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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캠프서 폭행 당한 두 여중생, 정신적 충격에 등교도 못해

다문화통합센터, 8월 인도네시아 캠프 ... 학폭위, 가해자 '전학' 등 징계

등록|2017.09.09 12:22 수정|2017.09.09 12:22
경남 소재 ㄱ다문화통합센터가 열었던 여름방학 해외 캠프에서 여중생 2명이 남자 고등학생한테 폭행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이들은 정신적 충격으로 등교조차 못하고 있다.

9일 경남도교육청과 피해학생 부모 등에 따르면, 폭행사건은 지난 8월 12일 인도네시아 어학원에서 캠프 생활하던 도중에 발생했다. 공동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는 가해자인 남고생에 대해 '전학' 조치, 언어폭력과 방조 역할을 한 여고생에 대해 '출석정지 5일' 처분을 내렸다.

ㄱ다문화통합센터는 사천, 김해, 진주, 창원, 마산 소재 중고교생 11명을 모아 지난 8월 7~18일 사이 11박 12일간 '세계로 여행학교 캠프'를 열었고, 목사인 센터장을 포함해 12명이 참여했다.

참가비는 1인당 250여만원이었고, 학생들은 '휴대전화 없는 여행'이라는 캠프 취지에 당시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 않았다.

폭행사건은 캠프생활 6일째 되던 날, 어학원 근처 대나무숲길에서 벌어졌다. 고등학교 1학년 ㄴ(17)군이 중학교 2학년 ㄷ(15)양과 1학년 ㄹ(14)양한테 뺨을 각각 3대와 10대를 때린 것이다.

ㄴ군이 두 여중생의 뺨을 때린 것은 캠프 기간 동안 자신의 '뒷담화'를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폭행사건이 발생할 당시 인근에는 센터장의 딸인 여자고등학교 2학년 ㅁ(18)양이 있었는데 말리지 않고 언어폭력과 방조 역할을 했다. 피해자측은 ㅁ양이 '살살 때려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피해 학생들은 당시 숙소로 돌아와 다른 학생들한테 알리지 못하고 이불을 덮고 무서움에 떨며 괴로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학생들은 당시 휴대전화가 없어 부모들한테 알리지도 못했다.
이같은 사실은 귀국한 뒤 피해학생들이 부모한테 털어놓으면서 알려졌고, 학교측에 알렸다. 이에 피해 학생들과 가해 학생 2명의 학교 등 3개교는 '공동 학폭위'를 열었다.

학폭위는 뺨을 때린 고등학생 ㄴ군에 대해 '전학' 조치와 특별교육, 센터장의 딸 ㅁ양에 대해 '출석정지 5일'과 특별교육을 결정했다.

두 피해 여중생은 2학기 개학을 했지만 등교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ㄷ양은 귀국 뒤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개학했지만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

ㄹ양 부모는 "딸이 정신적 충격이 심하다. 폭행을 당했던 장소가 대나무숲길이다 보니 대나무만 봐도 그 때 기억이 떠오른다고 한다"며 "그동안 등교를 못하다가 어제(8일) 학교에 보내 보았는데 고통으로 오전에 집에 왔다"고 말했다.

ㄷ양 부모는 "딸은 너무 힘들어 하고 학교에 못 가겠다고 한다. 무조건 건드리지 말라고도 한다"며 "개학한 1일과 4일, 5일까지는 겨우 학교에 다녔는데 너무 힘들어 해서 6일부터 교감한테 말해서 학교에 나가지 못했다. 심리 상담을 받았는데, 힘들어 한다"고 했다.

▲ 경남 소재 한 다문화통합센터가 지난 여름 여름방학 때 열었던 해외 캠프 도중에 폭행 사건이 발생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해당 학생에 대해 '전학' 등 처분했다. ⓒ 윤성효


3개 학교는 지난 9월 1일 공동학폭위를 열었다. 학폭위 결과 통지서를 보면 "8월 12일 인도네시아 어학원 근처 대나무숲길"에서, 가해자가 피해자들이 "뒷담화를 했다고 판단하여 화가 나서 폭행함"이라 되어 있다. 또 센터장의 딸에 대해 "언어폭력과 방조 역할을 함"이라고도 적혀 있다.

학폭위는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관한법률'에 따라 가해학생 2명을 '전학'과 '출석정지' 조치했고, 피해학생에 대해 심리상담과 조언, 일시보호 조치를 하도록 했다.

피해 학생 부모는 경찰서에 가해자와 센터장을 폭행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해당 지역 경찰서는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 학생 부모들은 가해자측에서 사과조차 없다고 밝혔다. 부모들은 "가해 학생측의 사과도 없었고, 센터장도 마찬가지로 사과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ㄱ다문화지원센터 센터장은 "폭행이 있었던 건 사실이고, 남자 아이가 여자 아이를 때린 게 맞다"며 "사건은 캠프 도중에는 몰랐고 국내에 들어와서 알았다. 거기서는 이상 징후가 없었다. 아이들이 부모한테 이야기해서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ㄷ양 부모는 "ㅁ양이 처음에는 전화통화에서 죄송하다며 빌었는데 뒤에 말이 바뀌었다"고 했다. ㅁ양은 언어폭력과 방조 혐의를 부인하며 "말렸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해외 캠프 도중에 벌어진 폭행사건으로, 뒤에 그같은 사실을 해당 학교에서 학폭위를 열어 조치를 했다"며 "매뉴얼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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