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노벨상 수상자가 말해주는 '민주적'인 금융의 미래

[책 속의 금융읽기] 로버트 쉴러 <새로운 금융시대>를 읽다

등록|2017.09.22 09:23 수정|2017.09.22 09:23
많은 돈이 몰리지만, 오히려 그에 비례해 불안정한 곳이 있다. 바로 금융업계다. 현실에 가만히 안주하다 외부에서 혁신이 발생하면 우왕좌왕하며 휘청거리는 게 지금 한국 금융업계의 현주소이다.

당장 최근에도 카카오뱅크의 등장에 기성 은행업체들이 크게 당혹하였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시장 반응 때문이었다. 이에 대한 대처방안도 고작 제 2의 카카오뱅크를 빨리 만들라는 주문과 자신들도 금리 마진을 인하하겠다는 뻔한 언사 뿐이었다. 소비자들에게 더 큰 실망감만 안겨다 주었음은 물론이다. 

한국의 금융산업 경쟁력은 상당히 우려되는 상황에 놓여있다. 지난 2015년, 2016년 국제 민간 싱크탱크 세계경제포럼(WEF) 발표에서 우리나라는 우간다보다 순위가 뒤처지는 80위권의 점수를 받았다. 금융서비스 이용가능성(99위), 가격 적정성(89위) 등에서 특히 뒤처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작 은행을 비롯한 금융가(街)는 성과급 잔치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7월 23일 YTN 뉴스, 연합뉴스 TV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에서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역대 최고 수익을 기록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성공은 은행의 혁신 및 노력과는 아무런 상관성이 없는 단순한 '대출금리 상승' 때문이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이 은행과 금융을 '탐욕스러움'과 동의어로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나라의 금융환경은 미국의 것과 상당히 다름에도, 미국에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말이 터져나왔을 때 강한 호응이 발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수의 한국 국민들은 한국 사회에서도 은행이 '1대 99'의 사회구조를 만드는 데에 일조하며 그 본연의 책임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 로버트 쉴러, <새로운 금융시대> ⓒ RHK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는 이런 금융이 다른 비전을 가져야 하고, 또한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금융시대>는 바로 그 내용을 대중 독자들을 위해 풀어쓴 책이다.

2008년 금융위기와 그 여파가 어느 정도 사그라든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이후 금융 시스템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중 단연 주목받으며 오피니언 리더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였다.

당시 많은 학자와 정치인, 관료들이 금융의 '무조건적 억제'를 외치는 상황에서 쉴러 교수는 상당히 색다른 비전을 제시하였다. 그가 말하는 금융의 미래는 '민주적'인 금융으로의 탈바꿈이다. 이 생소한 개념은 과연 무엇일까. 그는 금융 그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 금융업의 발전은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준 공적이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 제시되는 예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젊은 사회 초년생 부부가 가족을 위한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금융의 힘이 필요하다. 창업의 시도나 기업의 확장과 같은 기업가 정신의 실현에 자금줄을 대주는 것은 금융업계이다. 영구적 가난과 빈곤에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지역을 돕는 중추적 기관들은 아프리카 개발은행, 유럽 부흥 개발은행과 같은 국제 금융기구들이다. 이처럼 한 개인부터 사회, 그리고 국제 문제에 이르기까지 금융은 많은 긍정적 변화들을 이끌어 내는 시발점이었다.

문제는 그러한 성취해 취해 금융 시스템이 가질 수 있는 문제점이나 위험성을 망각하는 순간 발생한다. <새로운 금융시대>는 '금융기관의 구조적 부실'과 정치인들이 내놓은 '장기적 비전이 아니라 당장 문제로 보이는 것들을 해결하는 방향으로만 추진'된 정책들이 위기를 낳은 가장 주된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쉴러는 금융이 사회를 번영으로 이끈 기존의 역할은 유지하고 잘못을 야기한 부분을 고쳐나가는 방식의 접근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금융이 이런 방식으로 99%의 사람들을 위한 도구로서 긍정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러며 이것을 '민주적'인 금융 또는 '인간적'인 금융으로 정의내린다.

그렇다면 <새로운 금융시대>에는 제시되는 고침의 방법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책의 제 2부 '무엇이 성장을 가로막는가?'에서 쉴러는 현재 금융위기를 야기한 문제점들을 하나씩 짚으며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가령 정책 결정자들의 장기적 결정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경기변동을 줄일 수 있는 금융수단을 개발하는 등의 접근(실업수당, GDP 지분 발행권 도입 등)이다. 일부는 과거 도입되었으나 영향력을 잃어온 정책들이고, 일부는 아직 기술상, 혹은 사회 분위기상 도입되기 쉽지 않은 정책들이다. 

이런 정책들의 도입에는 분명 상당한 반발이 여러 곳에서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쉴러는 "문제의 근본적 원인인 시스템 개선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결국 핵심을 놓치고 발전의 기회도 잃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온갖 내외부의 경고 목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무(無)혁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한국 금융업계 모두가 반드시 상기해야 할 목소리이다. 과연 변화가 가능할지, 그래서 금융이 가계를 착취한다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 긍정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계속 지켜볼 일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