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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 소방관 유가족을 위한 '버팀목', 우리도 만들어요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37] 미국 순직소방관재단 유가족 네트워크

등록|2017.09.27 10:35 수정|2017.09.27 10:35
한해 60명에서 80명의 소방대원이 목숨을 잃는 미국에서는 순직한 소방대원의 유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1992년 미국 의회가 중심이 돼 만들어진 '순직소방관재단(National Fallen Firefighters Foundation)'은 그야말로 유가족들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소외되기 쉬운 유가족의 치유와 회복을 민간영역에만 맡겨두지 않고 국가가 직접 나서서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재단은 "We are here for you." 즉 "우리는 당신을 위해 여기에 있다." 라는 모토를 내걸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유가족이 슬픔을 딛고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사회와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활동이 비슷한 경험을 한 가족들을 서로 연계해 심리적·정서적 지원을 해주는 '유가족 네트워크' 운영이다.

이뿐만 아니라 유가족 자녀들을 위한 힐링캠프를 운영하고 장학금을 지급하는가 하면, 현직 소방대원들의 부상과 순직을 예방하기 위한 연구를 지원하고 매년 추모식도 개최한다.

▲ 지난 해 개최된 순직소방관 추모식에서 한 유가족 자녀가 소방관으로부터 성조기와 장미를 수여받고 있다. (출처: 순직소방관재단) ⓒ 이건


▲ 지난 해 개최된 유가족 자녀 캠프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LOVE' 라는 조형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 순직소방관재단) ⓒ 이건


유가족 네트워크가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혼자가 아닌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과 연결돼 서로 위로받고 힘을 낼 수 있도록 돌봐주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를 통해서 헤어짐의 슬픔을 극복하고 자기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에 대해서도 배운다.   

재단은 다음 달 7일과 8일 이틀에 거쳐 95명의 순직소방대원을 위한 성대한 추모식을 준비 중이다. 

지난 해 개최된 추모식만 봐도 행사준비, 의장대, 유가족 에스코트 등 행사지원을 위해 함께 힘을 보탠 소방관의 숫자가 천여 명이 넘는다고 하니 그 규모가 엄청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 지난 2015년 순직소방관 추모식에 참석한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순직소방관재단) ⓒ 이건


▲ 지난 2015년 오바마 대통령이 순직한 소방관 가족의 자녀를 안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출처: 순직소방관재단) ⓒ 이건


지난 해 순직소방관재단의 예산은 연방정부의 보조금과 각종 기부금을 포함해 우리 돈으로 약 78억 원 정도의 규모다. 이 예산을 가지고 유가족과 동료 소방대원들을 보듬어 안아 보다 더 건강하고 발전적인 소방조직을 만들어 가는데 사용하고 있다.  

지난 17일 강원도 강릉시 강문동에서 기와 목조 정자인 석란정 화재를 진압하던 두 분의 소방관이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분들을 포함해 현재 국립대전현충원 소방공무원 묘역에는 약 130위(位) 의 소방관들이 잠들어 있다. 

매번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순직한 소방대원의 유가족들은 추모식이 끝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져 간다.     

이 시점에 과연 우리는 유가족과 그 동료들을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가 순직한 소방관은 대한민국의 가족이다. 그런데 그 가족을 따뜻하게 품어주지 못한다면 이는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될 것이다. 

부디 이번 기회를 통해 고인들의 숭고한 뜻이 빛바래지 않도록, 그리고 그들의 가족이 소외되지 않도록 정부차원에서의 고민과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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