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적폐 상징'의 하나인 경남도청 정문 화단의 '채무제로 기념식수' 나무를 없애든지 아니면 다른 쪽으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조만간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채무제로 기념식수 나무를 없애라"는 내용으로 1인시위를 벌여 문제제기를 해나가기로 했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채무제로'를 달성했다며 2016년 6월 1일, 이곳에 기념식수를 했다. 나무 앞에는 '채무제로 기념식수'라는 표지석도 해놓았다.

처음에는 기념식수로 사과나무를 심었는데 제대로 자라지 못하면서 시들해졌다. 이에 경남도는 2016년 10월 17일 '기념식수'를 해놓은 사과나무를 뽑아내고 그 자리에 40년생 '주목'으로 바꿔 심었다.

당시 경남도는 "홍준표 지사가 지난 3년 6개월 동안 경남도의 채무 1조 3488억원을 다 갚은 것을 기념해 사과나무를 심었다"고 했지만, 그 사과나무는 이곳에서 한번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바꿔 심은 주목도 시들해졌다. 겉보기에는 초록빛이 거의 사라지고 누렇게 말라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이에 경남도는 올해 4월 11일 다른 주목으로 교체해 심어 놓았다.

지금 주목은 세 번째 나무인 셈이다. 경남도는 주목을 교체해 심은 뒤, 배수를 위해 땅 속에 4개의 관을 묻어 놓았고, 차양막(그날막)을 쳐 놓았다.

'채무제로 기념식수'는 경남도청 정문 화단에 있는 조형물인 '낙도의 탑' 바로 앞에 있다. 이 조형물은 경남도청이 부산에서 창원으로 이전한 것을 기념해 1983년 10월 14일 세워졌다.


경남도청 뜰에는 많은 기념식수가 있지만, 낙도의 탑 앞에 나무가 심어지기는 '채무제로 기념식수'가 처음이었다.

이 나무에 최근 변화가 생겼다. 나무를 덮고 있던 차양막을 거둬낸 것이다. 경남도는 지난 24일 차양막을 거둬내고, 정문 앞에 놓여 있었던 '불통의 상징'인 대형 화분 130여개를 철거했다.

이런 가운데 '채무제로 기념식수' 나무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지난 24일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행정부지사)을 면담한 자리에서 나무 철거를 요구했다.

김영만 상임의장은 "도청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자리에 나무가 세워져 있다. 그동안 기념식수가 많았지만 역대 도지사들이나 누구도 그 자리에는 하지 않았다"며 나무를 없애줄 것을 요구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기념식수에 대해 보고를 받지 못했다"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만 의장은 "면담했던 그날 바로 화분을 없애고 나무를 뒤덮고 있던 차양막을 거둬냈는데,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나무를 뽑아내서 없애버려야 하기에, 조만간 1인시위 등 활동을 벌일 것"이라 밝혔다.

조형물인 '낙도의 탑' 앞에 기념식수를 심는 것이 맞지 않아 옮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경전문가 박정기(창원)씨는 "지금까지는 도청 들어가면 첫 번째 만나는 조형물이 낙도의탑이었고, 상징성이 있다"며 "그런데 그 앞에 또 기념식수를 했던 것"이라 말했다.

그는 "옥외공간 조경의 기본은 기념물 앞에 다른 상징물을 설치해서 기존 조형물이 가려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라 강조했다.

또 박정기씨는 "나무는 고유 특성을 무시해서 특정 위치에 심어서는 안된다. 지금 심어 놓은 주목 밑으로 배관을 해놓았다. 나무는 자연 상태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관시설까지 했다는 것은 억지로 생명을 연명하기 위한 조치이고, 한 마디로 말해 '박제된 나무'다. 사방에 복사열도 많고, 그늘 한 점 없으며, 배수도 되지 않는다. 그런 곳에 나무를 심어서는 안되고, 지금 주목은 옮기는 게 맞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