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교사 정규직 전환 논란, 해법은 '정원확대'에 있다
[주장] 비정규직교사 문제, 대통령과 장관의 사과와 결단을 제안한다
기간제교사, 시간강사, 영어회화전문강사, 스포츠강사 등 5만 명이 넘는 학교의 비정규직교사(법적인 의미의 교사는 아님)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두고 논란이다. 더 솔직하게는 학생수 감축을 핑계로 한 신규교사 채용 인원의 감소 때문에 누가, 어떤 방식으로 자리를 차지할 것이냐를 두고 당사자들과 그를 둘러싼 갈등이 극으로 향해 가고 있다.
우습게도 이 논란을 만든 당사자인 정부는 뒤에 숨어 보이지도 않는다. 기간제교사들과 정교사, 임용고시준비생들이 싸우는 양상이다. 여기에 전교조의 입장을 두고 전교조 내부뿐 아니라 노동운동 단체들까지 입장을 달리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이 글에선 왜 서로의 입장이 다른지, 무엇이 진실인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하나씩 따져보려고 한다.
[논란①] 전교조가 역사성을 배반했다? 비정규직 철폐를 반대한다?
전교조는 창립 이후 쭉 비정규직교사의 차별 철폐뿐 아니라 신분 보장, 나아가 제도 자체의 폐지를 주장해 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기간제교사의 임금을 차별하던 호봉상한선 철폐, 방학에 임금 안 주기 쪼개기 계약 폐지, 기간제교사의 연가 등 휴가권 보장, 기간제교사의 성과급 소송 지원, 시간강사의 주휴 수당 미지급 문제 해결, 퇴직금 미지급을 위한 3월1일 제외 계약 관행 폐지 등 수없이 많은 비정규직교사의 차별 철폐를 위해 싸워왔다.
전교조는 영어회화전문강사와 스포츠강사 제도가 도입될 때부터 '학교 비정규직만 양산할 것이 뻔한 제도이고, 교육의 전문성을 훼손하는 제도'라고 비판하며 도입 자체를 반대하고 대신 정규직 교사 정원을 늘릴 것을 촉구했다. 지금도 전교조는 제도로서의 비정규직교사 폐지와 더불어 정규직 교원을 채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도로서의 비정규직교사 제도 폐지라는 원칙과 일괄적인 신분 전환이라는 현실의 차이일뿐이다.
교육전문가인 교사라는 자리에 경쟁교육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제비뽑기로 할 수는 없다. 이건 우리 헌법이 규정한 교육전문성에 대한 심각한 부정이고, 결국 학생들을 위한 것도 아니며,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이걸 부정할 수 있는가?
[논란②] All or Nothing? 불가능한 무책임한 주장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철폐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한) 비정규직 교사 제도의 폐지를 찬성하지만 현실적으로, 법적으로는 어렵다. 기간제교사, 영어회화전문강사, 스포츠강사, 시간강사 등 비정규직교사를 즉각적으로, 그리고 일률적으로 정교사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쉽게 증명된다.
기간제교사 중에서 명예퇴직이나 정년퇴임을 한 후 다시 기간제교사나 강사로 임용된 분들이 적지 않다. 기간제교사의 일률적이고, 즉각적인 정교사 전환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말 이들의 정교사 전환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다른 사례는 또 있다. 출산이나 육아, 질병이나 유학, 연수 등을 이유로 일시적으로 휴직을 한 정교사의 자리에 임용된 기간제교사들이 많다. 이들을 정교사로 전환하면 휴직이 끝난 후 복직한 정교사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학생을 반반씩 나누어서 가르칠 것인가, 아니면 한 사람을 강제로 다시 휴직을 하도록 할 것인가?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영어회화전문강사나 스포츠강사, 시간강사 중에서는 교원자격증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없는 사람도 많다. 교원자격증이 없는 사람을 정교사로 전환하는 것은 우리 헌법이 규정한 교육의 전문성을 심각하게 부정하는 것이다.
필자 역시 비정규직의 차별 철폐를 주장하고,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를 반대하지 않지만 일률적인, 즉각적인 정교사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에 대한 원칙을 순서대로 정리하면 대충 이렇게 될 것 같다.
"비정규직 교사제도는 폐지해야 한다. 그러나 '교원의 휴직, 파견, 연수, 징계 후 교원소청 중인 일시적 사유의 대체 등' 일시적인 사유로 불가피한 사유에만 예외적으로 인정한다. 그렇다고, 현재 근무하는 모든 비정규직 교사의 일률적이고,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은 불가능하다.
사립학교에 만연한 불법 사유의 기간제교사, 4년 이상 장기 기간제교사는 철저히 지도감독하여 사안별로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 (기간제교사가 아닌) 영어회화전문강사, 스포츠강사 등은 교육적합성이 없거나 현저히 떨어지므로 제도로서는 폐지하되 소송 중인 사건의 판결에 따라 이들의 신분 보장 문제는 교육 당국이 별도로 대책을 마련한다."
모든 비정규직교사의 일률적이고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도 불가하지만, 그렇다고 단 1명도 안 된다는 주장 역시 타당성이 없다. 즉, 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이란 주장은 해결책은커녕 서로간의 감정의 골만 키울 뿐이다. 그러니까, 일부는 전환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고, 일부는 전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서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선례로 쉽게 부정되는 임용고시 유일론
현재 국공립학교의 임용고시, 사립학교의 학교별 공개 경쟁전형이라는 신규교사 채용 제도가 있다. 따라서 이 경로를 통하지 않는 어떠한 신규 채용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을 일부 교사들과 임용고시생들이 강하게 하고 있다. 임용고시가 아닌 다른 경로의 정교사 임용은 교육전문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나아가 공정하지도, 객관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누구라도 정교사가 되고 싶으면 시험 합격하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즉, 임용고시 유일론, 절대론은 선례(先例)로 쉽게 부정된다. 과거의 사례도 그렇고, 현행법도 그렇고 임용고시만이 유일한 정교사 임용 통로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임용 고시를 통하지 않고 정교사가 되는 경로가 현행법에도 있고, 과거의 선례로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첫 번째 사례가 미발추와 군미추이다. 대학 졸업 후 교사임용 후보자 명부에 등재돼 임용이 예정돼 있었으나 국공립대 졸업생의 우선 임용을 규정한 교육공무원법 제11조 제1항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을 받으면서 교원 임용을 받지 못한 이들과 군 복무로 인하여 발령을 받지 못한 이들을 구제하는 방안("국립사대졸업자 교원 미임용자(미발추) 임용 등에 관한 특별법 전부 개정 법률"과 "병역의무 관련 교원 미임용자(군미추) 임용 등에 관한 특별법")이 2005년 시행되면서 이후 순차적으로 이들이 "임용고시 없이" 정교사로 발령받았다.
임용고시가 실시된 이후의 일이지만 과목별로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인원이 임용고시 없이 정교사가 된 것이다. 당시 일부 일부에서 선발 인원이 줄어드는 것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아가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헌법재판소는 문제가 없다고 결정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시국사건에 연루되어 해직되거나 재계약되지 못해 학교를 떠난 기간제교사를 민주정부가 들어선 이후 임용고시를 거치지 않고 특별 채용한 사례도 있다. 그 근거가 바로 교육공무원법 제12조와 교육공무원임용령 제9조의2의 특별채용 조항이다.
이 법에 의하면, 임용 예정직에 3년 이상의 근무 실적이 있는 사람을 임용고시를 거치지 않고 교사로 특별채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아니 이 조항들이 그대로 있기 때문에 지금도 가능하다. 기간제교사의 경우 교육경력 3년이 초과한 경우 정교사로 특별채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이 특별채용 조항을 이용하여 최근에도 그렇게 하고 있다.
1999년 전교조 합법화 이후 이러저러한 이유로 해직된 교사들, 즉 법원의 판결로 해직이 정당하다고 결론난 교사들도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이 특별 채용 조항을 근거로 하여 공립학교에 정교사로 특별채용된 사례가 있다. 지금도 이 조항을 이용하여 임용 고시 없이 특별 채용을 요구하는 대상자들이 있다. 임용고시 절대론을 내세워 이들에게 임용 고시를 통해 정교사가 되라고 요구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또 있다. 경기, 전남 등 상대적으로 농어촌지역에서 폐교되거나 학급이 감축, 과목 폐지 등의 이유로 사립학교의 교사들을 공립학교 정교사로 특별채용하는 경우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 때에도 사립학교 근무한 경력이 3년 이상이면 임용고시 없이 '합법적'으로 공립학교의 정교사가 될 수 있다.
임용고시를 통하지 않은 채용이 선발 정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모두 특별 사유로 인하여 타당성이 인정된 사례들이다. 이런 선례들의 근거조항이 된 특별채용 조항은 지금도 교육공무원법과 교육공무원임용령에 있기 때문에 당장 활용해도 불법이 아니다.
[논란③] 영어회화전문과 스포츠강사제도
현재 여러 비정규직 문제 중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당사자들이 아마 영어회화전문강사와 스포츠강사인 것 같다. 이 문제가 가장 크게 부각된 이유는 이들이 초중등교육법 상 '교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원자격증이 없는 경우도 많다. 법적 근거 조항도 다르고 임용 사유도 다르다. 시도별로 다르고, 학교별로 다르며, 급별로도 다르다.
우리 헌법이 교육의 전문성을 규정하고 있고, 교원의 지위에 관한 것을 국회 제정 법률로 정하도록 하는 교원지위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초중등학교에서 교원자격증이 없는 사람을 정교사로 임용하는 것은 100% 위헌이다.
이 제도가 교육적 필요성에 의한 적합성에 따라 국민, 적어도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 입법 절차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라면 (찬반을 떠나) 달리 생각할 여지가 있겠지만, 이 제도는 MB정부 시절 대통령령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갑작스럽게 생겼다. 도입 당시부터 학교에 무분별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교육적 적합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도라는 등의 이유로 전교조를 비롯한 교사들이 격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제도로서 영어회화전문강사와 스포츠강사제도를 반대하는 것과 이들을 당장 해고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별개다. 왜 그런가? 과거 교련 교과목의 폐지와 교련 교사들의 고용 문제 해결 선례를 참고해 볼 만하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권위주의 군사정권 시절에는 학교에 교련이라는 과목이 있었다. 군복을 입고, 군화를 신은 선생님이 있었고, 학생들이 군복(처럼 생긴 교련복)을 입고 총(처럼 생긴 나무 또는 플라스틱 가짜)을 들고 총검술을 배우며 총 쏘는 자세 연습을 했다.
사실 교련 선생님은 교육대나 사범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교육대학원을 나와서 교사자격증을 받은 사람도 아니다. 제대한 군인들이 취업의 일환으로 학교에 와서 학생들에게 교련을 가르친 것이다. 물론 연수도 받고, 일정 기간 준비는 했을 것이다. 전교조는 교련 교과의 폐지를 주장했는데, 아무리 분단 상황을 인정하더라도 초중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군복을 입고, 총을 든 채 군사 교육을 받는 것은 어느 면에서 보나 교육적이지 않다는 것이 핵심적인 이유였다.
결국 교련 교과는 폐지되었다. 군복을 입고, 총을 든 학생들이 학교에서 군사 훈련을 하는 일은 없어졌다. 교련을 가르치던 선생님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교련 교과는 없어졌지만 그 때 교련을 가르치던 선생님들은 (자발적으로 이직하지 않는 한) 모두 정년까지 교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정부에서 세금으로 마련한 부전공 연수를 받거나 대학원을 가는 등의 과정을 거쳐서 대부분 학교에 남아있었다.
제도로서의 교련 과목이 없어졌지만 교련 선생님의 신분 보장 문제는 구분해서 본 것이다. 영어회화전문강사나 스포츠강사의 문제 해결에 이 사례를 적용하면 어떨까? 즉, 영어회화전문강사와 스포츠강사제도는 폐지하되 해당 강사들의 신분 문제에 대한 별도의 대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기한을 두고 자발적 이직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고(퇴임이나 이직을 하는 경우 더 이상 추가 임용하지 않음) 대학원이나 편입 등의 방법으로 교원자격증을 얻어서 임용고시를 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일정 정도까지 제도 시행을 유예 하는 등의 방법으로 당장의 실직 위협을 받지 않도록 하면 된다. 그 동안 정부가 책임을 지고 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현재 이들의 신분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대전 고등법원은 영어회화전문강사로 근무하다가 계약 만료 통보(=재고용 거부)를 받은 임아무개씨 등 2명이 제기한 부당해고 소송에서 이런 논리로 이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기간제근로자로서 수차례의 계약갱신 및 재채용 절차를 반복하면서 4년을 초과하여 계속 근로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에 따라 참가인들은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되었다고 할 것이다. 결국 참가인들에 대한 계약기간 만료 통보는 부당해고에 해당하고, 이러한 전제에 선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대전고등법원 2016누13470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현재 대법원의 최종심이 남아있다. 이 판결문에 의하면, 학교를 달리하여 임용되었다고 하더라도 4년 이상 근무한 영어회화전문강사는 기간제법의 적용을 받아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간주되므로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상시근무직으로 인정한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학교를 달리하여 임용되어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현재까지 정부는 이들은 상시근로직이 아니며, 4년이 지나더라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는 기간제교사도, 스포츠강사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대법원의 최종 선고에 따라서는 정부의 입장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와 비정규직전환심사위원회가 당장 어떤 결론을 내놓지 않더라도 이 소송의 최종 결론은 모든 영어회화전문강사와 스포츠강사 등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제도로서의 찬반을 떠나서 정부가 이들의 신분 문제에 대해 별도의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이다.
"대통령과 교육부장관의 결단이 필요한 이유"
문제의 원인은 명확하다. 정부가 교원수급 정책을 잘못 세워서 생긴 것이고, 특히, MB정부가 교육계 합의 없이 이런 저런 비정규직교사 제도를 마구 도입한 것이 원인이다. 사학재단의 불법적인 기간제 채용 확대가 또 하나의 원인이다. 이 문제가 지금처럼 더욱 격화된 이유는 학생수 감소를 이유로 한 신규 교원 채용 축소란 상황이 겹쳤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대한민국 정부만이 가지고 있다. 기간제교사와 임용고시생, 정교사들끼리 싸우도록 만드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정부는 우선 신규교사 정원을 늘리는 것을 결심해야 한다.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이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는 결단이다.
OECD 수준에 맞는 교원당 학생수, 학급당 학생수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다. 모든 정권이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어떤 정권도 지키지 않았다. 신규교사 정원을 늘리는 것만이 근본 해결책이다.
만약 예산이 문제라면, 정말로 다른 방법이 없다면 최후 수단으로 교사의 성과급을 폐지하는 것도 고민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차등성과급은 교원평가와 더불어 교사의 교육적 자긍심을 짓밟는 대표적인 교육적폐 제도이다. 교원성과급제와 교원평가를 폐지하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교원에 대한 국가적 예우'의 시작이다. 성과급을 폐지한 예산의 일부로 교원 수를 늘리는 것까지도 검토해야 한다. 정부가 이번 논란을 해결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찾길 바란다. 그래야 대한민국 정부다.
우습게도 이 논란을 만든 당사자인 정부는 뒤에 숨어 보이지도 않는다. 기간제교사들과 정교사, 임용고시준비생들이 싸우는 양상이다. 여기에 전교조의 입장을 두고 전교조 내부뿐 아니라 노동운동 단체들까지 입장을 달리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이 글에선 왜 서로의 입장이 다른지, 무엇이 진실인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하나씩 따져보려고 한다.
[논란①] 전교조가 역사성을 배반했다? 비정규직 철폐를 반대한다?
▲ '임용 인원 감소 항의' 전국교대생 총궐기대회초등교사 임용 예정 인원 감소에 교대생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OECD평균 수준 학급당 학생 수 감축’ ‘1수업 2교사제 졸속 도입 등 단기적 대책 철회’ 등을 요구하는 전국교육대학생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 권우성
전교조는 창립 이후 쭉 비정규직교사의 차별 철폐뿐 아니라 신분 보장, 나아가 제도 자체의 폐지를 주장해 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기간제교사의 임금을 차별하던 호봉상한선 철폐, 방학에 임금 안 주기 쪼개기 계약 폐지, 기간제교사의 연가 등 휴가권 보장, 기간제교사의 성과급 소송 지원, 시간강사의 주휴 수당 미지급 문제 해결, 퇴직금 미지급을 위한 3월1일 제외 계약 관행 폐지 등 수없이 많은 비정규직교사의 차별 철폐를 위해 싸워왔다.
전교조는 영어회화전문강사와 스포츠강사 제도가 도입될 때부터 '학교 비정규직만 양산할 것이 뻔한 제도이고, 교육의 전문성을 훼손하는 제도'라고 비판하며 도입 자체를 반대하고 대신 정규직 교사 정원을 늘릴 것을 촉구했다. 지금도 전교조는 제도로서의 비정규직교사 폐지와 더불어 정규직 교원을 채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도로서의 비정규직교사 제도 폐지라는 원칙과 일괄적인 신분 전환이라는 현실의 차이일뿐이다.
교육전문가인 교사라는 자리에 경쟁교육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제비뽑기로 할 수는 없다. 이건 우리 헌법이 규정한 교육전문성에 대한 심각한 부정이고, 결국 학생들을 위한 것도 아니며,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이걸 부정할 수 있는가?
[논란②] All or Nothing? 불가능한 무책임한 주장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철폐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한) 비정규직 교사 제도의 폐지를 찬성하지만 현실적으로, 법적으로는 어렵다. 기간제교사, 영어회화전문강사, 스포츠강사, 시간강사 등 비정규직교사를 즉각적으로, 그리고 일률적으로 정교사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쉽게 증명된다.
기간제교사 중에서 명예퇴직이나 정년퇴임을 한 후 다시 기간제교사나 강사로 임용된 분들이 적지 않다. 기간제교사의 일률적이고, 즉각적인 정교사 전환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말 이들의 정교사 전환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다른 사례는 또 있다. 출산이나 육아, 질병이나 유학, 연수 등을 이유로 일시적으로 휴직을 한 정교사의 자리에 임용된 기간제교사들이 많다. 이들을 정교사로 전환하면 휴직이 끝난 후 복직한 정교사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학생을 반반씩 나누어서 가르칠 것인가, 아니면 한 사람을 강제로 다시 휴직을 하도록 할 것인가?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영어회화전문강사나 스포츠강사, 시간강사 중에서는 교원자격증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없는 사람도 많다. 교원자격증이 없는 사람을 정교사로 전환하는 것은 우리 헌법이 규정한 교육의 전문성을 심각하게 부정하는 것이다.
필자 역시 비정규직의 차별 철폐를 주장하고,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를 반대하지 않지만 일률적인, 즉각적인 정교사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에 대한 원칙을 순서대로 정리하면 대충 이렇게 될 것 같다.
"비정규직 교사제도는 폐지해야 한다. 그러나 '교원의 휴직, 파견, 연수, 징계 후 교원소청 중인 일시적 사유의 대체 등' 일시적인 사유로 불가피한 사유에만 예외적으로 인정한다. 그렇다고, 현재 근무하는 모든 비정규직 교사의 일률적이고,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은 불가능하다.
사립학교에 만연한 불법 사유의 기간제교사, 4년 이상 장기 기간제교사는 철저히 지도감독하여 사안별로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 (기간제교사가 아닌) 영어회화전문강사, 스포츠강사 등은 교육적합성이 없거나 현저히 떨어지므로 제도로서는 폐지하되 소송 중인 사건의 판결에 따라 이들의 신분 보장 문제는 교육 당국이 별도로 대책을 마련한다."
모든 비정규직교사의 일률적이고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도 불가하지만, 그렇다고 단 1명도 안 된다는 주장 역시 타당성이 없다. 즉, 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이란 주장은 해결책은커녕 서로간의 감정의 골만 키울 뿐이다. 그러니까, 일부는 전환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고, 일부는 전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서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선례로 쉽게 부정되는 임용고시 유일론
현재 국공립학교의 임용고시, 사립학교의 학교별 공개 경쟁전형이라는 신규교사 채용 제도가 있다. 따라서 이 경로를 통하지 않는 어떠한 신규 채용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을 일부 교사들과 임용고시생들이 강하게 하고 있다. 임용고시가 아닌 다른 경로의 정교사 임용은 교육전문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나아가 공정하지도, 객관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누구라도 정교사가 되고 싶으면 시험 합격하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즉, 임용고시 유일론, 절대론은 선례(先例)로 쉽게 부정된다. 과거의 사례도 그렇고, 현행법도 그렇고 임용고시만이 유일한 정교사 임용 통로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임용 고시를 통하지 않고 정교사가 되는 경로가 현행법에도 있고, 과거의 선례로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첫 번째 사례가 미발추와 군미추이다. 대학 졸업 후 교사임용 후보자 명부에 등재돼 임용이 예정돼 있었으나 국공립대 졸업생의 우선 임용을 규정한 교육공무원법 제11조 제1항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을 받으면서 교원 임용을 받지 못한 이들과 군 복무로 인하여 발령을 받지 못한 이들을 구제하는 방안("국립사대졸업자 교원 미임용자(미발추) 임용 등에 관한 특별법 전부 개정 법률"과 "병역의무 관련 교원 미임용자(군미추) 임용 등에 관한 특별법")이 2005년 시행되면서 이후 순차적으로 이들이 "임용고시 없이" 정교사로 발령받았다.
임용고시가 실시된 이후의 일이지만 과목별로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인원이 임용고시 없이 정교사가 된 것이다. 당시 일부 일부에서 선발 인원이 줄어드는 것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아가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헌법재판소는 문제가 없다고 결정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시국사건에 연루되어 해직되거나 재계약되지 못해 학교를 떠난 기간제교사를 민주정부가 들어선 이후 임용고시를 거치지 않고 특별 채용한 사례도 있다. 그 근거가 바로 교육공무원법 제12조와 교육공무원임용령 제9조의2의 특별채용 조항이다.
이 법에 의하면, 임용 예정직에 3년 이상의 근무 실적이 있는 사람을 임용고시를 거치지 않고 교사로 특별채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아니 이 조항들이 그대로 있기 때문에 지금도 가능하다. 기간제교사의 경우 교육경력 3년이 초과한 경우 정교사로 특별채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이 특별채용 조항을 이용하여 최근에도 그렇게 하고 있다.
1999년 전교조 합법화 이후 이러저러한 이유로 해직된 교사들, 즉 법원의 판결로 해직이 정당하다고 결론난 교사들도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이 특별 채용 조항을 근거로 하여 공립학교에 정교사로 특별채용된 사례가 있다. 지금도 이 조항을 이용하여 임용 고시 없이 특별 채용을 요구하는 대상자들이 있다. 임용고시 절대론을 내세워 이들에게 임용 고시를 통해 정교사가 되라고 요구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또 있다. 경기, 전남 등 상대적으로 농어촌지역에서 폐교되거나 학급이 감축, 과목 폐지 등의 이유로 사립학교의 교사들을 공립학교 정교사로 특별채용하는 경우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 때에도 사립학교 근무한 경력이 3년 이상이면 임용고시 없이 '합법적'으로 공립학교의 정교사가 될 수 있다.
임용고시를 통하지 않은 채용이 선발 정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모두 특별 사유로 인하여 타당성이 인정된 사례들이다. 이런 선례들의 근거조항이 된 특별채용 조항은 지금도 교육공무원법과 교육공무원임용령에 있기 때문에 당장 활용해도 불법이 아니다.
[논란③] 영어회화전문과 스포츠강사제도
▲ 지난 9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정규직화 요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재 여러 비정규직 문제 중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당사자들이 아마 영어회화전문강사와 스포츠강사인 것 같다. 이 문제가 가장 크게 부각된 이유는 이들이 초중등교육법 상 '교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원자격증이 없는 경우도 많다. 법적 근거 조항도 다르고 임용 사유도 다르다. 시도별로 다르고, 학교별로 다르며, 급별로도 다르다.
우리 헌법이 교육의 전문성을 규정하고 있고, 교원의 지위에 관한 것을 국회 제정 법률로 정하도록 하는 교원지위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초중등학교에서 교원자격증이 없는 사람을 정교사로 임용하는 것은 100% 위헌이다.
이 제도가 교육적 필요성에 의한 적합성에 따라 국민, 적어도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 입법 절차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라면 (찬반을 떠나) 달리 생각할 여지가 있겠지만, 이 제도는 MB정부 시절 대통령령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갑작스럽게 생겼다. 도입 당시부터 학교에 무분별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교육적 적합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도라는 등의 이유로 전교조를 비롯한 교사들이 격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제도로서 영어회화전문강사와 스포츠강사제도를 반대하는 것과 이들을 당장 해고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별개다. 왜 그런가? 과거 교련 교과목의 폐지와 교련 교사들의 고용 문제 해결 선례를 참고해 볼 만하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권위주의 군사정권 시절에는 학교에 교련이라는 과목이 있었다. 군복을 입고, 군화를 신은 선생님이 있었고, 학생들이 군복(처럼 생긴 교련복)을 입고 총(처럼 생긴 나무 또는 플라스틱 가짜)을 들고 총검술을 배우며 총 쏘는 자세 연습을 했다.
사실 교련 선생님은 교육대나 사범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교육대학원을 나와서 교사자격증을 받은 사람도 아니다. 제대한 군인들이 취업의 일환으로 학교에 와서 학생들에게 교련을 가르친 것이다. 물론 연수도 받고, 일정 기간 준비는 했을 것이다. 전교조는 교련 교과의 폐지를 주장했는데, 아무리 분단 상황을 인정하더라도 초중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군복을 입고, 총을 든 채 군사 교육을 받는 것은 어느 면에서 보나 교육적이지 않다는 것이 핵심적인 이유였다.
결국 교련 교과는 폐지되었다. 군복을 입고, 총을 든 학생들이 학교에서 군사 훈련을 하는 일은 없어졌다. 교련을 가르치던 선생님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교련 교과는 없어졌지만 그 때 교련을 가르치던 선생님들은 (자발적으로 이직하지 않는 한) 모두 정년까지 교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정부에서 세금으로 마련한 부전공 연수를 받거나 대학원을 가는 등의 과정을 거쳐서 대부분 학교에 남아있었다.
제도로서의 교련 과목이 없어졌지만 교련 선생님의 신분 보장 문제는 구분해서 본 것이다. 영어회화전문강사나 스포츠강사의 문제 해결에 이 사례를 적용하면 어떨까? 즉, 영어회화전문강사와 스포츠강사제도는 폐지하되 해당 강사들의 신분 문제에 대한 별도의 대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기한을 두고 자발적 이직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고(퇴임이나 이직을 하는 경우 더 이상 추가 임용하지 않음) 대학원이나 편입 등의 방법으로 교원자격증을 얻어서 임용고시를 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일정 정도까지 제도 시행을 유예 하는 등의 방법으로 당장의 실직 위협을 받지 않도록 하면 된다. 그 동안 정부가 책임을 지고 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현재 이들의 신분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대전 고등법원은 영어회화전문강사로 근무하다가 계약 만료 통보(=재고용 거부)를 받은 임아무개씨 등 2명이 제기한 부당해고 소송에서 이런 논리로 이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기간제근로자로서 수차례의 계약갱신 및 재채용 절차를 반복하면서 4년을 초과하여 계속 근로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에 따라 참가인들은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되었다고 할 것이다. 결국 참가인들에 대한 계약기간 만료 통보는 부당해고에 해당하고, 이러한 전제에 선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대전고등법원 2016누13470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현재 대법원의 최종심이 남아있다. 이 판결문에 의하면, 학교를 달리하여 임용되었다고 하더라도 4년 이상 근무한 영어회화전문강사는 기간제법의 적용을 받아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간주되므로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상시근무직으로 인정한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학교를 달리하여 임용되어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현재까지 정부는 이들은 상시근로직이 아니며, 4년이 지나더라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는 기간제교사도, 스포츠강사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대법원의 최종 선고에 따라서는 정부의 입장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와 비정규직전환심사위원회가 당장 어떤 결론을 내놓지 않더라도 이 소송의 최종 결론은 모든 영어회화전문강사와 스포츠강사 등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제도로서의 찬반을 떠나서 정부가 이들의 신분 문제에 대해 별도의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이다.
"대통령과 교육부장관의 결단이 필요한 이유"
문제의 원인은 명확하다. 정부가 교원수급 정책을 잘못 세워서 생긴 것이고, 특히, MB정부가 교육계 합의 없이 이런 저런 비정규직교사 제도를 마구 도입한 것이 원인이다. 사학재단의 불법적인 기간제 채용 확대가 또 하나의 원인이다. 이 문제가 지금처럼 더욱 격화된 이유는 학생수 감소를 이유로 한 신규 교원 채용 축소란 상황이 겹쳤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대한민국 정부만이 가지고 있다. 기간제교사와 임용고시생, 정교사들끼리 싸우도록 만드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정부는 우선 신규교사 정원을 늘리는 것을 결심해야 한다.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이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는 결단이다.
OECD 수준에 맞는 교원당 학생수, 학급당 학생수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다. 모든 정권이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어떤 정권도 지키지 않았다. 신규교사 정원을 늘리는 것만이 근본 해결책이다.
만약 예산이 문제라면, 정말로 다른 방법이 없다면 최후 수단으로 교사의 성과급을 폐지하는 것도 고민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차등성과급은 교원평가와 더불어 교사의 교육적 자긍심을 짓밟는 대표적인 교육적폐 제도이다. 교원성과급제와 교원평가를 폐지하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교원에 대한 국가적 예우'의 시작이다. 성과급을 폐지한 예산의 일부로 교원 수를 늘리는 것까지도 검토해야 한다. 정부가 이번 논란을 해결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찾길 바란다. 그래야 대한민국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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