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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로 끝내려고? 법정 나와 물대포 상황 증언하라"

고 백남기 농민 유족 경찰 상대 손배소...증인신문 이뤄지나

등록|2017.09.29 18:25 수정|2017.09.29 18:25

▲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2015년 11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1가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던 69세 농민 백남기씨가 경찰이 쏜 강력한 수압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 ⓒ 권우성


백남기 농민 사망 당시 살수차 운용에 관여했던 경찰관 3명은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유족 측의 요구에 응하겠다'는 문서만 제출한 데 대해 백남기 농민의 유족측은 "사죄의 뜻이 있다면 법정에서 증언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2부(부장판사 김한성)는 29일 백남기 농민 유족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8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경찰 측 변호인 대리인단은 유족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청구인낙서를 제출한 데 대해 "민사 소송을 통해 유족들과 다투는 행위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소송과 상관없이 유족들을 찾아뵙고 진심으로 사과드리는 데 모든 전념을 다 하고 싶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국가와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 구은수 당시 지방경찰청장, 현장을 지휘했던 신윤균 전 서울지방경찰청 4기동단장, 살수차를 조종했던 한아무개 경장과 최아무개 경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지난해 9월부터 재판이 진행돼왔다.

그러던 중 신 총경과 한 경장, 최 경장이 지난 26일과 27일 재판부에 '청구인낙서'를 제출했다. 청구인낙서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인정하며 승낙한다는 취지다. 

이날 재판부가 "(손해배상) 금액이 변경되더라도 상관없나"라고 묻자 경찰 측은 "급여가 압류될 각오까지 했기 때문에 더 이상 다툴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유족 측 대리인단 김인숙 변호사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된다는 책임을 묻기 위한 게 더 컸지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며 "원고들에게 사죄의 뜻이 정말 있다면 이 법정에 나와서 있는 그대로 증언함으로써 사실관계를 밝히는 게 진정한 도리"라고 주장했다.

앞서 유족 측이 '당사자 신문'을 요청해 신 총경 등 피고들은 법정에서 증언할 예정이었다. 유족 측은 청구인낙서를 제출한 경찰들이 피고가 아니게 되더라도 백남기 농민이 사망할 당시 상황을 증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변호사는 "증인 신문이든, 당사자 신문으로든 그날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상황에서 물대포를 쐈는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세 경찰관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 또한 청구인낙서 등을 제출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경찰관들의 변호인단은 "내부적인 검토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유족들과 직접적인 협의 절차에 들어가진 않았으나 긴 시간 협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경찰관 세 명을 증인으로 법정에 세우는 부분에 대해 협의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음 변론 기일은 11월 10일 오후 3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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