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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망치 들고 오는 사람이 낫다"는 세무공무원

[인터뷰] 두 번째 직장이 평생직장된 최인순 경기광주세무서장

등록|2017.09.15 10:24 수정|2017.09.15 15:26

▲ 6일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최인순 경기광주세무서장 ⓒ 박정훈


"여기가 두 번째 직장이에요. "

최인순 경기광주세무서장. 지난 6일 그는 웃으며 자신의 지나온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세무직 공무원이 두 번째 직업이다. 이곳 경기 광주세무서(경기도 광주 위치)는 얼마 전 배치 받은 곳이다.

첫 번째 직장은 그가 신혼 때 사표를 냈다. 스스로 생각해도 무슨 배포였는지 모른다. 대기업을 다녔던 최 서장은 그렇게 첫 직장을 그만뒀다. 젊어서였을까? 그는 남들이 부러워할 대기업을 호기롭게 그만뒀다. 그만두고 나서도 후회하지 않았다. 첫 직장 이후 자신의 진로를 바로 다시 수정하고 20년 넘게 한길을 걸어왔다.

"차라리 망치들고 찾아오는 사람들은 마음이 편해요."

두 번째 직업인 세무직 공무원. 그는 초임으로 안산 세무서 부가세과에 발령을 받았다. 그곳에서 수많은 중소업체들과 사업자들을 만났다. 신입인 시절 그가 만났던 민원인들은 거칠었다. 폭언을 하거나 망치를 들고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런 사람들보다 그를 더 힘들게 하는 건 따로 있었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그들은 자신의 안타까운 사정을 이야기했다. 한숨 반 고통 반인 사람들인 그들은 그에게 무거운 존재로 다가왔다. 그렇게 직접 찾아와 울거나 아이를 어렵게 키우고 있는 사람들 사정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

그렇게 하소연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망치를 들고 오는 이들이 오히려 편했다. 자신도 결혼하고 한 가정의 가장이기에 남일 같지 않았다. 그들의 사정을 들으면 안타깝고 마음이 무거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따뜻할 수 없는 세정

그래도 자신의 업무인 세정은 지켜야하는 법. 어쩔 수 없이 안타까운 사정을 가진 업체를 압류라도 하게 되면 오히려 그가 더 약자가 된 듯했다. 세금체납을 하게 되면 매출채권에 압류를 하게 되는데 그 압류된 사실이 거래처에 알려지는 것 또한 세무서 직원인 자신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는 알게 됐다. 세정은 따뜻할 수 없다는 것을. 대신 따뜻할 수 없더라도 사람을 배려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됐다. 서서히 납세자의 입장을 공감하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그는 세정은 따뜻할 수 없지만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평소 지론이 됐다.

그런 그가 국세청과 세무서 조사과장, 납세자보호담당관 등을 거치며 주일 대사관에서 3년을 근무한 후 경기광주세무서장을 발령을 받았다. 그는 세무직 중 국제조세 및 역외탈세 문제 전문가다.

그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에게선 수많은 세법 관련 전문용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조세회피처, 페이퍼컴퍼니. 역시 전문가다웠다. 세무행정을 거친 그의 경험은 일반인의 눈과는 사회가 다르게 보일 듯했다. 그런 그에게 세무서라는 일종의 권력기관에 일하는 소감을 물었다.  

"불의한 이들, 권한을 권력으로 만들어"

▲ 야간에 본 경기광주세무서 안내표지판 ⓒ 박정훈


"죄가 많은 이들 때문에 권한이 권력이 되는 겁니다."

최 서장은 세무서는 권력기관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검찰과 국세청은 그저 집행기관일 뿐"이라며 "불법한 이들이 집행기관의 권한을 권력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신들과 검찰을 예로 들며 자신들이 가진 것은 권력이 아닌 권한일 뿐이지만 "불의한 주변 사람들이 평범한 권한을 권력으로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국가가 아닌 스스로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부정하고 부패한 사람들이 권한을 권력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엿보였다.

그는 "우리나라는 원칙을 이야기하면 이상하게 본다"며 "법대로 하자고 하면 사람으로 안 본다"고 안타까워했다. 다툼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회가 합의한 최소한의 원리원칙을 사회분위기가 이해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압이 아닌 순리를 따르는 올바른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최 서장은 "정해진 철길에서 기차가 장애물이 있어도 레일을 벗어나지 말고 가야 하는 것. 그게 바로 원칙"이라며 "그 원칙은 어떻게 어길 수 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명백한 것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무는 복지행정의 전제"

▲ 야간에 본 경기광주세무서. 입구 앞 문구가 보인다 ⓒ 박정훈


"세무는 복지행정의 전제입니다. 뺐어가는게 아니에요. 세무에 대해 전반적 사회인식이 변해야 합니다."

최 서장은 세무가 세금을 빼앗아 간다는 사회의 부정적 시선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세무행정이 제대로 돼야 복지행정이 가능하다"며 "세무행정이 바로서고 시민들이 이해해야 올바른 행정이 집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산이 있어야 복지와 관련된 재원도 마련되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측면이 아닌 원칙을 따르는 행정의 모습으로 바라봐야 행정의 올바른 구조가 지켜질 수 있다는 시각을 나타냈다.

세무직이 유독 딱딱해 보인다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설명했다. 최 서장은 "어느 조직이나 딱딱한 직원들만 있지는 않다"며 "저희 조직도 그런 부분은 일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세금이라는) 돈을 만지니까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돼서 그렇게 보일 수 있다"며 "선생님의 경우와 비슷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직원들 자부심 갖고 일하는 모습 보고파"

▲ 6일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최인순 경기광주세무서장 ⓒ 박정훈


그는 "세무직은 6급에서 머무는 경우가 많다"며 "그들이 결코 무능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세무직렬 자체가 압정형태의 구조"이며 "워낙 치열한 경쟁구조라 그렇게 보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부모님 직업 물어봤을 때 세무공무원이라고 답하는 것이 자랑스럽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이야기했다. 또한, 소신껏 일해서 직원 각자 소중한 존재가 되기를 기대했다. 

이어 "광주시가 체납액은 약 천 억 정도인 곳"이라며 "(체납액 있는) 작은 업체들이 많아 일이 적다고 볼 수 없다"면서 부하직원들의 업무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어려운 일 인정해주고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잘 챙겨주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 경기광주세무서 전경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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