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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PD "공영방송을 왜 살려야 하냐면..."

[현장] 공범자들 여의도 시사회, 총선넷 활동가들과 뉴스타파 달력촬영 하기도

등록|2017.08.29 13:39 수정|2017.08.29 13:40
여의도 하면 벚꽃을 비롯해 금융과 정치가 떠오른다. 하지만 공영방송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KBS본사가 있으며, 신뢰도 1위 마봉춘 시대를 휘날리던 구 MBC 사옥도 남아있다.

지난 25일 저녁 최승호 PD가 여의도 CGV에 나타났다. 황우석 박사 논문조작을 비롯해, 광우병소고기 파동 등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특종으로, 마봉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그였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MBC에서 일하지 않는다. 오늘 일정도 최근 개봉한 그의 두 번째 영화, <공범자들>의 시사회 때문이었다. 본 행사에 앞서 그와 함께 2018년 뉴스타파 달력사진을 찍었다.

▲ 최승호 PD와 총선시민네트워크의 젊은 활동가들이 함께 뉴스타파 달력촬영을 하고있다. 박근혜정부는 2016년 총선패배 후 낙선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시민단체를 표적수사했다. 현재 22명이 재판을 받고있다. 총선넷 사건의 재판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을 맡은 김진동 판사다. ⓒ 강홍구


뉴스타파 초창기인 2012년부터 후원해온 덕인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모를 달력모델이 되었다. 총선시민네트워크의 젊은 활동가들이 함께 했다. 지난 총선 패배 이후 박근혜 정부는 '낙선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시민단체를 표적 수사를 했다.

이 때문에 22명의 활동가들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을 담당한 김진동 판사가 이 사건을 맡고 있다.

가까이서 본 그는 소탈하고 무뚝뚝해 보이는, 동네 아저씨의 전형이었다. "자, 여기 카메라 렌즈를 보시고 좀 웃어보세요." 연거푸 계속되는 사진작가의 바람에도, 그의 표정은 한없이 어색했다.

"난 웃는 게 잘 안 돼. 어쩔 수 없어."

작가의 고개가 갈수록 갸우뚱해지자, 최PD가 겸연쩍게 웃었다. 진중하게 핵심을 찌르는 멘트를 날리던 방송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데 시민단체 활동하면서 후원할 여력이 되나요?" 그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한 달에 5000원 밖에 안 되는 정말 소액이라고 답했지만, "그래도 초창기부터면... 시민단체도 어려우니 이제 안 해도 돼요"라고 불쑥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언론을 장악한 지난 9년은 공영방송의 암흑기였다. 1·2위를 다투던 KBS와 MBC의 신뢰도는 끝없이 추락했다. 저항하는 언론인들은 비제작부서로 밀려나고, 끝없이 불이익을 입었다. 그 역시 석연치 않게 해고당했고, 이직해야 했다.

영화감독으로 여의도에 오니 감회가 새롭다고도 했다. 그는 막간을 이용해 싸인도 해주었다. 은근히 푸근한 구석이 있었다. 함께 세상을 바꿔보자는 가슴 뛰는 한 문장이 적혀있었다. "그럼 잘 마무리하고 힘냅시다."

▲ 25일 최승호PD가 여의도CGV에 나타났다. 공범자들 시사회 때문이었다. 무뚝뚝해보이던 그는 소탈하고, 나름의 유머감각도 있는 동네아저씨 같았다. 막간을 이용해 싸인도 해주었다. ⓒ 강홍구


촬영한 지 30분정도 흘렀을까. 그가 부랴부랴 청계광장으로 향했다.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위한 촛불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요즘 영화개봉 일정 때문에,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칼 같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두 시간의 상영이 끝날 무렵 그가 다시 돌아왔다. 관객과의 대화시간 때문이었다. MBC 김민식PD와 임현주 아나운서가 함께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한 시간 가량 대화가 이어졌다. 최 PD는 언론을 장악하려 해온 이들이 참 지독했다고 회상했다.

"상식적인 방법으로 안 되니까 공영방송의 DNA를 아예 바꿔버리려는 시도였죠. 공채도 안하고. 왜냐? 공채로 뽑았는데 노조에 가입하는 거야... 싹을 없애려고 전부 경력직으로, 아나운서도 계약직으로만 뽑고..."

그는 공영방송을 상수도에 비유했다.

"공영방송을 왜 살려야 하느냐 질문들을 많이 하시는데, 저는 상수도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 자연스럽게 마시는 것처럼, (공영방송을) 통해 여론이 형성되고,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도 하지요."

"지금은 이 상수도가 완전히 오염된 거고요. 우리 돈으로 만든 이 상수도를 제대로 써야하지 않을까요?" 그는 마지막까지 공영방송 정상화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는 기자·피디·아나운서 등 350명이 제작거부에 들어갔으며, 29일까지 총파업 투표를 벌이고 있다. 전일 기준으로 투표율은 85%를 넘었다. KBS 본부도 기자 295명과 피디 40명이 제작거부에 들어갔으며, 다음 달 4일과 7일 순차적으로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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