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 보기 싫은 국회의원? 이렇게 하면 바꿀 수 있다
[정치야 말 좀 들어!-①] 예산동결-의석확대로 선거제도 개혁해야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전국 440여개 노동,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정치개혁 공동행동>은 촛불민심을 반영한 정치개혁을 위해 공동기획을 시작합니다. 부패와 정경유착, 국정농단과 같은 사태는 더 이상 일어나선 안 됩니다.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가능합니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범국민 캠페인 등 시민의 힘으로 정치개혁을 이루고자합니다. 공동기획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 주인 기다리는 배지지난해 4월 제20대 국회의원들에게 지급할 배지가 공개됐다. ⓒ 공동취재사진
국회얘기가 나오면, 보통 '국회의원 확 줄여버렸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그만큼 시민들은 국회의원들이 꼴 보기 싫다는 얘기일 것이다.
실제로 대한민국 정부기관 중에 가장 불신 받는 곳을 꼽으라고 하면 국회가 나온다. 2015 국민의식조사(격동의 한국 사회 심층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국회를 매우 불신한다고 응답한 비율 43.1%, 대체로 불신한다는 응답이 36.4%로 나타났다. 무려 79.5%의 국민들이 국회를 불신한다는 것이다. 이 조사에 의하면,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55.4%, 행정부 51.9%, 대통령 48.9%이었다.
의석축소-비례대표 폐지, 누가 주장할까?
▲ 남재준 전 국정원장(좌), 문재인 대통령(우) ⓒ 윤성효(좌), 이정민(우)
선거 때가 되면, 국회불신을 이용하려고 '국회의원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거는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반드시 나온다. 국회의원을 줄이는 방법으로 '비례대표 의원을 없애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한다. 지난 대선 때 출마선언을 한 사람 중에는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비례대표 폐지-국회의원 축소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회의석을 늘리고 선거제도를 개혁하자는 제안을 2003년 12월에 한 바 있다. 당시에 국회의장 등에게 보낸 편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렇게 썼다.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 숫자가 아니라 국회의 질입니다. 소모적 정치공방에 발목 잡힌 국회보다, 국회의원 100여명이 늘어나더라도 그 국회가 더 생산적일 수 있다면 그 비용은 기꺼이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비례대표 확대도 같이 주장했었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서는 비례대표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서는 국회의석을 늘리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비례대표도 확대하자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생각하는 선거제도 개혁방향은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을 일치시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권역별)'다. 30% 득표한 정당에게는 30%의석을, 10%얻은 정당에게는 10%의석을 배분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사표도 줄어들고 '표의 등가성'도 보장된다. 이 방식은 다른 말로, '민심그대로 선거제도(의석배분)'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남재준-조경태와 노무현-문재인의 주장 중 옳은 건 무엇일까? 기자의 선택은 노무현-문재인이다. 국회의석은 늘리되, 늘어나는 의석을 비례대표로 하고,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이 맞다.
지금 국회 논의 상황을 봐도 그렇다. 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의석확대'에 반대해서 발목을 잡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할 명분이 없으니까 '국민들이 의석확대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국회예산을 늘리지 않으면 국민들도 의석확대에 반대할 이유가 거의 없다. 주권자 입장에서 볼 때, 국회예산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300명보다는 360명의 국회의원을 쓰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일꾼이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다. 선거제도 개혁을 하려면 국회 의석을 늘려야 한다. 의석이 늘어나야 국민들이 보기 싫어하는 '국회의원 특권'을 줄일 수 있다.
지금의 국회는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지역구에서 1등하면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를 바탕으로 구성된다. 이 선거제도에서 국회의원들의 특권은 늘어났다. 연봉도 높아졌고 개인보좌진 숫자도 증가해 왔다.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여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
지역구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거대정당의 공천을 받고 지역구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특권의식을 강화하게 된다. '내가 어떻게 국회의원이 됐는데?'라는 식의 생각이 팽배하다. 그래서 국회의원 본연의 역할보다는 특권을 누리는데 관심을 갖게 된다.
그동안 문제가 됐던 보좌관 친·인척채용 등의 문제도 이렇게 해서 발생한 것이다. 최근 진상이 드러나고 있는 강원랜드 특혜채용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지역구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이 자기 권력을 이용해서 공공기관 채용과정에까지 개입한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런 식으로 특권에 찌든 국회를 개혁하려면, 선거제도 개혁밖에 방법이 없다. 국회를 구성하는 규칙을 바꿔 각 정당이 얻은 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면, 정당들은 득표를 위해서라도 정책에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각 정당들은 정당득표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부패하거나 특권의식에 찌든 국회의원들을 퇴출시키게 될 것이다. 제대로 일하는 국회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국회의석을 얼마나 늘려야 할까?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360명이 알맞다.
지금은 300명 국회의원중 253명을 지역구에서 뽑고, 비례대표는 47명에 불과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 이 제도를 도입하려면 비례대표 숫자가 충분하게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253개의 지역구를 대폭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역구는 일단 놔두고 비례대표를 100명 이상으로 늘려서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을 맞추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석은 늘어나지만 국회예산은 증가하지 않아도 된다. 1억4700만 원에 달하는 국회의원 연봉, 인턴 2명 포함 9명에 달하는 개인보좌진 규모를 줄이고, 연간 81억 원에 달하는 특수활동비(영수증 없이 쓰는 예산)를 없애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국회예산증액 없이 의석을 늘리자
▲ 지난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18세 참정권 실현과 청소년 모의투표 법제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 장소화
해외서도 예산 증액 없는 의석을 확대한 사례가 있다. OECD 국가 평균은 인구10만 명 당 1명 정도의 국회의원을 뽑는다. 인구 8000만 명의 독일은 국회의원 숫자가 631명에 달한다. 여기에 비하면 대한민국은 인구대비 국회의원 숫자가 적은 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대로, 핵심은 제대로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것이다. 발목잡기와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하는 국회 때문에 근본적인 개혁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요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차라리 국회를 해산시키자는 얘기도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국회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방법은 선거제도 개혁뿐이다.
마침 올해 하반기 국회에서는 정치개혁특위가 구성되어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선거제도 개혁은 늘 국회의 기득권 문턱에서 좌절해 왔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 전에도 만 19세로 되어 있는 선거권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것조차 실현되지 못했다.
사실 선거제도를 국회에 전적으로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그래서 주권자인 시민들의 목소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선거제도 개혁이 한국정치를 바꾸는 열쇠라는 것을 주변에 많이 알리고, 촛불1주년 때에는 여기에 힘을 모아 보자. 개혁에 저항하는 정당이나 국회의원에게는 압력도 가하고, 반드시 심판하자.
지난 6월부터는 440여 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정치개혁 공동행동>도 결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울산/강원/광주/대구/부산/대전/충북/충남/제주에서는 지역별 공동행동도 발족했고, 다른 지역에서도 속속 지역 공동행동이 발족하고 있다. 오래된 숙제인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내는 것이 국회 앞에서 멈춘 개혁을 이뤄내는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클릭)에 참여해주세요.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모아 국회정치개혁특위에 청원을 요청할 예정입니다. |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입니다.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등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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