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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은퇴경기, 홈런으로 배웅한 김성욱

[KBO리그] 30일 이호준 은퇴경기에서 2안타 3타점 작렬, NC 11-4 대승

등록|2017.10.01 15:34 수정|2017.10.01 15:35
롯데와 3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NC가 이호준의 은퇴식이 열리는 날 대승을 거뒀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NC 다이노스는 9월 30일 통합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한 방을 포함해 15안타를 터트리며 11-4로 대승을 거뒀다. NC의 선발 에릭 해커는 6이닝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로 시즌 12번째 승리를 챙긴 반면에 올해 10승을 거둔 넥센 선발 제이크 브리검은 2.2이닝 10실점(8자책)으로 최악의 마무리를 보여주고 말았다.

정규리그 마지막 홈경기를 맞은 NC는 이날 '호부지' 이호준의 은퇴 경기와 은퇴 행사를 열었다. 선수들은 모두 이호준의 등번호 27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진짜 이호준을 포함해 무려 6명의 이호준이 멀티히트를 기록한 이 경기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27번은 6회 솔로 홈런을 비롯해 2안타3타점3득점으로 맹활약한 '8번타자 이호준' 김성욱이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호타준족 외야 유망주 김성욱

김경문 감독은 어깨가 강하고 장타 능력을 보유한 젊은 외야수를 선호한다. 두산 베어스를 이끌던 2007년에는 고졸 2년 차에 불과하던 민병헌을 풀타임 1군 선수로 데리고 있었고 NC감독에 부임한 후에는 대학 야구 최고의 좌완투수로 이름을 날리던 나성범을 타자로 전향시켰다. 광주 진흥고 시절부터 강한 어깨와 일발 장타력을 과시하던 김성욱도 김경문 감독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키운 대형 외야 유망주다.

2013년 단 4경기 출전에 그쳤던 김성욱은 2014년 26경기에 출전해 타율 .174 1홈런1타점6득점을 기록했다. 9월4일 넥센전에서 대수비로 출전했다가 프로 데뷔 첫 홈런을 때린 것을 제외하면 전혀 돋보일 것이 없는 활약이었다. 그럼에도 김경문 감독은 그 해 LG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김성욱의 이름을 포함시켰다. 비록 한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김성욱은 김경문 감독의 배려 속에 특별한 가을야구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김성욱은 2015년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후 시즌이 끝날 때까지 한 번도 2군에 가지 않았다. 풀타임 1군 선수로서 실질적인 첫 시즌을 맞은 것이다. 2015년 NC의 백업 외야수로 활약한 김성욱은 125경기에서 타율 .258 3홈런 26타점을 기록했다. 비록 타격 성적은 기대에 조금 미치지 못했지만 수비에서 5개의 보살을 기록하며 강한 어깨를 마음껏 뽐냈다. 김성욱은 그 해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2볼넷1도루를 기록하며 자신의 입지를 더욱 넓혔다.

작년 시즌 김성욱은 6월까지 1할대 타율에 허덕이며 김준완과의 주전 경쟁에서 다소 밀리는 듯했다. 하지만 7월부터 본격적으로 방망이에 불을 뿜기 시작한 김성욱은 7월 이후에만 12홈런 39타점을 쓸어 담는 맹활약으로 '나테박이'의 뒤를 잇는 NC타선의 히든카드로 급부상했다. 김성욱은 작년 시즌 130경기에 출전하고도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무려 9개의 결승타를 기록했고 외야 전포지션을 두루 소화하며 수비에서도 큰 공헌을 했다.

김성욱은 LG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타율 .300 1홈런2타점을 기록하며 NC의 첫 한국시리즈 진출에 큰 힘을 보탰다. 하지만 NC는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판타스틱4'에 막혀 전혀 힘을 쓰지 못했고 김성욱도 4경기에서 10타수1안타에 그치고 말았다. 물론 한국시리즈에서의 부진과는 별개로 김성욱이 나성범,박민우와 함께 NC 타선을 이끌 차세대 간판 선수임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8월까지 1홈런에 그치던 김성욱, 최근 11경기서 5홈런 작렬

올 시즌을 앞두고 1억 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한 김성욱은 NC의 주전 중견수 후보로 급부상했다. 2014년부터 꾸준히 NC의 주전 외야수로 활약했던 '종박' 이종욱이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NC외야의 세대교체는 더욱 가속화되는 듯 했다. 실제로 김성욱은 개막전부터 주전 중견수로 출전하며 큰 기대를 모았지만 안타깝게도 김성욱은 어렵게 잡은 풀타임 주전 등극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

예비역 권희동이 꾸준한 활약으로 순조롭게 좌익수 자리를 차지하는 동안 김성욱은 5월까지 타율 .189 무홈런5타점에 그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결국 김경문 감독은 기량이 검증된 이종욱을 다시 중용할 수밖에 없었고 김성욱은 지난 2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백업 외야수로 밀려나고 말았다. 8월이 끝날 때까지 시즌 홈런이 단 1개. 이런 선수를 순위 싸움이 점점 치열해지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출전시키고 있는 김경문 감독의 인내심(?)이 놀라울 정도였다.

하지만 김성욱에 대한 김경문 감독의 믿음은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니었다. 9월 12일까지 시즌 타율 .227에 불과하던 김성욱은 최근 11경기에서 17안타(타율 .340)를 몰아치며 타격감을 바짝 끌어 올리고 있다. 실제로 시즌 개막 후 112경기에서 단 1홈런에 불과했던 김성욱은 최근 11경기에서 무려 5개의 홈런을 쓸어 담고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스윙하는 순간 배트에 파워를 실을 줄 아는 김성욱의 장점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김성욱은 30일 이호준의 은퇴경기로 치러진 정규리그 마지막 홈경기에서도 무서운 타격감을 뽐내며 대선배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3유간을 꿰뚫는 2타점 적시타를 터트린 김성욱은 6회 4번째 타석에서 2.2이닝 무실점을 이어가던 신재영을 상대로 좌측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작렬했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떠나는 초대 주장 이호준에 대한 감사의 담은 선물로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다.

김성욱은 올 시즌 6홈런 중 5개를 9월에 몰아치고 있다. 9월 타율도 .316에 달한다. 날씨가 선선해 지면서 타격감이 완전히 살아났다는 뜻이다. 아직 NC의 가을 야구 첫 상대가 롯데 자이언츠가 될지 SK 와이번스가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공수주를 두루 갖춘 젊은 외야수 김성욱의 부활은 NC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공룡들의 창단 후 4번째 가을 야구에서 차세대 스타 김성욱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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