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텃밭에도 마당에도 가을이 가득하네요!"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가을은 더욱 무르익어갑니다

등록|2017.09.24 15:12 수정|2017.09.24 15:12
봄볕엔 며느리, 가을볕엔 딸내미를 내보낸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가을볕이 좋다는 뜻인가 봅니다.

'일 년 중 이런 청명한 날이 며칠이나 될까?' 높고 푸른 하늘아래 맑은 햇살이 따사롭습니다. 살랑살랑 바람까지 부니 더욱 상쾌합니다.

요즘 농촌들녘은 그야말로 황금물결로 넘실댑니다. 오곡백과가 한창 무르익습니다.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입니다.

이웃집 아주머니가 우리 집에 마실 왔습니다.

"아니! 이집은 가을을 맘껏 즐기시네!"
"가을을 즐기다뇨?"
"가을볕에 호박꼬지 널고, 이건 땅콩. 그리고 요건 뭐예요?"
"토란줄기예요."
"녹두도 따고, 가지까지 널었구려! 이런 게 가을을 만끽하는 거죠?"

▲ 땅콩, 호박꼬지, 토란줄기, 녹두 꼬투리 등이 가을햇살에 잘 마르고 있습니다. ⓒ 전갑남


아주머니께서 우리더러 가을을 즐긴다는 말이 기분 좋게 들립니다. 그렇고 보면 가을을 즐긴다는 게 별거인가요? 가을을 가까이 하는 것으로 즐기는 거죠.

아주머니는 우리 마당에 널려있는 가을걷이를 보고서 부러운 모양입니다.

가을이 있어 농사꾼은 즐겁다

우리 텃밭에도 가을이 선물을 안고 찾아왔습니다. 애써 가꾼 것에 대한 결실이 기쁨으로 다가온 것입니다.

우리 가을걷이 첫 선물은 토란입니다. 토란은 보통 추석 무렵 수확하지만, 올 추석은 늦게 찾아오는지라 미리 캤습니다. 자랄 때 가뭄을 몹시 타 밑이 시원찮을 줄 알았는데 괜찮게 들었습니다. 알토란은 추석 때 쇠고기와 두부를 넣어 탕국을 끓여먹으면 맛있습니다. 줄기는 살짝 데쳐 껍질을 벗겨 널어 묵은 나물로 먹습니다. 또 토란줄기는 육개장에 들어가면 좋은 식재료가 됩니다.

하루 전 우리는 땅콩을 수확하였습니다. 고구마줄기가 땅콩 이랑을 덮쳤지만, 우리가 먹고도 남을 만큼 수월찮게 거두었습니다.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땅콩은 흙을 털어내고 깨끗이 씻어 말립니다. 맥주 안주로, 또 입이 심심할 때 견과류로 먹으면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녹두 꼬투리도 여물기 시작합니다. 다른 집보다 좀 늦게 심었는데도, 때가 되니 꼬투리가 까매진 게 많아졌습니다. 녹두는 한꺼번에 일시에 꽃이 피지 않습니다. 먼저 핀 놈, 나중에 피는 놈 제각각입니다. 녹두 꼬투리는 까매진 것이 보이는 대로 거둬들여야 합니다. 햇볕에 바짝 마르면 조금만 건들어도 입을 벌리기 때문입니다. 추석 때 아내의 녹두부침개 솜씨가 기다려집니다.

기세 등등 무성하게 뻗은 호박넝쿨에 애호박이 많이 달렸습니다. 아내는 애호박을 따서 얇게 썰어 말립니다. 사나흘 볕에 말린 호박꼬지가 수월찮습니다. 호박꼬지는 나물 귀한 겨울철에 소중한 반찬거리가 될 것입니다.

▲ 만물상이 차려진 우리 텃밭. 가을이 결실을 가져와 수확을 앞두고 있습니다. ⓒ 전갑남


우리 텃밭 가을걷이는 찬바람이 불 때까지 계속됩니다. 고구마 캐는 큰 일이 남았습니다. 들깨, 서리태, 팥 등도 때맞춰 털어야 합니다. 늦고추도 한 번 더 딸 게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장을 마치면 올 가을은 지나갈 것입니다.

풍요로운 가을이 간다

아주머니가 말린 땅콩 하나를 까서 먹어봅니다.

"땅콩이 잘 여물었네!"
"날 땅콩 비리지 않으세요?"
"난 좀 비려도 날로도 잘 먹어요!"
"그럼, 좀 드릴게 갖다 드세요."
"감사하지만, 어떻게 그냥!"
"이걸 다 우리가 먹나요. 호박꼬지나 토란줄기는요?"
"호박꼬지는 우리도 말렸고, 토란줄기는 별로예요!"

아주머니께 땅콩을 비닐봉지에 가득 담아드리자 힘들어 농사지은 것을 뺏어먹는 것 같다며 자꾸 덜어냅니다.

아주머니는 내게 "너무 힘들게 하지 말고, 적당히 하라!"는 당부 아닌 당부를 합니다. 자리를 뜨시며 한마디 남기십니다.

"이집은 텃밭에도 마당에도 가을이 가득하니 참 좋아 보여요!"

햇살과 함께 기분 좋은 가을하루가 지나갑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