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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역시 신화가 될까

[디카시로 여는 세상 - 시즌2 중국 정주편 63] 중국 정주의 북카페

등록|2017.09.11 11:06 수정|2017.09.11 11:06

▲ 창가 ⓒ 이상옥


아침 창을 두드리는 
수줍은 산까치 한 마리
-디카시 <가을 초입>

가는 비가 내리는 오늘 아침 창가로 산까치 한 마리가 아파트 4층 창가 나무(자세히 보면 나무 뒤에 가린 새의 몸통과 부리가 보인다)로 조심스럽게 찾아 왔다.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있는 것일까.

최근 연이은 우울한 부음 소식으로 우울해 있던 터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조동진의 <작은 배>였다. "배가 있었네. 작은 배가 있었네. 아주 작은 배가 있었네" 작은 배로 멀리 떠날 수 없다는 그 작은 배로 이 세상을 가로질러 다시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린 가수 조동진의 부음을 들은 지 얼마 안 되어 마광수 교수의 부음을 들었다.

내가 26세 때 홍익대 대학원에 입학하니 30대 초반의 마교수님이 계셨다. 학부학생들과 같이 한 강좌를 들은 기억이 선명하다. 문예사조 강의였다. 세계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막힘없이 술술 말하는 박식함과 함께 도시풍의 수려한 외양이 나를 끌어당긴 것 같았다.

▲ 숙소 인근에 새로 발견한 스마트한 북카페. 커피값도 생각보다 저렴하다. ⓒ 이상옥


▲ 북카페에 앉아 바라보는 전망도 역시 스마트하다 ⓒ 이상옥


마교수의 신간이 나올 때마다 언론에서 대서특필했기에 늘 베스트셀러가 되겠거니 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책이 팔리지도 않고 책을 출간해줄 출판사도 찾기 힘들다는 말을 듣게 됐을 때 좀 엄살이 아닌가 했다.

마교수의 하소연이 과장이 아니었음이 별세 후의 보도로 확인됐다. 국내 서점가에서 하루 1~2권 정도 팔릴까 말까 했던 그의 저서가 사후 조금씩 판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교보문고에서만 지난 5일 고인이 숨을 거둔 이래 이틀간 400여 권이 팔려 나갔다고 한다.

<즐거운 사라> 사태로 강의 도중 구속되고 해직과 복직을 거듭하며 그 결과 정년퇴임 후 명예교수도 못 되고 사학연금 수령도 못 받아 우울증이 심화되어 결국 퇴임 일 년 만에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마광수 교수 사후 떠들썩한 재평가

사후에서야 떠들썩하게 재평가가 이루어지는 것 같아 더욱 씁쓸하다. 윤동주, 이상이 그랬듯이 사후 마광수 역시 신화가 될까? 무릇 천재는 당대보다는 미래를 사는 사람들이라 삶이 고달프다.

길조였을까. 오늘은 숙소 가까운 곳에 있는 북카페를 새로 발견했다.
덧붙이는 글 지난해 3월 1일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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