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주재 미국 대사 "북한이 전쟁 구걸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개최... 한·미·일 "강력한 제재"-중·러 "군사옵션 안돼" 북핵 해법 '시각차'
▲ 북한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유엔 안보리가 북한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하며 새 제재 결의 추진에 나섰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은 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북한의 제6차 핵실험 대응을 위한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대북 제재를 본격적으로 논의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이 전쟁을 구걸하고 있다"라며 "북한의 핵실험 강행은 유엔이 북한에 대해 어설픈 제재를 그만하고 가장 강력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미사일로 위협한다면 인내심이 한계에 달할 것"이라며 "우리의 영토와 동맹국들을 반드시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일리 대사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더욱 진전되고 위험해졌다"라며 "이번 핵실험은 북한이 도발을 더 이상 그만둬야 한다고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뺨을 때린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조태열 유엔 주재 한국 대사는 "북한을 진지한 대화로 끌어내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할 때가 왔다"라며 "새 제재 결의에는 북한의 불법 대량파괴무기(WMD) 프로그램으로 유입되는 자금을 차단하고, 평양이 큰 고통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벳쇼 고로 유엔 주재 일본 대사도 "지금까지의 제재 결의는 충분하지 않았다"라며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으며, 안보리가 북한에 대해 '최대의 압박'을 가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달에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해 석탄, 철, 철광석, 납 등 주요 광물의 수출을 전면 차단하는 대북 제재 결의 2371호를 채택한 바 있다.
미국 "북 핵개발-한미 군사훈련 중단 제안은 모욕적"
류제이 유엔 주재 중국 대사와 바실리 네벤샤 러시아 대사도 북한의 핵실험이 국제사회의 규범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강경 압박은 사실상 효과가 없다고 반박했다.
류 대사는 "북한이 잘못된 행동을 멈추고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대화에 참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며 "중국이 제기한 '동결 제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해결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헤일리 대사는 "이같은 '동결 대 동결'은 매우 모욕적(insulting)"이라며 "유엔 안보리에서 가장 강력한 제재를 결의하는 것이 유일한 외교적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류 대사는 "한반도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며, 중국은 한반도가 혼란과 전쟁에 빠져드는 것을 결코 놔두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미국의 군사옵션을 견제했다.
바실리 네벤샤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도 "안보리 결의를 무시하는 북한의 행위는 강력히 비난받을 만하다"라며 "하지만 한국의 군사옵션만으로는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은 향후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들도 제재하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으로 중국을 더 압박할 것"이라며 중국이 북한 기업들과의 거래를 먼저 중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대북 원유수출 금지를 비롯해 초강경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안보리에서 결의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임이사국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유엔 안보리는 이번 주 결의안 초안을 이사국들이 회람한 뒤 오는 11일 표결에 부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