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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서 스님 자리가 낮은 까닭은???

시가현 엔략쿠지 절을 찾아서

등록|2017.09.11 11:57 수정|2017.09.11 11:57
지난 9일 낮 일본 시가현 오츠시와 교토시 사이에 있는 히에잔 산(해발 848m) 산기슭에 있는 엔략쿠지(延暦寺) 절에 다녀왔습니다. 이 곳은 1994년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유서 깊은 절입니다. 일본에서 비교적 오래 전에 지어진 절로 절 규모나 크기가 다른 절과 달리 큽니다.

▲ 우리나라 절 대웅전에 해당되는 곤폰쥬도 앞면과 옆쪽입니다. 골짜기 안에 자리 잡고 있어서 전체를 찍기가 어렵습니다. ⓒ 박현국


에략쿠지 절은 불교 천태종 사찰입니다. 일본 천태종은 788 년 사이초(最澄, 766-822) 스님이 이곳에 절을 짓고 전교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후 일본 여러 스님들이 이곳 히에잔 산에서 수도를 하고, 도를 닦아서 여러 새로운 종파를 열기도 했습니다.

엔략쿠지 절은 히에잔 산 전체에 퍼져 있기 때문에 모두 돌아보기는 어렵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곳이 곤폰쥬도(根本中堂)입니다. 이곳은 우리나라 절의 대웅전에 해당되는 곳으로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습니다.

원래 천태종은 중국 수나라 때 천태대사로 알려진 지의(智顗, 538-597) 스님이 화엄경에 바탕을 두고 만든 불교 종파입니다. 지관업(止観業)과 차나업(遮那業)을 중심으로 교리와 실천을 강조합니다. 사이초 스님은 중국에서 이러한 천태종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엔랴쿠지 절을 짓고 일본 천태종을 열었다고 합니다.

▲ 곤폰쥬도 안 불상, 등불과 스님이 앉는 자리와 복도입니다. 둥글고 긴 기둥이 인상적입니다. ⓒ 박현국


엔략쿠지 절 곤폰쥬도 안에는 사이초 스님이 천태종을 중국에서 가져올 때 들고온 진리를 상징하는 등불을 지금도 꺼지지 않도록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곤폰쥬도 절 안은 다른 절과 다릅니다. 불상이 놓이 곳과 참배자들 사이에 낮은 공간을 두고 스님이 앉아서 불공을 드립니다. 이것 역시 천태종의 가르침에 따라서 스님이 낮은 자리에서 부처와 중생을 위해서 불공을 드린 것을 나타낸 것이라고 합니다.  

엔략쿠지 절 안에는 곤폰쥬도 이외에도 아미타여래불을 모신 아미타당이나 문수보살을 모신 문수각 등이 있습니다. 그밖에 조도슈(淨土宗)을 연 호넨(1133-1212) 스님이 수도를 했다고 전해지는 곳 등도 보존되어 있습니다.

▲ 문 사이로 보이는 아미타여래 불상과 호넨 스님이 도를 닦았다는 곳에 세워진 기념 탑입니다. ⓒ 박현국


가는 법> JR교토역에서 히에잔 산 엔략쿠지 절 행 버스가 있습니다.
참고 누리집> 엔략쿠지 절,  http://www.hieizan.or.jp/, 2017.9.10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일본 학생들에게 주로 우리말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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