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공영방송? 이명박-박근혜 때 반대면 된다"
[현장] 언론노조, 적폐청산 외쳐...비정규?일용직 노동자도 목소리
▲ 16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치안센터 앞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아래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조선혜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현장에 있는 모든 이들의 눈과 귀가 한 곳으로 쏠렸다.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아래 언론노조) 위원장이 무대에 오르면서다.
16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치안센터 앞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아래 민주노총) 결의대회. 그는 차분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로 발언을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총파업은) 근로조건을 향한 싸움이 아니다"라며 "아니 어쩌면 가장 핵심적인 근로조건 쟁취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정보도는 모든 언론노동자들의 핵심적인 근로조건'이라고 그간 여러 차례 재판부가 판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그는 "지난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공정보도를 하겠다는 가장 기본적인 요구가 처참하게 묵살됐다"며 "그 요구를 한 노동자들은 내쫓기고 부당전보를 당했다"고 했다.
"공영방송을 권력자 무릎 앞에 갖다 바친 부역자 청산해야"
언론노조 KBS본부(아래 KBS노조)와 MBC본부(아래 MBC노조)는 지난 4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두 방송사 노조가 동시에 총파업에 들어간 것은 2012년 이후 5년 만이다. 이들은 경영진 퇴진과 공영방송 개혁을 요구하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언론부역자들, 국민에게 봉사해야 할 공영방송을 권력자 무릎 앞에 갖다 바친 이들을 청산하는 것이 언론노조의 1단계 목표"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날 결의대회 중 가장 뜨거웠던 박수와 환호가 쏟아져 나왔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 다음 2단계 목표는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세우는 겁니다. 어떤 공영방송이냐.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언론이 어떻게 했는가. 그 반대로 하면 됩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이어 "누군가 하소연하고 싶을 때, 큰 목소리로 외치고 싶을 때 기꺼이 마이크를 갖다 주는 그런 언론이었으면 좋겠다"고 김 위원장은 말했다. 주변이 조용해진 탓인지 그의 목소리가 쓸쓸하게 울려 퍼졌다. 김 위원장은 "이명박-박근혜정부 이전, 우리 언론은 그런 기억을 갖고 있다"며 "되찾아가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힘 보태달라"고 했다.
앞서 이날 대회사에 나선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도 지지의 뜻을 드러냈다. 그는 "언론적폐 부역자 청산과 공정 방송을 위해 방송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직무대행은 "아마 머지않아 블랙리스트 범법자들, 공범자들을 처벌하고 우리 앞에 승리가 다가오리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비정규직, 일용직노동자 등 노동기본권 보장 요구
▲ 16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치안센터 앞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아래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 ⓒ 조선혜
한편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한 전국금속노동조합 만도헬라 비정규직지회, 전국건설노동조합 등은 '노조 할 권리'를 강조하며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했다.
발언에 나선 이상민 만도헬라 비정규직지회 부지회장은 "노동 적폐의 근원이 되는 법안(파견법 등)을 폐지하지 않으면 노동자를 위한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법이) 바뀌어야 노조 활동을 하지 않는 노동자들도 좋은 환경에서 노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장옥기 건설노조위원장은 "건설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축에도 끼지 못한다"며 "일이 있으면 일하고 없으면 놀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노동자들은 하루에 2명씩 죽어나간다. (하지만)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해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장 위원장은 "일을 해놓고도 돈을 안 주고 떼먹는 공기업이 많다"며 한국도로공사를 언급했다. 10년 동안 투쟁했지만 이런 삶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 장 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마음을 가다듬고 제대로 싸워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민주노총은 결의문에서 "한국이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입하고, 정부가 국제노동기준에 맞춰 노동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한 지 십 수년이 지났다"며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노동개혁을 하겠다고 공약한 대통령이 당선했지만 약속은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비정규직 철폐, 파견법을 폐지하고 기간제 사용 사유를 제한하라"며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고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고 민주노총은 강조했다.
▲ 16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치안센터 앞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아래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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