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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손맛이 느껴지는 밥상, 매일 마주하고 싶다

평범한 삼겹살도 이집에서 먹으면 별미, 전남 강진 시골집

등록|2017.09.19 16:50 수정|2017.09.19 16:50

▲ 남도의 정이 느껴지는 시골집의 소박한 상차림이다. ⓒ 조찬현


올 연초의 일이다. 이집에서 애호박찌개를 먹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참에 이곳 강진으로 확 이사를 해 버릴까" 하는 기막힌 생각을. 이는 순전히 이집의 맛깔난 음식 맛 때문이었다. 삼시세끼 날마다 먹는 밥이지만 이렇듯 끌림이 강한 음식을 맛나기는 쉽지 않을 터. 그 여운이 아직도 남아있다.

이후에 매생이 떡국을 먹으러 한번 간 적이 있으니,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다. 이번 메뉴는 대한민국의 대표 먹거리인 삼겹살구이다. 이집은 그 어떤 메뉴를 선택해도 늘 기대 이상이다. 반찬이 입맛에 잘 맞는다. 천연조미료를 사용한데다 간도 적절하다. 시골집이라는 상호에서 풍겨오는 이미지가 오롯하게 느껴지는 상차림이다.

강진의 들녘과 바다에서 난 식재료들로 차려낸 소박한 상차림

▲ 평범한 삼겹살도 강진 시골집에서 먹으면 별미다. ⓒ 조찬현


▲ 삼겹살을 노릇노릇 굽는다. ⓒ 조찬현


강진에서 난 식재료들로 차려낸 상차림은 늘 만족스럽다. 소박하고 정갈한데다 엄마의 손맛이 느껴지는 이런 밥상을 매일 마주하고픈 건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담백하고 맛깔난 두부나물과 애호박나물, 언뜻 해조류로 착각했던 오도독한 식감이 유별난 은이버섯무침, 자잘한 전어로 담근 대미젓갈이 특히 맛있다.

노릇노릇 구워낸 삼겹살은 쫀득쫀득하면서도 구수한 풍미가 압권이다. 소주 안주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한잔 술에 삼겹살 한 쌈은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역시 소주에는 삼겹살이 진리다.

된장국에 먹는 햅쌀밥도 맛있다. '가을 전어 한 마리가 햅쌀밥 열 그릇 죽인다'더니 전어로 담근 대미젓갈에 밥 한 그릇이 어느새 동났다. 강진의 식당 음식들은 이렇듯 어딜 가도 남도를 대표할만하다.

식후에 강진 대구면과 도암면을 잇는 가우도를 돌아보면 좋다. 가우도는 강진군 도암면 강진만의 8개 섬 가운데 유일한 유인도다. 섬이 소의 멍에를 닮았다 하여 가우도라 불린다.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돌아보면 좋다. 영랑나루 쉼터에서 만난 영랑 김윤식 선생 동상 곁에서 잠시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시심에 젖어본다.

▲ 영랑 김윤식 선생 동상이다. ⓒ 조찬현


▲ 가우도 영랑나루 쉼터에서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시심에 잠시 젖어본다. ⓒ 조찬현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 김영랑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불은 감닙 날러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니리
바람이 자지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것네

가우도는 최근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강진의 관광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자동차로는 들어갈 수 없으며 출렁다리가 섬 양쪽으로 연결되어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섬 정상의 청자타워에서 출발하는 레저시설 해상 짚트랙도 요즘 인기다.

▲ 전남 강진 시골집이다. ⓒ 조찬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을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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