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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치킨으로 훈련병 속인 교회, 너무하네요

[입영부터 전역까지 ⑬] '종교의 자유'가 없는 훈련병

등록|2017.09.27 19:59 수정|2017.09.28 14:53
사람에게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합니다. 종교의 자유. 누구나 자유롭게 종교를 선택하거나, 종교를 믿지 않아도 되는 권리죠.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사실상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곳이 하나 있습니다. 어디일까요? 바로 군대입니다.

군대에서는 늘 잠이 부족합니다. 열악한 환경이기에 더 그렇습니다. 낮에는 고된 작업, 훈련, 새벽에는 경계근무를 서기에 그렇죠. 그래서 주말을 갈망합니다. 주말에는 편히 쉬거나 잠을 잘 수가 있으니까요. 물론 이건 자대에서의 모습입니다. 신병교육대의 상황은 전혀 다릅니다.

신병교육대에서 첫 주말을 맞이했을 때입니다. 조교들이 훈련병들에게 다가와서 외쳤습니다.

"종교행사 간다! 기천불! 기천불! 기천불! 분대장 훈련병이 조사해서 보고하러 와!"

기천불.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싶었습니다. 나중에야 그것이 '기독교(개신교)·천주교·불교'의 준말임을 알았습니다. 조교의 다그침에 분대장 훈련병들은 후다닥 움직였습니다. 펜과 종이를 들고 다니면서 기독교 ○명, 천주교 ○명, 불교 ○명 등으로 집계해 적었습니다.

그때 어느 훈련병이 조교에게 가서 물었습니다. 종교가 없는 훈련병들은 어찌하냐는 질문이었죠. 그러자 조교는 인상을 찌푸리며 귀찮다는 어투로 말했습니다.

"여기가 밖이야? 군대에서 가라면 다 같이 가는 거지!"

▲ 성당(자료사진) ⓒ flickr


결국 그 훈련병은 종교행사에 갔습니다. 그렇게 해서 200명이 훨씬 넘는 훈련병은 모두 종교행사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저는 고심 끝에 천주교로 갔습니다.

천주교를 선택한 훈련병들은 신병교육대 내에 위치한 성당으로 갔습니다. 성당에는 신부가 1명 기다리고 있었죠. 검은색 사제복 차림의 신부는 참 근엄해 보였습니다. 미사가 시작됐습니다. 종교행사 특유의 음악과 신부의 말투는 졸음을 유발했죠. 가뜩이나 매일매일 훈련과 작업에 시달리는 훈련병들이기에 더욱 졸렸습니다. 중간중간 모두 일어나서 노래를 부르기는 했지만, 그래도 졸음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몇몇 훈련병들은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았죠.

이때 신부는 굉장히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게는 두 가지 인간이 있다. 잘 듣는 분, 잠자는 놈! 이렇게 두 가지! 여러분은 놈이 아니라 분으로 호칭되기를 바란다."

훈련병의 고단함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신부의 태도에 놀랐습니다. 이후로도 신부는 조는 훈련병에게 날 선 '잔소리'를 이어갔습니다. 지친 영혼을 위로하는 성직자인데도 불구하고, 그 신부에게는 훈련병이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 자신의 미사가 중요했나 봅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우리가 자대로 떠날 무렵이 되자, 성당에는 가장 적은 사람만이 갔습니다.

대신에 기독교(개신교) 참여 인원이 엄청나게 늘어났죠. 기독교는 예배 시간에 비교적 편하게 잠을 자도 됐으니까요. 잠이 부족한 훈련병들에게는 더할 나위가 없었죠. 기독교를 택한 다수는 예배시간에 잠을 자기 위해, 그리고 끝나고 주는 초코파이 2개를 위해 교회에 갔습니다.

왜 '종교를 믿지 않아도 되는' 자유는 없는가?

어느 날, 중대장 '정신교육' 시간이 왔습니다. 중대장은 군대에도 인권이 있음을 교육했죠. 얼마 후에 교육이 끝났습니다. 중대장은 궁금한 점이 있으면 질문하라고 했습니다. 이때 어느 용감한 훈련병이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그 훈련병은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중대장님. 중대장님께서 군대에 인권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왜 저희는 종교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것입니까? 종교행사에 가고 싶지 않은 훈련병들도 억지로 가고 있습니다."

다수가 내심 원하는 질문이었지만, 이렇게 당돌하게, 용감하게 말하는 훈련병은 처음이었습니다. 중대장은 대답했습니다.

"중대장은 너희들에게 종교행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내고 있다."

끝으로 중대장은, 훈련병들을 위한 것이니 종교행사에 꼭 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신병교육대를 벗어나기까지 '의무적으로' 종교행사에 가야만 했죠.

훈련병들이 가고 싶어서, 진정으로 종교행사를 위해서 가는 것이 아닌, 지휘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니까 가야 한다는 생각. 아무리 군대라 해도 재고해볼 문제라고 봅니다.

교회, 법당, 성당 등은 훈련병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갖은 수단을 쓰는 듯했습니다. 초코파이, 피자, 햄버거 등의 각종 먹거리로 훈련병들을 유인했습니다.

대다수 훈련병은 신앙심 때문에 가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그저 억지로 떠밀어서 '의무적'으로 보내기에 가는 것이나 다름없었죠. 그래서 결국 '조건'이 좋은 종교시설로 훈련병들이 가는 겁니다. 훈련병들을 신앙심과 별개로 억지로 종교행사에 보내면서 생기는 '웃픈' 장면입니다.

훈련병 교육기간이 8주인 줄 알았다는 교회

▲ 쵸코파이(자료사진) ⓒ flickr


마지막 7주차 때의 일입니다. 현재는 신병교육이 5주지만 제가 입대했을 때는 교육기간이 7주였습니다. 첫 5주간 훈련병 신분으로 훈련을 받고, 나머지 2주는 교육생 신분으로 심화교육을 받는 형식이죠.

6주차 종교행사 때, 각 종교들은 '마지막'에 초점을 맞춰 교육생(훈련병)들에게 홍보했습니다. 마지막 7주차에서는 끝나는 기념으로 교육생들에게 맛있는 것을 줄 테니 오라는 것이죠. 불교에서도 치킨을 준다, 천주교에서도 햄버거를 준다는 식으로 서로 종교 간의 경쟁을 벌였습니다. 늘 배가 고픈 교육생들은 대단히 기대했습니다.

이때 기독교에서 매우 파격적인 조건이 나옵니다. 정확히 따지면 기독교의 민간음악단이 제시했죠. 기독교에는 외부 민간음악단이 찾아오곤 했습니다. 이들은 교육생들에게 '다음 주에 치킨과 피자를 사 올 테니 꼭 다음 주도 기독교로 오라'고 했습니다. 치킨과 피자. 하나만 맛봐도 소원이 없을 때입니다. 그런데 무려 두 개를 준다고 합니다.

당연히 대다수 교육생은 환호했죠. 심지어 꾸준히 불교에 가던 어느 교육생도 기독교로 마음을 돌릴 정도입니다. 제가 속한 생활관은 전원이 기독교로 향하는 진풍경까지 나왔죠.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교육생들이 교회로 몰려왔죠.

빡빡머리의 교육생들은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린 것은 피자와 치킨이 아니었습니다. 초코파이 2개와 요구르트 1개만이 있었죠. 민간음악단에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 훈련기간 8주가 아니라 7주였어요? 우리가 착각했네요~ 미안해요~"

훈련기간을 착각해서 피자와 치킨이 없다는 겁니다. 화가 나는 것을 넘어서 어이가 없더군요. 명백히 거짓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해 마지막 훈련병 기수입니다. 그 앞에 12개 기수가 먼저 7주간의 신병교육대를 거쳤습니다. 게다가 이 민간음악단은 몇 년 전부터 신병교육대에 왔던 이들입니다. 착각을 하려야 착각할 수가 없죠.

사실상 교회에 사람을 많이 끌어모으기 위해서 처음부터 거짓말을 했던 겁니다. 속이 뻔히 보이는 이 거짓말, 교육생들에 대한 농락에 화가 났습니다. 대다수 교육생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거나 화를 냈죠. 평상시에 법당을 다니던 교육생은 이렇게 탄식했죠.

"아! 고작 이런 거짓말에 속아서 법당 7주차를 찍지 못하다니!"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게 주객전도입니다. 마음의 안식을 얻으라는 명목하에 '의무적'으로 가는 종교행사. 훈련병들을 잡기 위해서 먹거리 등으로 유인하는 종교들. 마치 '장사꾼들의 경쟁'이 연상될 정도입니다. 이게 과연 올바른 종교행사라고 부를 수가 있나 싶습니다.

애초부터 '가기 싫은 사람'을 억지로 종교행사에 보내서는 안 됩니다. 종교행사를 가지 않으면 작업을 시키는 등의 불이익도 줘서도 안 됩니다. 군 안에서도 진정한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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