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사실'만 제대로 알아도, 탈원전 반대할 사람 있을까

[주장]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은 시대적 요구

등록|2017.09.06 09:43 수정|2017.09.06 09:43
우리는 전기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텔레비전, 세탁기, 냉장고, 청소기, 에어컨, 냉온수기, 공기청정기 심지어는 가스레인지를 대체한 인덕션까지 생활필수품처럼 우리 생활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제품을 가동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에너지를 계속 지금처럼 쓸 수 있을까?' '원자력발전소를 더 짓지 않으면 전기가 모자라진 않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담아내기 위해 대전환경운동연합은 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지난 7월말부터 8월초에 시민참여형대안에너지 시나리오 워크샵이란 행사를 개최하였었다.

대안에너지 시나리오 워크샵은 미래의 에너지 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에너지를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공급하고 소비할 것인지를 구상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만 제공한다면

시민참여형 대안에너지 시나리오 만들기 워트샵 단체사진. ⓒ 이경호


워크샵에서 나온 시민들의 의견 중 기억에 남는 내용들을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에너지는 정말 중요한 문제인데 잘 모르고 살았다','내가 실천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좋겠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동안 에너지를 펑펑 써온 것이 부끄럽다', '원자력발전소가 멈추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에너지 관련 정보를 제대로 제공해주면 원전을 선택하지 않을 것 같다', ' 탈원전 선언만 하지 말고 제대로 재생에너지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등등.

오랫동안 탈핵진영의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고민하고 주장해왔던 내용을 아니, 그 이상을 시민들 스스로 찾고 이야기 했다. 워크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에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정책을 바꿀 수 있는 활동으로 연계해달라는 요구도 했다.

워크샵을 마치고 나니 한 가지 확신이 들었다.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만 제공한다면 국민들 스스로 에너지 문제의 대안을 찾고 실천에 옮기겠다는 것이다. 워크샵에 참가한 시민들은 정부의 탈원전 발표를 듣고 내심 불안했다고 했다.

원자력발전소를 확대하는 것은 위험해서 안 될 것 같은데, 당장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면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 아닌지, 전기요금이 대폭 인상된다는데 얼마나 더 부담해야 하는 것인지, 블랙아웃이 계속 발생하는 건 아닌지 등등 여러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내용을 알고 보니 단계적으로 원자력발전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화하자는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라고 하였다. 국민들에게 부산과 울산 사이에 9번째, 10번째 원자력발전소인 신고리 5,6호기를 건설해서 세계 최대의 원전단지를 조성하고 있는데, 그곳 인근에서 60여개의 활성단층이 조사되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면 원전을 계속 건설하자는 사람이 있을까?

한 달에 가구당 5~6천원 정도의 전기료를 더 내면 원전 말고 다른 선택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준다면 탈원전을 반대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문제는 이러한 정보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차단되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발전한 사회일수록, 성숙한 사회일수록 원자력발전이 확대되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안전 담보되지 않은 매몰비 주장, 도박과 다르지 않아

8월 17일 전국 신고리 5.6호기 중단 전국 동시 집회대전시청앞 ⓒ 이경호


워크샵에 참여한 시민은 지난 40여년간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전환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충분히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베란다 태양광을 설치하는 일부터 시작하겠다고 하였다. 참여한 많은 분들이 비슷한 의견들을 주셨다. 국민들은 이미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를 마친 것 이다.

신고리 5,6호기는 부산시 기장군에 설치되는 9번째, 10번째 원자력발전소이다. 실제 지역명을 따서 명명한다면 부산핵발전소가 되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한 9번째, 10번째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결정에서 직접 영향권에 있는 울산과 부산시민에게 조차 의견 한 번 물어본 적이 없다.

지난 2016년 경주지진 발생으로 주민들의 불안이 매우 높아졌음에도 제대로 된 지진평가도 없이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강행되었다. 건설 허가 과정에서 다수호기의 위험성, 지진대비, 활성단층 문제 등이 무수히 지적되었으나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채 그대로 진행되었다. 신고리5,6호기 건설은 일방적인 추진이었고 안전성을 무시한 건설 허가였다. 그래서 신고리 5,6호기 중단이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이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신고리 5,6호기의 총사업비는 8조6254억원,한수원은 2017년 5월 기준으로 1조50000억원 정도가 소요됐으며 공사를 중단할 경우 계약해지에 따른 보상비용 1조 원이 추가될 수 있다고 한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계속 추진할 경우 7조원 이상의 건설비가 들어가야 한다. 여기에 핵폐기물 처분, 폐로 비용으로 수조원이 추가된다. 향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이 금액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 비용도 생각해야 한다.

경영학에서는 매몰비용에 발목 잡히면 더 큰 기회비용을 잃게 된다고 경고한다. 모든 사업은 위험부담을 지고 추진한다. 위험부담이 더 커질 것 같으면 되도록 빨리 사업을 접고 매몰비용을 최소화시키는 작업을 하는 게 현명하다. 매몰비는 이미 투여된 비용으로 현재 시점에서의 최선의 선택이 필요한 것이다.

도박에서 폐가망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 매몰비 때문이다. 매몰비 생각에 추가비용을 들여 도박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핵발전의 단계적 폐쇄를 위해서 현재 시점의 매몰비는 생각지 말하야 한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핵 발전 매몰비 주장은 도박과 다르지 않다. 현재 들어간 비용을 정리하고 새롭게 에너지의 전환을 이루어야 되는 시점이다.

또한 설치 중인 원전 취소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1977년부터 2016년 7월까지 17개국에서 건설이 시작되었다가 취소된 원전이 94기다. 이중 가장 최근에 중단된 것은 2017년 7월 31일 미국이다. 완공까지 공정이 40퍼센트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고, 투입된 비용만 47억달러(5조3천억)였는데, 완공 시점이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면서 경제성이 악화되어 발주처가 건설 중단을 요구했다고 한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는 100퍼센트 건설이 완료된 원전을 취소한 사례도 있다.

에너지 전환, 이미 세계적인 추세

2012년 3월 10일 탈핵 퍼포먼스핵 없는 사회 집회중 진행되는 퍼포먼스 ⓒ 이경호


국제원자력기구에서는 2040년까지 폐쇄될 원전을 200여기로 예상한다. 원자력발전은 1996년 전체 발전량의 17.6%를 차지하며 정점을 찍은 후 2015년 10.7%로 줄어들고 있다.

원전이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성과 경제성 때문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는데, 이렇게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면, 안전에 관한 설비를 증축하고, 원전에 대한 기준을 더 강화해야만 한다.

그럼 자연스럽게 원자력발전소 건설 공사 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완전관리 비용이 계속 올라가게 되어 원전의 단가가 올라가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원전의 경제성이 낮아지면서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원전단가가 재생에너지를 따라 잡은 상황이라고 경제전문가들은 이야기 한다. 우리나라만 사용핵연료 처리비용과 폐로 비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어서 원전단가가 아직 재생에너지보다 싼 것처럼 포장되어 있는 것이다.

반면, 전 세계적으로 풍력과 태양광을 앞세운 재생에너지는 급속도로 늘어나 2016년 전체 발전량의 24.5%를 차지하고 있다. 2016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된 금액은 약 277조 원에 달한다. 화석연료의 2배, 원자력 발전의 약 8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재생에너지 산업 일자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6년에는 2015년 대비 2.8퍼센트 증가한 830만 명이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태양광 분야는 2015년 대비 12퍼센트 증가한 310만 명이 일하고 있다. 에너지전환은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전 세계적인 추세인 것이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옥상태양광 찾집. ⓒ 이경호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투입될 7조원을 재생에너지나 다른 사업에 투자하면 더 큰 성장 동력을 만들 수 있는데 매몰비용을 이유로 쇠락하고 있는 원전산업에 투자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한국은 20년 전에 태양광이나 풍력 등에서 나름대로의 기술력을 갖춘 나라였는데, 지금은 원천기술 확보를 시도하던 많은 기업들의 생존 자체마저 위험한 상황이라고 한다. 원자력이라는 기존의 방식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에너지 전환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너지전환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닌 얼마나 빨리 이루느냐를 결정할 중요한 시점에 우리가 서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같다.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이미 에너지 전환을 통해 새로운 산업경쟁력을 창출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에 투입 될 예산을 미래를 위해서 돌리는 현명한 선택을 우리가 할 수 있길 바란다. 지난 40여년 원전이 중요한 에너지원이었다는 이유 때문에 미래의 에너지를 선택하지 못하는 우를 범해선 안될 것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