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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겸 MBC 사장 심경 고백, 파업중인 조합원들은 웃었다

[현장] 총파업 2일째, 상암동 MBC서 생중계로 연결된 김장겸 출두 현장

등록|2017.09.05 12:29 수정|2017.09.05 13:54

고용지청 출석하는 김장겸 MBC사장 고용노동부의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다섯 차례 소환에 불응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장겸 MBC 사장이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에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공영방송의 수장으로서 언론자유와 방송독립을 어떻게 지킬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취임 6개월 밖에 안 된 사장이 정권의 편인, 사실상 무소불위의 언론노조를 상대로 무슨 부당 노동행위를 했겠습니까."

김장겸 MBC 사장이 예정대로 5일 오전 10시 경 서울 마포구 고용노동부 서부지청 앞에 출두했다. 김 사장은 포토라인 앞에 서서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말하고 추가 질문은 받지 않은 채로 서둘러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김장겸 사장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발됐으나 다섯 차례 고용노동부의 소환에 불응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이날 출석하게 됐다. 원래 4일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5명이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MBC 사옥을 찾았으나 김장겸 사장 측은 5일 오전 출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총파업 2일째, MBC 사옥 1층에 모인 언론노조 MBC 본부 조합원들. ⓒ 유지영


김장겸 사장이 고용노동부에 출두한 시각, 서울 상암동 MBC 사옥 1층에서는 4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아래 언론노조 MBC 본부) 조합원들이 현장 상황을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었다.

고용노동부 앞 현장 상황이 혼잡해 김장겸 사장이 어떤 말을 했는지 잘 전달이 되지 않자 집회 사회를 맡은 허일후 아나운서가 대신 김장겸 사장의 발언을 한 문장씩 읽어나갔다.

"공영방송의 수장으로서 언론자유와 방송독립을 어떻게 지킬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문장이 끝날 때마다 조합원들의 허탈한 웃음이 MBC 사옥 1층에 높게 퍼졌다.

언론노조 MBC 본부는 이날 고용노동부 앞 현장에 MBC 조합원을 급파해 다른 조합원들에게 현장 상황을 대신 전하기도 했다. 상암 MBC 사옥에서는 허일후 아나운서가 고용노동부 현장에 있는 이동경 MBC 기자와 대화를 나눴다.

이동경 기자는 이날 김장겸 사장의 얼굴을 보고 "괴물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고 솔직한 감상을 털어놓았다. 이 기자는 "김장겸 사장은 미소를 띠고 있었는데 이 난리통에 미소를 띠면서 '무소불위의 언론노조를 상대로' 같은 말을 했다. (이 장면은) 누가 봤어도 화가 났을 거다"라고 전했다.

김장겸 MBC사장 “당당히 조사 받고 가겠다”고용노동부의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다섯 차례 소환에 불응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장겸 MBC 사장이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에 출석하고 있다. 김 사장은 심경을 묻는 취재진에게 "공영방송의 수장으로서 언론자유와 방송독립을 어떻게 지킬까 요 며칠 고민이 많았다"며 "취임 6개월밖에 안된 사장이 정권의 편인, 사실상 무소불위의 언론노조를 상대로 무슨 부당 노동행위를 했겠나. 왔으니 당당히 조사받고 가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허일후 아나운서는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조합원들이 느끼는 감정일 것"이라고 말하며 "(김장겸 사장이 부동노동행위를 하지 않았다는데) 여기 지금 그 실제 사례들이 모두 앉아 있지 않나. 법적 책임을 받게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언급했다.

허 아나운서는 고용노동부 앞 현장에 모인 '태극기부대'의 피켓에 적힌 '힘내세요 사랑합니다' 등의 문구를 두고 "많은 국민들이 응원하고 있으니 (MBC에서) '힘내서' 나가셨으면 좋겠다"고 비꼬는 말을 하기도 했다. 사옥 1층에 모인 조합원들도 "국민들이 응원한다 힘내서 빨리나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조능희 전 위원장 "김장겸 나랑 같이 파업했는데"

조능희 언론노조 MBC 본부 11기 위원장은 "나랑 김장겸은 입사 동기"라며 "김장겸도 예전에는 나랑 같이 로비에서 농성하고 파업했다"는 말을 했다.

조 전 위원장은 "며칠 전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총파업이) MBC를 노영방송으로 만든다'고 말했는데 그거 다 맞는 말"이라면서 "김재철은 노보를 들고 열심히 돌리러 다닌 모범 조합원이었고 안광한도 노조 간부였다. 우리는 '노영방송'이 아닌 적이 없었다"고 꼬집어 말했다.

이어 조 전 위원장은 "우리는 공정방송을 하기 위해 못할 짓이 없으니 '무소불위'이고 갖은 탄압을 뚫고 공정방송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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