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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김사복씨 유품 공개... 5.18기록관 공식 면담

아들 김승필씨와 3시간 인터뷰... 한 차례 더 면담 후 결과 공개 예정

등록|2017.09.19 18:51 수정|2017.09.19 18:54

내 아버지가 '김사복'자신의 아버지가 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독일방송사 힌츠 페터 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갔던 김사복씨(영화 택시운전사 실제주인공)라고 밝힌 김승필씨가 아버지 관련 사진 여러장을 공개했다. 이 사진에는 김사복씨의 단독사진과 함께 외신기자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호텔 텍시를 운행하며 외신기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도 포함되어 있다. ⓒ 권우성


광주항쟁의 진실을 알린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를 광주까지 안내한 김사복씨에 대한 5.18 기록관 측의 공식 조사가 시작됐다. 18일 오후 3시 경 기록관 측과 김사복씨의 아들 김승필씨가 서울 광화문 모처에서 만났고, <오마이뉴스>는 김승필씨를 통해 당시 분위기와 검증 과정을 전해 들었다.

지난 5일 사전 면담 형식으로 이미 접촉한 양측은 (관련 기사: 광주항쟁 참가자 "광주서 힌츠페터와 그 김사복 봤다" http://omn.kr/o47t) 20여 분 간의 대화 후 추후 만남을 기약했다. 18일 만남은 검증을 위한 공식 절차로 기록관 소속 두 명의 학예연구사와 김승필씨가 문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아버지 소신 전하는 게 내 일"

3시에 시작된 인터뷰는 3시간가량 이어졌다. 기록관 측은 기 보도된 내용의 확인과 더불어 김사복씨의 평소 생활 습관과 당시 외신 기자들과의 관계 등을 중심으로 질문을 던졌다. 김승필씨는 그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던 아버지 관련 자료와 유품을 추가로 기록관에 제시하기도 했다.

"(기록관 쪽에서) 아버님의 생활상과 사생활에 대해 물었고,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아버지께서 총각 시절부터 결혼할 때까지 갖고 계시던 물품과 사진 등을 보여드렸다. 그걸 통해 아버지가 어떤 철학을 가진 분이고, 어떤 일을 하신 분인지 설명했다. 서양 기자와 일본인 기자가 우리 집을 자주 찾아와 식사도 하셨고, 선물도 주고는 하셨는데 그만큼 외신들과 친밀도가 높은 분이었다. 영화 <택시운전사>에 힌츠페터 기자가 김치를 먹고 매워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우리 집에서 종종 볼 수 있던 일이었다.

평소 아버지는 민주주의에 대해 관심이 크셨던 분이다. 그 증거 중 하나가 책 속에 스크랩된 당시 신문 기사다.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한 글인데 당시 온전하지 않았던 정권에 분노하셨고, 당신께서 외신 기자들에게 들었던 진실과 돌아가는 상황의 차이가 커서 무척 괴로워 하셨다. 그걸 또 쉽게 입 밖으로 꺼내실 수도 없었고…. 이런 얘기를 기록관에 전했다. 기록관 쪽에선 아버지 사진과 유품에 대한 기증 얘기도 하셨는데 그건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다큐멘터리와 문서로 이미 위르겐 힌츠페터의 행적은 잘 알려졌지만 김사복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알려진 게 없다. 김승필씨는 "(기록관 측은) 그동안 베일에 가린 아버지와 힌츠페터 기자의 관계를 기록하기 위해 이 과정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며 "아버지의 소신과 철학을 잘 전하는 게 이제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과정은?

김승필씨는 기록관 측에 보여준 김사복씨의 유품 중 하나를 <오마이뉴스>에 제공했다. '나도 사람이다'라는 제목의 글에 인권을 강조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는 "이번 과정으로 아버지와 힌츠페터 기자 사이에 남은 퍼즐 한 조각이 맞춰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 18일 김승필씨가 518기록관 측에 제공한 고 김사복씨의 유품. 김사복씨는 평소 독서를 즐겼고, 본인이 관심 있어 하는 신문기사를 스크랩했다고 한다. 해당 책엔 인권과 관련한 신문 기사 내용이 스크랩 돼 있다. ⓒ 김승필씨 제공


"아버지를 망월동 묘지에 모시는 문제는 광주에서 방법적인 부분을 논의하는 거 같더라. 저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다만 힌츠페터 기자의 < The Kwangju Uprising: Eyewitness >라는 글에도 나오지만 아버지가 조선호텔로 향하면서 현재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했다고 적혀 있잖나. 그만큼 광주항쟁의 실태를 잘 아시고 광주에 들어가신 거다.  

역시 기록에 나와 있지만 힌츠페터 기자가 어떤 요구를 하지 않았음에도 아버지는 군인들에 의해 광주 입구가 막혀 있자 물어물어 다른 길로 들어가셨다. 또 광주를 한 번만 다녀온 게 아닌 두 번이나 들어가셨다는 건 소신이 없으면 불가능한 행동이다. '도청으로 가는 길을 김사복이 알고 있었다'는 기록도 있다. <문화일보>에서 20대 기사가 있었다는 보도를 냈던데 그게 오보라는 보도도 나왔다. 힌츠페터의 책을 봤다면 그렇게 쓰진 않으셨을 텐데…."

검증이 빈약한 일부 보도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김승필씨는 "힌츠페터 부인께서 한국에 오셨을 때 뵙지 못한 게 참 아쉽다"고 덧붙였다. 당시 김승필씨는 제작사에 부인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으나 끝내 만나진 못했다. 김승필씨는 "나중에라도 부인을 꼭 뵙고 싶다"면서 "아쉬움이 컸지만 그럼에도 아버지 이야기를 영화화 해준 제작사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5.18 기록관 측은 공식 조사가 시작된 이후 일체 언론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기록관 측은 "결과가 나오는 대로 알려 드리겠다"며 "지켜봐주시길 바란다"는 짧은 입장을 밝혔다. 1차 인터뷰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양측은 수일 내로 2차 인터뷰를 가질 예정이다.

▲ 김승필씨가 제공한 부친 김사복씨(오른쪽)의 사진. 그의 왼편에 안경을 쓰고 다소 살집이 있는 위르겐 힌츠페터가 앉아있다. 김승필씨는 이 사진에 대해 "적어도 1980년 5얼 18일 이전에 찍은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 김승필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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