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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5개월의 기다림... 은화와 다윤이의 '장례식' 아닌 '이별식'

[현장]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 조은화·허다윤양 이별식... "미수습자 손톱 하나라도 찾기를"

등록|2017.09.25 12:34 수정|2017.09.25 13:55

▲ 25일 오전 서울 시청 도서관 앞에서 세월호 피해자 단원고 고 허다윤, 조은화양의 이별식이 열리고 있다. 두 사람의 영결식은 세월호가 인양되며 일부 유골이 발견해 사고 3년 5개월 여 만에 치러졌다. ⓒ 이희훈


▲ 25일 오전 서울 시청 도서관 앞에서 세월호 피해자 단원고 고 허다윤, 조은화양의 이별식이 열리고 있다. 두 사람의 영결식은 세월호가 인양되며 일부 유골이 발견해 사고 3년 5개월 여 만에 치러졌다. ⓒ 이희훈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조은화·허다윤양의 운구 방향과 시간을 설명하는 관계자의 말에 은화양의 오빠 조성연씨는 흰 장갑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눈가가 붉어진 은화양의 언니 허서윤씨도 작게 한숨을 내쉬며 알았다는 표시를 했다. 운구를 옮길 자원봉사자 12명이 조씨와 허씨 뒤에 나란히 섰다.

25일 새벽 6시경 은화양과 다윤양의 유해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가족들은 3년 5개월 만에 이날 처음 딸의 흔적을 마주했다. 장미꽃으로 '사랑해'라는 글씨가 새겨진 관이 이별식이 있는 서울시청으로 옮겨질 준비를 마쳤다.

은화양이 차에 실렸다. 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운구차에 실린 딸을 한참 바라보다 벽에 기대어 흐느꼈다. 두 손을 포개고 입을 꾹 다문 은화양의 아버지 조남성씨가 운구차를 바라봤다.

이어 다윤양의 언니 허서윤씨가 동생의 영정사진을 들고 뒤를 따랐다. 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가 관에 입을 맞췄다. 다리가 휘청이는 박씨를 남편 허흥환씨가 뒤에서 부축했다.

"우리 은화, 다윤이가 이별하며 떠납니다.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아직 목포 신항에서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다섯 명 다 찾아지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윤양의 어머니 박씨가 연신 허리를 굽히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오전 9시 10분, 조양과 허양을 실은 운구차 두 대가 나란히 서울시청으로 향했다.

"사랑하는 가족들, 사랑한다고 많이 사랑한다고 해주세요"

▲ 25일 오전 서울 시청 도서관 앞에서 세월호 피해자 단원고 고 허다윤, 조은화양의 이별식이 열리고 있다. 두 사람의 영결식은 세월호가 인양되며 일부 유골이 발견해 사고 3년 5개월 여 만에 치러졌다. ⓒ 이희훈


▲ 25일 오전 서울 시청 도서관 앞에서 세월호 피해자 단원고 고 허다윤, 조은화양의 이별식이 열리고 있다. 두 사람의 영결식은 세월호가 인양되며 일부 유골이 발견해 사고 3년 5개월 여 만에 치러졌다. ⓒ 이희훈


"두 학생에게 인사하러 오신 시민 여러분 가까이 오세요. 아주 가까이 와주세요. 외로우니까 가까이 와주세요."

미수습자 가족 측 대변인 역할을 하는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이 이별식을 찾은 이들에게 말했다. 50여 명의 시민,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관계자, 국군유해발굴단 관계자 등이 이별식이 열린 서울시청 도서관 앞에 모였다.

"국민 여러분 너무나 고맙습니다. 너무나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세월호를 인양해서 다윤이 은화를 먼저 보낼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시는 이런 아픔이 없도록 여러분들이 함께 해주시고 무엇보다도 목포 신항에서 무서워서 두려워서 떨고 있는 남겨진 아이들 관심 가져 주세요. 다 찾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여러분이 사랑하는 자녀들, 사랑하는 가족들 사랑한다고 많이 사랑한다고 해주세요. 고맙습니다." -허다윤양 어머니 박은미씨

"엄마를 얼마나 찾았을까. 얼마나 애타게 엄마를 불렀을까. 엄마를 찾으며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우리처럼 아픈 사람들 두 번 다시 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은화를 못 찾을까 봐 너무 무서웠고, 아이를 못 찾을까봐 너무 두려웠고요. 너무 마음이 아프고 너무 미안하고 너무 서글픈데 은화와 다윤이를 먼저 보내줍니다. 그래서 장례식이 아닌 이별식입니다.

많은 국민이 함께 울어주시고 함께 힘 실어주시고 지금도 함께 기도해주셔서 우리 은화 다윤이가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먼저 보내줍니다. 국민들이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라고 조금의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서울시청에서 이별식을 했는데 배려해주신 시장님 국민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많은 사람한테 위로받고 사랑받고 할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조은화양 어머니 이금희씨

손을 마주잡고 박씨와 이씨가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흐느끼며 말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한 이씨의 손을 박씨가 부여잡았다. 다윤양 아버지 허흥환씨는 "그동안 도와주시고 함께 해주셔서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 감사하다"며 "그 사랑 베풀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은화양의 아버지 조남성씨는 "그래도 저희는 가족을 찾았지만 아직도 목포 신항에 유해를 찾지 못한 가족들이 있다"라며 "그 가족들이 뼈 한 점이라도 찾아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라고 호소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다시는 이런 아픔이 이 땅에서 없도록 우리 모두 함께해야 할 것 같다"라며 "두 분 어머님, 두 분 아버님이 고통에서 헤어나 우리와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영모 세월호 선체 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남은 기간 열심히 해서 선체조사와 미수습자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영정사진 뒤에 서서 말을 이어가던 은화양과 다윤양의 어머니는 딸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며 영정사진 앞으로 향했다. 두 어머니는 딸의 사진 앞에 무릎을 감싸고 주저앉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들의 들썩이는 어깨를 박 시장이 감싸 안았다.

"미수습자 5명, 손톱 하나라도 찾기를…"

▲ 25일 오전 서울 시청 도서관 앞에서 세월호 피해자 단원고 고 허다윤, 조은화양의 이별식이 열리고 있다. 두 사람의 영결식은 세월호가 인양되며 일부 유골이 발견해 사고 3년 5개월 여 만에 치러졌다. ⓒ 이희훈


▲ 25일 오전 서울 시청 도서관 앞에서 열린 세월호 피해자 단원고 고 허다윤, 조은화양의 이별식에서 조은화 양의 엄마 이금희씨가 자리에 주저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이희훈


▲ 25일 오전 서울 시청 도서관 앞에서 열린 세월호 피해자 단원고 고 허다윤, 조은화양의 이별식에서 두 학생의 엄마 박은미, 이금희씨가 서로의 손을 붙잡고 있다. ⓒ 이희훈


은화양과 다윤양의 가족과 시민들은 남아있는 미수습자 다섯 명의 이름을 애타게 외쳤다. 미수습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른 이들은 "안전사회가 실현되는 그 날까지 모두 함께하자"고 다짐했다. 양 위원장은 "가족들은 목포 신항에서 이들의 손톱 하나라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유해가 발견되지 않은 미수습자는 단원고 남현철·박영인군과 양승진 교사, 일반 승객 권재근·권혁규 부자로 총 다섯 명이다.

40여분간 짧은 이별식을 마친 뒤 가족들은 조은화·허다윤양의 영정을 다시 두 대의 운구차에 싣고 경기 안산 단원고로 향했다. 두 사람의 유해는 단원고를 거쳐 수원 연화장에서 화장된 후 다른 세월호 희생자들과 함께 평택 서호 공원에 안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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