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문 대통령 깜짝 방문에 발칵 뒤집힌 복지부

지난 1월 과로사한 사무관 자리 찾고 직원들 격려... "복지 담당 공무원들의 복지 필요"

등록|2017.08.25 17:34 수정|2017.08.25 17:34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세종시 복지부 청사를 방문해 직원들을 만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세종시 복지부 청사를 방문해 직원들을 만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을 그야말로 '깜놀'하게 만들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세종시를 방문했다. 업무보고 시각은 오후 2시였지만 문 대통령은 그보다 30분 일찍 들어섰다. 문 대통령이 향한 곳은 업무보고가 예정된 정부세종컨벤션센터 국제회의장이 아닌 조금 떨어져 있는 복지부 청사였다.

문 대통령이 복지부 청사를 깜짝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은 복지부 공무원 100여명이 각 층별로 나와 대통령을 맞이했다. 복지부 청사는 층별로 가운데가 개방된 'ㅁ'자 형태인데, 직원들은 3층부터 7층까지 복도에 서서 6층 복지정책관실로 향하는 문 대통령을 향해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문 대통령은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함께 셀카를 찍기도 했다.

청와대 측은 이번 문 대통령의 복지부 청사 방문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 복지부에서도 국장급 이상 일부 간부만 일정을 전달 받았다. 복지정책관실 직원들도 대통령 방문 한 시간 전에서야 알게 됐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복지부 방문 일정을 청와대 출입기자단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문 대통령이 복지부에 도착해서야 일정을 공지했다. 그야말로 '깜짝 방문'이었던 것이다. 

문 대통령은 복지정책관실에서도 기초의료보장과를 찾아갔다. 기초생활 보장, 취약계층 지원, 노숙인 복지, 취약계층 의료급여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곳으로 복지부 내에서도 격무 부서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지난 1월 세 아이를 기르며 휴일 출근 중 청사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김선숙 전 사무관이 근무한 곳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이날 특별히 복지부를 방문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김 전 사무관의 사망 소식을 듣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또 한 번 가슴이 무너진다. 야근과 과로를 당연시하는 사회는 더 이상 안 된다"라고 애도의 글을 남긴 바 있다. 당시 김 사무관은 육아휴직 후 복직한 뒤 주 7일 출근과 야근을 반복하며 인수인계를 받다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14일 공무원연금공단은 김 전 사무관의 순직을 인정했다.

"새 정부 복지정책에 더 업무가늘지 않을까 걱정"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세종시 복지부 청사를 방문해 직원들을 만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복지정책관실로 입장해 직원들과 일일이 손잡고 악수를 나눴다. 특히 기초의료보장과에서 김 전 사무관이 앉아 일하던 자리라는 얘기를 듣고 침통하고 무거운 표정으로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봤다. 문 대통령은 김 전 사무관이 일한 책상 앞에 한동안 머물다가 돌아서면서 다시 뒤를 돌아보기도 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박능후 복지부장관과 함께 직원들과 현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오늘은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 금융위 업무보고를 받는 날인데, 기재부와 공정위가 세종시 청사에 있어 업무보고를 받으러 내려오는 길에 김 사무관 자리를 들러보고 싶어 왔다"라며 "그 때 너무 마음이 아파서 추모하는 글도 남겼다. 아이도 셋이 있고, 육아하면서 토요일에도 근무하고 일요일에도 근무하다가 그런 변을 당한 게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어 "그걸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기본적으로 일하고 가정에서도 생활할 수 있어야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라며 "복지 공무원들이 일은 많은데 복지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복지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복지 공무원 수도 적다. 정권이 바뀌면서 새 정부가 복지 정책에 관심을 쏟고 변화하고 있어 더더욱 업무가 늘지 않았을까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기초의료보장과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담당한다. 이는 새 정부에 초석을 까는 일이기도 하다"라며 "그런 일들이 여러분들에게 짐으로 남지 않을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박 장관에게 "복지 공무원들의 복지를 책임지지 못하면 국민 복지를 어떻게 책임지겠느냐"라며 직원들의 휴일근무 금지와 연차휴가 소진 의무화를 주문해 직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인력부족 문제와 관련해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공무원들이 철밥통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국민들이 보기에 여유가 있는 부서도 있어, 공무원 수를 늘리는 데 대한 거부감들이 있는 것"이라며 "직무평가 분석을 통해 충분히 재배치하고, 한편으로는 (불필요한) 인력은 줄여나가면서 필요한 부서에는 인력을 늘려나가는 게 필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남성 육아휴직에 대해 "아빠들은 눈치를 많이 본다. 위에 상급자가 싫어하지 않더라도 내가 가면 다른 동료들이 그 일을 다 떠안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가기가 쉽지 않다"라며 "등을 떠밀어서라도 육아휴직을 하게끔, 그게 너무나 당연한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육아휴직을 다녀오면 승진을 시키자"라고 즉석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장 실장에게 "아이 3명부터는 출산부터 졸업까지 다 책임지겠다고 제가 공약한 것을 기억하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적당한 시기에 육아 휴직 사용률, 특히 아빠 육아휴직 사용률을 한번 부처별로 받아보자"라고 제안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세종시 복지부 청사를 방문해 직원들을 만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