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밥으로만 살 수 있을까?
네팔에 보낼 양말인형 만들기 자원봉사를 다녀와서
▲ 양말로 만든 고양이 인형 ⓒ 정혜윤
양말로 인형을 만들어요?
지난 23일, 황금 같은 토요일 오후에 특별한 자원봉사를 다녀왔다. 사단법인 희망씨의 하반기 열린 강좌로 진행된 이 날 자원봉사에서는 양말로 인형을 만들었다. 만들어진 인형은 올가을 네팔 뻘벗 지역의 아이들에게 학용품, 의류와 함께 전달된다고 했다.
▲ 양말과 양말인형 ⓒ 정혜윤
양말 vs. 양말 인형
한참 집중해서 만들다가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겨서 바느질을 하고 계신 담당 국장님께 물어봤다. "네팔 아이들한테 인형이 가는 건 처음인가요?" 국장님은 "네, 학용품이나 옷은 보낸 적이 있지만, 인형은 처음이에요. 어쩌면 아이들한테는 이 인형보다 양말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 양말인형 만드는 모습 ⓒ 정혜윤
오랜만에 서툰 바느질을 하며 생각에 잠겼다. '내가 만든 이 인형은 누가 갖고 놀게 될까? 좋아할까?' 그리고 나의 첫 인형이 떠올랐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첫 인형은 마론 인형이었다. 동네 언니들이 갖고 노는 걸 보고 엄마를 조르고 졸라 문구점에서 내가 고른 미미인형. 6~7살 즈음에 산 그 인형을 초등학교 4~5학년 즈음까지 잘 가지고 놀았었다. 나와 동네 언니들의 상상력에 힘입어 인형은 다채로운 삶을 살았다. 꼬깃꼬깃 모은 천 원짜리로 인형 옷도 사서 입히고, 머리도 땋아주고 하면서.
▲ 네팔 뻘벗 지역의 아이들 ⓒ 사단법인 희망씨
아이들이 자라는데 필수적인 것은 밥, 옷, 집도 있지만 '인형'도 있고 '장난감'도 있다. 물론 고가의 장난감이 필수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갖고 놀 최소한의, 한두 개의 장난감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른들이 '밥'으로만 살 수 없는 것처럼 아이들도 '밥'만으로는 살 수 없으니까. 이번 추석에 집에 가면 내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미미'를 찾아봐야겠다. 아, 내가 만든 양말 인형은 네팔에서 어떤 이름을 갖게 될까?
덧붙이는 말
"사단법인 희망씨"(http://cafe.daum.net/hopeC)는 노동자·서민이 중심이 된 아동청소년지원전문 나눔연대법인으로 위기아동청소년 발굴 및 지원사업, 취약계층 청소년 교복지원과 장학사업 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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