔는데 갇혀서 혼쭐이 났다'고 하더라.

내가 사복이 병원에 있을 때도 갔고, 장례식도 다녀왔다. (죽기 전에) 언젠가 술 먹는데 자기 배를 내보이며 여기 좀 만져 보슈 하더라. 만져 보니 암 덩어리가 단단하게 만져지는 거야.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리 된 거지."

- 누굴 태웠는지도 말했나. 독일 기자 힌츠페터라는 이름도 언급했는지.
"에이 그 얘긴 안했지. 근데 딱 보면 안다. 3일, 4일 간 차가 없었고 나중에 와서 광주에 다녀왔다고 하는데 그러면 그 기자지. 당시 택시는 한국인은 못 탄다. 당신 같은 기자 양반도 못 타! 오직 외국인만 탈 수 있었다."

- 김승필씨는 아버지가 광주에 다녀왔는데 차가 찌그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 부분도 확인했나.
"차가 찌그러져? 그 부분은 모르겠다. 내가 일일이 차 상태를 확인한 것도 아니고. 하여튼 며칠 안 보였고, 광주에 다녀왔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했다. 어떻게 들어갔고 나왔는지 상세히 얘기도 안 했다. 근데 딱 알지."

▲ 해당 사진은 김승필씨가 김사복씨의 사업을 잇기 위해 파레스호텔과 법적 분쟁을 하던 소송장이다. 고소 취지에 김승필씨 아버지 김사복의 이름이 나온다. ⓒ 파레스호텔


- 힌츠페터는 당시 한국 상황이 수상하다는 걸 알고 몰래 들어왔다는데, 문화공보부에서 어떻게 일을 줄 수 있었을까. 김승필씨는 당시 NHK 기자 히로세씨가 소개해줬을 거라고 말했다. 혹시 김사복씨가 누구의 소개를 받았는지 아시는지.
"문공부에서 줬겠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운행하는 거나 금액을 받는 건 당시 기사 마음이었다(명의는 호텔이었지만 당시 관광택시 운전사들은 개인이 지입식으로 운행했다 - 기자 주). 그 독일 기자에게 얼마 받았는지도 모르겠어. 기사가 부르기 나름이었거든."

이원무씨는 김사복씨가 1977년 아니면 1978년부터 근무했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평소 점잖은 사람이었고, 호텔 직원들과도 관계가 좋았다고 말했다. 이씨와 인터뷰 중 또래로 보이는 호텔 관계자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여 봐봐, 사복이 맞지?" 이씨가 묻자 그 역시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 독일 기자 부인이 한국에 왔었다면서? 진작 여기 왔으면 됐을 텐데. 사복이가 일찍 죽어서 소식을 몰랐겠지만 그가 광주에 다녀온 게 맞다. 근데 그를 왜 찾아? 영웅은 그 독일 기자지. 사복이는 할 일을 한 거야!"

** 김승필씨의 부친 김사복씨가 힌츠페터 기자와 동행했던 '김사복씨'인지 아닌지에 대한 정보를 갖고 계신 분은 제보 부탁드립니다.(philsunny@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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