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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에 잘 할 필요 없다", "도리만 하고 살자"

[며느라기 모였다②] 나는 왜 자발적으로 '며느라기'가 되려했을까?

등록|2017.10.03 19:57 수정|2017.10.03 19:57

▲ 웹툰 <며느라기>의 한 장면(작가의 동의를 얻어 싣습니다). ⓒ <며느라기>


☞[며느라기 모였다①] 남편 접시 위에 놓인 고기 다섯덩어리, 어머니 저는요?

- 구영이는 전을 부치고 상을 차리는 사린이를 보며 뭔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고 해요. 그래서 사린에게 그 날만 '그냥... 그렇게... 있어주면 안 될까?"라는 부탁을 했어요. 평소에는 그렇지 않다가도 명절이나 시댁행사에만 좀 '참아달라'는 말, 실제로 들어보셨어요?
애기야: "저는 들어봤어요. 어느 날 남편이 '우리 어머님, 아버님은 바뀌지 않을 분들이야. 그렇게 살아오신 분들이니까 그대로 좀 있어 달라'라고 하더라고요."

바게트: "남편이 불합리함을 느끼고 많이 바꿔주는 편이에요. 집안일은 아무것도 안 하던 시아버지가 지금은 저희 오기 전에 대청소도 미리 하고, 저희가 도착하면 아이도 봐주시거든요. 집안 일은 돕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거라고 남편이 주장하고 요구하고, 솔선수범해서 아이 밥 만드는 모습을 일부러 보여줬죠.

그런 부분은 있어요. 제가 불합리함을 발견하고 남편에게 말하면, 불공정한 건 맞는데 누가 맞고 틀린 게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서로의 살아온 시대와 시간이 다른 거라고요. 누가 누구한테 맞춰야 하는 거라고 하면 안 된다면서요. 남편이 서로 다른 채로 살아가야 한다고 하기에, 저는 다른 문제이니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 개선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죠.

남편도 동의하지만 더 이상 이야기가 진전되지는 않아요. 남편 말은 만약 우리가 송두리째 바꾸자고 하면 당신들(시부모님)께서 살아온 수십 년의 세월을 부정하는거라 충격일 거라고. 시아버지 같은 경우 바뀔 수 없는 영역이 있으니 인정해달라고 했어요. 남편이 노력하는 부분이 있으니 그냥 넘어가긴 하는데, 옛날 분들이라는 이유로 당연히 이해해야 하는 거면 문제는 바뀔 수 없을 거 같아요."

애기야: "어머, 우리 남편도 똑같이 말했어".

잔나비: "그런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우리가 시부모님과 부딪히고 싶지 않은 것처럼 자식도 부모와 부딪히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거죠. 사실 며느리와 시부모님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게 남편이잖아요. 아내의 불만을 바로 해결하거나 그 순간에 개입해서 해결 하지 못하더라도 맞장구 쳐주고 '힘들었지' 해주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아내가 친정과 남편 사이에서 중간자, 매개체가 되듯 남편도 마찬가지잖아요."

바게트: "남편과 시댁 사이에서 부당함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남편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남편이 공감하면서도 옛날 분들이니까 넘어가자고 하면 안 바뀌고 남편이 부딪히면 그건 어느 순간 바뀌어있어요. 결국 중요한 건 남편이 공감하면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싸워주면 장기적으로 해결되는 거죠. 시부모님이 처음에 불편해하죠. 효자인 우리 아들이 왜 말을 안 듣는지 속상해 하면서도 결국 받아들이시더라고요."

▲ 웹툰 <며느라기>의 한 장면. ⓒ <며느라기>


- 구영이가 "내가 옆에서 열심히 도와... 아니 많이 아니 내가 다 할게"라고 말하잖아요. 보통남편들의 생각일까요?
잔나비: "남편이 소소하게 싸우고 난 뒤 잠시 밖에 나갔다 와서 설거지를 해요. 남편은 도와준다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저는 주체성을 띠지 않고 한다고 느껴져요. 내 입으로 설거지해라, 빨래 널어라 얘기해야 움직이잖아요. 도와준다는 개념에서 주체적으로 바뀌는 날이 올까 싶어요."

물티슈: "남편들은 돈을 번다는 이유로 '집안일은 아내 몫'이라 생각하는 거 같아요. 저희 집은 남편이 저보다 연봉이 높은데, 혹시라도 그런 생각을 할까봐 예전부터 주입시켰어요. 집에서 아이를 보는 게 나의 주 업무는 아니라고 주기적으로 얘기하죠.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돌보는 것에 대해 '도와준다'라고 생각하지 못하게요. 저도 출근하고 퇴근하며 힘들게 일하고 돈 벌고 있다는 이야기를 계속 해요."

▲ 웹툰 <며느라기>의 한 장면. ⓒ <며느라기>


- 사린이가 곧 출장을 간다하자 시어머니는 혼자 있을 아들 걱정을 하며 꼭 출장을 가야 하냐고 하죠. 사린이는 갸우뚱하고요. 사람이 모이고 말이 많아지는 명절. 시댁에서 며느리인 내게 '어떻게 이런 말을 하지' 싶어 충격을 받았건 적은요?
잔나비: "시댁에 애를 맡긴 이후 하루도 안 빠지고 시댁에 갔어요. 아무리 일이 있어도 오늘은 아이 데리러 못 갈 것 같다는 말을 못했거든요. 매일 퇴근하고 오가는 거 힘들지 않느냐고 한 마디쯤 물어볼만 하잖아요? 그 한마디를 안 물어보시더라고요. 너무 힘들 때는 그 말이 너무 간절한데,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거죠.

어떤 날은 퇴근하고 터덜터덜 걸어가면서 내가 왜 이러고 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누구 하나라도 날 위로해주면 좋을 텐데, 시댁에서 위로 받고 싶기도 하고요. 어머니에게 고맙고 감사한 것도 당연히 있죠. 저녁을 차려주셔서 밥 먹고 설거지만 하면 되거든요. 어떤 시댁은 며느리가 퇴근하고 올 때까지 밥 안 하고 기다린다던데, 이 정도로도 감사하다 싶기도 하죠."

바게트: "개인적으로 저는 요리를 좋아하거나 잘 하는 편이 아니에요. 대신 남편이 좋아하고 잘 해요. 그래서 저희 집에서 가사는 남편이, 육아는 제가 맡아 하는 편인데, 시댁에만 가면 시어머니는 제게 요리를 가르쳐 주고 싶어 하시더라고요. 남편이 부엌일 하는 건 불편해 하시면서요. 그래서 우리집의 민낯 보여줘야겠다고 결심하고 결혼하고 첫 명절에 시부모님을 집으로 초대했죠. 늘 하던 대로 남편이 음식 준비와 설거지를 하고, 저는 애만 봤어요.

당일에는 시어머니가 별 말씀 없으셨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남편에게 사회적으로 일 잘해서 성공해야 하는데, 주부처럼 집안일 하면 어떻게 하냐고 했다더라고요. 저는 그 말이 그렇게 서운했어요. 저도 사회생활하고 일로 자아실현하고 싶고 커리어를 쌓고 싶어요. 당연하잖아요.

그런데 시어머니의 말은 내가 부엌일하고 아등바등 사는 건 그럴 수 있지만, 남편이 하니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운 거잖아요. 제가 집안일 할 때는 문제의식을 못 느끼시다가 당신 아들이 하는 걸 보시고는 속상해하시니까. 나중에 남편에게 '나도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시어머니에게 전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물론 남편 생각으로 포장해서요. 어쨌든 그 날 이후, 시아버지가 시댁의 청소와 손주 보는 집안일을 시작했어요. 어머니가 음식 해보자고 가르쳐주겠다는 말도 안 하셨고요."

애기야: "사실 '수고했다 힘들지', 이 말이면 어느 정도는 버티잖아요. 시어머니가 종종 '아가, 네가 너무 고생이 많다' 하시긴 해요. 남편이 일을 좀 쉬었을 때라 제게 미안하셨나봐요. 그런데 전 그보다 어머니가 명절 때 내려가면 김치나 반찬을 싸주며, 어떻게 해먹으면 맛있고 보관은 어떻게 하라고 강조하시는 게 좀... 남편에게 얘기해도 되는데 꼭 저만 붙잡고 하시니까요. 남편이 집에 있을 때도 그런 얘기는 꼭 저한테만 하니 기분이 좋을 수 없죠. 그럴 때는 '오빠가 알아서 잘 정리해줄 거예요'라고 답하기도 해요."

▲ 웹툰 <며느라기>의 한 장면. ⓒ <며느라기>


- 사린이는 출장을 꼭 가야 하냐는 시어미니의 말에 반박을 못했을 때를 '나를 지키지 못한 순간'이라고 표현했는데요, 각자 '나를 지키지 못한 순간'을 겪은 거예요? 더는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 때가 있나요?
바게트: "처음에는 사린이의 첫 마음처럼 예쁨 받고 사랑 받는 며느리가 되고 싶었어요. 요리 싫어하고 안 하는데, 열심히 하는 척 하기도 하고요. 어느 날 배가 어느 정도 불렀는데, 시어머니가 새우튀김을 하자고 하더라고요. 새우 까고 똥 빼는 거 같이 하자고요.

시간도 기억해요, 아침 8시. 임신해서 오래 앉아서 일하면 배가 당기는데 말이죠. 이걸 왜 하나 싶었어요. 그런데 어머니가 '우리 아들이 이걸 좋아해'라고 하시더라고요. 이참에 배워서 해주라면서도요. 그래서 굳이 그 아침에 새우튀김을 한 거예요. 와, 정말 너무 서러웠어요.

임신 중반이라 몸이 너무 힘든데, 남편에게 해줄 음식을 배우기 위해서 내가 이렇게 하고 있어야 하나 싶었죠. 그 때 결심했어요. 이렇게는 안 된다, 이렇게 살지 않겠다,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마음먹었죠. 며느리로서 사랑 받겠다는 마음을 싹 지우고 가족 구성원으로 내 할 도리를 다 하겠지만, 내가 할 수 없는 건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잔나비: "시댁에서 남편이 일 끝나고 늦으면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제가 전화해서 '어머니, 저 오늘 좀 늦어요' 하면 '왜 늦니?' 이럴 때가 있어요. 제가 매번 늦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한 번 어쩔 수 없이 늦는 건데, 아이 데리러 가는 순간 뭔가 분위기가 싸한 느낌이 들죠. 나도 일하고 힘들고, 어디 가서 놀다 온 것도 아닌데 억울하고 속상하죠.

그래서 마음을 바꿨어요.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눈치 보지 말고 하는거죠. 그래서 필요한 강의 신청해서 듣고 어머니한테 무슨 요일에 어떤 강의 때문에 늦는다고 말했어요. 책도 읽고 강의도 들으면서 나를 위한 것들도 채워가야 하는데, 시간이 없더라고요. 눈치 볼 시간이 어디 있어요, 요즘도 무슨 요일 늦어요 하는데 예전처럼 크게 신경 안 써요. 어머니도 이제는 많이 이해해 주시고요."

>웹툰 <며느라기>의 한 장면. ⓒ <며느라기>


- 사린이의 큰 형님은 시댁의 제사에 의무적으로 참여하지 않잖아요. 본인의 기준에서 과한 것은 하지 않으며 선을 긋고요, 꼭 제사가 아니더라도 시댁 일에 선을 명확하게 긋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애기야: "안 그래도 남편과 이 이야기를 했는데, 꼭 이 형님처럼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이런 형님이 있으면 좋을 거 같다고 했어요. 이런 분이 제 형님이면 감사히 받아들이겠다고요. 결국 그런 분들 덕분에 나도 편해지는 사회가 되는 거잖아요. 그리고 저 역시도 시댁에서 무슨 말을 들으면 나름대로 대꾸하며 나를 점점 지켜가고 있더라고요. 내가 나를 지키는 방법을 쌓아가고 있죠."

바게트: "저는 <며느라기>의 첫째 며느리를 꿈꿨어요. 내 스케줄과 계획을 시댁일 때문에 미루거나 취소할 생각도 없었고요. 시부모님과의 관계에 선을 긋고 내 할 일을 계획대로 하면서요. 그런 일이 있었어요. 시댁에 갔는데 저희 부부에게 의미 있는 날이라 저녁을 먹고 왔거든요. 전날 시댁에 얘기도 해뒀고요. 시아버지가 혼자 계셨는데, 시어머니가 엄청 화내셨죠. 밥 차려서 시아버지랑 같이 먹어야지, 자기들끼리 나갔냐면서요. 제 일정을 챙기고 생활을 지키는 게 가족끼리 의리가 없는 행동으로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또 시아버지도 어른이신데, 밥 한 끼 못 차려 드시나 싶기도 하죠.

지난번에는 또 시어머니가 자꾸 남편 셔츠 목덜미가 누렇다며 어떻게 빨라고 알려주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자기 옷은 자기가 알아서 할 거라고 답했죠. 그랬더니 '남편이 지저분하게 다니면 창피하지 않느냐'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다시 '저는 남편보다 제가 옷을 어떻게 입는지가 더 중요해요'고 했죠, 뭐. 이 이야기를 시어머니가 남편을 불러 '걔가 뭐라고 했는지 아냐'며 말하셨더라고요. 선을 긋고 도리를 다 하려 하지만 매번 적정선을 딱 맞춰 지키기는 힘들겠죠.

이제는 내가 <며느라기>의 첫째 며느리는 될 수 없겠다고 생각해요. 첫째 며느리와 둘째 며느리인 사린이 사이에서 경계선을 걸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잔나비: "첫째 며느리가 되는 순간 전쟁일 거예요. 저는 며느리이지만 시누이면서 동시에 한 아들의 엄마이기도 하잖아요. 며느리로 시댁에 자주 전화하는 건 스트레스이지만 엄마의 딸로서는 시누이가 자주 전화해주면 좋을 텐데 생각하기도 하고. 이게 내 역할, 위치에 따라 조금씩 입장이 바뀌는 거 같아요. 며느리일 때는 시누이 입장에서 생각하고, 시누이 일때는 며느리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아들이 있으니 시어머니가 될 수도 있는데, 지금 내가 겪고 느낀 며느리로서 겪은 불합리함을 잊지 말아야죠."

▲ 웹툰 <며느라기>의 한 장면. ⓒ <며느라기>


- 일하는 사린이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결혼 후 처음 맞이하는 시어머니의 생일상을 차리잖아요. 당일에 늦잠 잘까 봐 시댁에서 하루 잠을 자면서요. 며느라기는 왜 사랑받고 싶어 하는 걸까요? 시댁 식구에게 예쁨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며느라기' 시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시기를 다들 보내셨나요? 혹은 여전히 보내고 계신가요?
잔나비: "학교 다닐 때부터 현모양처에 대해 주입받고 살았잖아요. 너 나중에 꿈이 뭐니 라고 물었을 때 현모양처라고 답하는 친구들도 있었고요. 결혼 전에는 좀 더 주체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결혼하니 남편에게 사랑받고 시댁에게 사랑 받고 싶어 잘하려고 했어요.

이런 걸 당연하게 여기다가 어느 순간 터지는 시점이 있잖아요. 이렇게 도저히 못 살겠다,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 일탈을 생각하죠. 혼자 여행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기도 하면서요. 시댁에 잘 보여 점수를 따는 것보다 그냥 내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제 경우엔 결혼 3년 차까지 발 동동 구르면서 시댁에서 어떻게 생각할까 눈치 보다가 어느 순간 벗어나는 시점이 왔어요."

물티슈: "저는 친정엄마의 영향이 컸어요. 당신 스스로 시댁에 희생하며 착한 며느리로 산 것을 평생 자랑으로 여기신 분이에요. 큰 업적으로 생각하면서 딸에게도 그걸 강요한 거죠. 며느리는 사랑받아야 하고 남편과 시부모님에게 희생해야 하고 뭐 그런 것들."

애기야: "결혼 전부터 친구들에게 시댁과 며느리에 대해 하도 많이 들어 준비한다고 생각했어요. 남들 얘기는 남의 이야기이고 나는 다를 거라는 생각도 하고요. 나는 좋은 관계, 딸 같은 며느리가 될 수도 있다고 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크게 깨달았죠. 나도 남들과 다르지 않구나, 다르다고 착각하면 안 되겠다, 시어머니랑 며느리는 엄마와 딸이 될 수 없구나, 뭐 이런것들.

나는 왜 자발적으로 며느라기가 되려했나, 왜 그렇게 시댁에 잘 보이려 했나 생각해봤더니, 나는 남들과 좀 다르지 않을까 기대했기 때문인 거 같아요."

"내가 시댁에 잘해도 시댁에서 다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

▲ 나는 왜 자발적으로 며느라기가 되려했나. ⓒ <며느라기>


바게트: "오해를 하면 안 되는 부분이 있어요. 남편에게 며느리에게 강요되는 일방적인 희생을 이야기하면서 며느리의 부당한 구조에서 탈피하고 싶다고 했더니 일을 아예 안 하겠냐고 하더라고요. 당연히 해야지, 다 같이 하자는 거죠. 제가 남편 옷 하나 못 빨아주겠어요? 다만 아내라서 당연히 남편 옷을 빨아주는 건 아니라는 거죠. 내 옷도 더러운 적 있는데 그럴 때 시어머니가 남편에게 빨아주라고 하지 않잖아요. 가족 구성원이라 서로를 돕고, n분의 1로 나눠서 하자는 거죠. 누군가에게 일이 몰리지 하지 않도록 나눠하자는 거죠."

애기야: "뭔가 다 나름대로 투쟁하고 있는 거 같네."

물티슈: "나중에 제사 등 시댁 일을 도맡게되면, 가족들과 논의해서 모든 일을 남성과 여성이 공평하게 나눠서 하는 걸로 바꿀 생각이에요."

바게트: "부당한 얘기하면, 지금 당장 바꾸면 되지, 왜 기다리고 참느냐고 하잖아요. 그런데 급진적인 혁명의 부작용이 있듯이 사람의 문제라 많은 맥락이 있고 사정이 있잖아요. 남편은 늘 벽을 부수는 게 아니라 벽돌 하나씩 빼는 거라고 하는데, 어느 정도 동의해요."

애기야: "남편에게 얘기할 때 시어머니랑 싸우려는 게 아니라고 꼭 말해요. 나는 그냥 시어머니와 싸우는 게 아니라 사회와 싸우는 거니까 크게 봐달라고 할 때도 있고요. 내가 변해야 내 다음에 좋게 변할거라고 말하죠."

잔나비: "순응하고 살면 평화로울 수 있는데, 순응하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거 같아요. 서로 지금 미묘하게 감정선이 상하더라도 필요한 순간이 오면, 그 순간만큼은 다시 생각하게 돼요. 심한 마찰은 아니더라도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면 전달은 하지만, 무조건 맞추라고 할 수는 없죠. 상대방이 내게 무조건 맞출 수도 없고요. 다만 한 발씩 나아가긴 해야죠. 확실한 거 하나는 내가 시댁에 엄청 잘 한다고 해도, 시댁에서 다 알아주거나 고마워해주지 않는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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