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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도덕성 치명타... "거취 스스로 고려할 수도"

[분석] 이재용 없는 삼성, 전문 경영인 중심 비상경영체제로

등록|2017.08.25 20:53 수정|2017.08.25 20:53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등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5년형을 선고 받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호소는 '호소'에 그쳤다. 이 부회장은 지난 7일 자신의 뇌물 혐의 등에 대한 결심공판 최후 진술에서 "오해를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오해와 불신이 풀리지 않으면 저는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인이 될 수 없다"고도 했다.

25일 법원은 이 부회장의 호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는 '오해'와 '불신'도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물론 특검쪽에서 주장한 뇌물 혐의 역시 모두 인정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삼성 총수'로서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의 불법적인 정경유착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본질을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은 이제 기로에 서게 됐다. 이 부회장은 스스로 '오해와 불신이 풀리지 않으면'이라는 조건을 달고,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인이 될 수 없다'는 배수진을 쳤다.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유죄 판결은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인이 될 수 없다'는 의미를 던져준 것이기도 하다.

이재용 "오해와 불신 풀리지 않으면, 삼성 대표 경영인 될 수 없다"

재판부도 "대한민국 최고 정치권력자인 대통령과 대규모 기업집단이 관련된 정경유착이라는 병폐가 과거사가 아닌 현실이라는 사실로 인한 신뢰감 상실은 회복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재벌 총수로서 이 부회장의 도덕성이 치명타를 입으면서, 국민의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는 것.

4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이번 판결에서 기업들이 미르 재단 등에 낸 출연금은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다"면서 "이 부회장과 최순실씨 사이의 승마 관련 거래가 뇌물로 인정된 점이 (이 부회장과 삼성 등에) 뼈 아픈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과 함께 그룹의 2, 3인자인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 등이 징역형을 선고 받은 것 역시, 글로벌 기업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이번 판결로 이 부회장의 향후 행보도 관심거리다. 물론 변호인단은 판결 직후 "즉시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특검 역시 일부 무죄로 판단된 혐의에 대해서도 범죄 사실을 입증하겠다는 분위기다. 항소심에서도 치열한 법리 논쟁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 쪽 주장대로 뇌물 혐의 등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법조계 등의 일반적 시각이다.

따라서 재계 주변에선 이 부회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모종의 결단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과거 삼성 총수들의 사례를 보면, 이번 판결로 이 부회장 스스로 거취를 심각하게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와 삼성 특검 수사가 이어졌고, 이건희 회장이 회장직 사퇴를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부회장과 생명공익재단 이사장 등 삼성 경영에서 손 뗄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지난 2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 삼성기가 날리고 있다. ⓒ 이희훈


이재용 부회장 역시 스스로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인이 될 수 없다'고 밝힌 만큼, 자신이 갖고 있는 삼성그룹 내의 역할을 정리할 수도 있다는 것.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부회장을 맡고 있고,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등도 맡고 있다.

만약 이 부회장이 이들 자리에서 물러날 경우, 삼성은 계열사별로 독자 경영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 여동생으로, '리틀 이건희'라는 별칭도 있다.

삼성에선 이같은 전망은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이번 판결이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 항소심 등이 남아있는 만큼 이 부회장의 거취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 등은 이미 작년부터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로 해왔다. 다만 앞으로 이같은 체제가 더 길어질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또 다른 임원은 "특검에서 12년을 구형한 것이나, 최근 사회적 분위기를 봤을 때 무죄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다"면서 "그럼에도 1심에서 뇌물로 인정된 부분이나 액수 등이 생각보다 커서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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