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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힌 도굴범만 100명... 전세계가 주목한 남해의 '보물선'

신안선 발굴 40년, <신안선과 그 보물들> 특별전 열려

등록|2017.09.12 15:34 수정|2017.09.12 15:34

▲ 역사상 최대의 보물선이라 일컫는 ‘신안선’ 발굴 40주년을 맞아 특별전이 열린다. ⓒ 이영주


1960년대 전남 신안군 증도면 검산마을 어부들의 그물에 푸른색을 띈 깨진 도자기 일부와 나무 조각 등이 걸려 올라왔다. 생선이 걸리기를 기다리던 어부들은 이를 무심코 다시 바다에 버렸다. 그러던 중 1975년 8월 한 어부의 그물에 외형이 잘 보존된 도자기 6점이 걸려 올라왔다. 역사상 최대의 보물선이라 일컫는 '신안선'이 7백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이후 정부는 1976년 10월과 11월에 2차례의 예비발굴조사, 1977년부터 1984년까지 9년간 11차례에 걸쳐 발굴조사에 들어갔다. 세계 수중 발굴 역사상 유례가 없는 해군의 협조도 이어졌다. 증도 검산마을 어부의 발견은 우리나라 수중고고학의 시발점이었다.

조사가 시작된 후 수심 약 20m에서 베일에 감춰진 신안선의 존재가 드러났다. 260t급 규모의 목제 범선으로 길이는 34m에 달했다. 1323년 여름 중국의 저장성 칭위엔(현재 보닝시)에서 출항하여 일본의 교토를 목적지로 항해 중 거센 풍랑을 만나 침몰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신안선은 7백년이라는 시간동안 바닷속 갯벌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배 내부는 온갖 귀한 무역품들로 가득 차 있었다. 당시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중국 도자기와 금속공예품, 석제품, 향신료 한약재 등 모두 2만6천여 점이 실려 있었다. 화물칸 아래쪽에는 동남아시아 고급향나무 1천여 점, 중국동전 8백만 개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야말로 역사상 최대의 보물선이었다. 신안선 발굴 소식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언론에서도 '세기의 발견'으로 보도되었다.

▲ 역사상 최대의 보물선이라 일컫는 ‘신안선’ 발굴 40주년을 맞아 특별전이 열린다. ⓒ 이영주


▲ 역사상 최대의 보물선이라 일컫는 ‘신안선’ 발굴 40주년을 맞아 특별전이 열린다. ⓒ 이영주


세기의 발견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에서 도굴범들이 증도 앞바다로 모여들어 보물찾기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는 당시 도굴범 소탕 작전을 벌여 유물 1천7백여 점을 압수했고, 이 사건으로 구속되거나 입건된 사람은 100여명이나 되었다.

이 같은 '세기의 발견' 40년을 맞아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이귀영)는 특별전 <신안선과 그 보물들>을 개최한다. 특별전은 12일부터 12월 31일까지 목포에 있는 해양유물전시관에서 열린다. 이번 특별전은 신안선 발굴 이후 지금까지 여러 곳으로 흩어져 있던 4500여 점의 보물들이 실물크기(34m)로 복원된 신안선과 함께 전시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안선을 지을 때 판재와 판재 사이에 석회와 동백기름을 섞어 방수처리를 한 방수재도 복원과정을 거쳐 처음 공개된다. 특히 신안선에 탄 수백 명의 승선원 중 일부가 살아남았을 가능성을 뒷받침해주는 기록들도 공개된다.

▲ 역사상 최대의 보물선이라 일컫는 ‘신안선’ 발굴 40주년을 맞아 특별전이 열린다. ⓒ 이영주


특별전에서는 신안선에 실린 고려유물 중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고려 도기항아리도 선보인다.  대량으로 발견된 중국 동전을 비롯한 베트남 동전, 14세기 한·중·일에서 유행한 차, 향, 꽃장식이 담긴 도기 등을 통해 당시 동아시아 문화가 지닌 보편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지루한 뱃길을 달래던 선원들의 놀이 도구와 주방도구 등을 선보여 당시 승선원들의 선상생활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아시아 황금으로 불리던 향신료와 향나무를 비롯해 생활소품인 거울과 화장도구 등도 관람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일반인들이 14세기 바다를 무대로 무역활동을 펼친 아시아 상인들의 삶과 고대 동아시아가 공유했던 문화의 공통성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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