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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다시그리기길 리뉴얼사업 '삐거덕'

중구청 "예정대로 추진"... 예술인 "중구청, 이제 와서 주인행세"

등록|2017.09.04 14:21 수정|2017.09.04 14:21
(사)인디053, 니나노프로젝트예술가협동조합, (사)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대구지회 등은 4일 오후 2시 김광석거리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의 '김광석다시그리기의 '관(官)트리피케이션'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방천시장문전성시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된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은 2010년 11월 시민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당시 참여 예술인들은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제안·협의하면서 90m의 거리에서 김광석을 다시 살려냈으며, 대구시는 이 방식을 적극 권장하고 후원까지 했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이들은 또 "이처럼, 참여 문화예술인들의 제안·협의로 만들어진 것이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이며, 누구의 지시가 있었거나 발주형태로 사업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 참여 문화예술인의 자발적인 아이디어와 기획으로 시작한 일"이라며 "이런 노력들이 있었기에,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은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라고 말했다.

즉, 자율성과 자발성이야말로 이 거리를 오늘에 있게 한 근원이며, 전국적 명소로 이끈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대구 중구청이 지난달 14일 '김광석다시그리기길 관광인프라 개선사업' 공고를 내면서부터, 그동안 사이가 좋았던 예술인들과의 협력관계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문제가 된 사업공고문에는 ▲사업수행으로 얻어지는 각종 자료일체, 저작권 및 기타 법률적인 행위의 권한 일체는 대구 중구청의 소유가 된다 ▲또한 일정기간(2년) 경과 후 벽화·조형물이 퇴색되어 리뉴얼(renewal)이 필요한 경우 수급자의 동의 없이 대구 중구청의 판단으로 벽화·조형물을 철거할 수 있게 된다 ▲기존 벽화 중 작품성이 뛰어나며 인기가 높은 작품(시민․관광객의 인기투표로 선정)은 보존하고, 작품의 훼손정도가 심하고 인기가 낮은 작품을 우선적으로 철거하며, 벽화의 훼손이 있는 경우 리뉴얼 사업 시 새로 보수하여 유지한다 등의 내용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예술인들은 "이것은 거리를 만든 창작자들의 본질을 완전히 흐리는 것이며, 창작자들을 무시하는 형태"라며 "한마디로, 이제 이 거리는 대구 중구청의 소유이니 자신들 마음대로 만들고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민간에서 열심히 이룩한 성과를 행정이 일방적으로 가져간 이른바 '관(官)'트리피케이션"이라고 꼬집었다.

<김광석다시그리길>을 최초 제안하고 총괄기획까지 한 이창원 인디053 대표는 4일 통화에서,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의 자율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고, 원래 정신을 회복하기 위한 지속적이고 다양한 활동을 해나갈 것"이라며 "또한 도시재생 및 공공예술사업에서 창작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 대응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고가 나간 이후 중구청 관계자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번 만났지만,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뜻만 전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중구청 관계자는 같은 날 통화에서 "예술인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예술인 측과 협의했지만, 타협점을 쉽사리 찾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사업은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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