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병원 모두 호텔로... 관광에 삶을 빼앗겼다"
[국제 강제철거 법정] 베네치아 주민들이 빈집 점거하는 이유
▲ 9월 28일 ITE 세션의 첫날은 Santa Ca 'Foscari가 주도하는 부동산 투기에 대한 투쟁이 있는 Santa Marta의 인근 지역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 신주희
9월 28일 ITE(국제 강제철거 법정, International Tribunal for Evictions) 세션의 첫날은 Santa Marta의 인근 지역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됐다(관련기사 : 인구 확 줄어든 베니스... 무슨 일이?). Santa Ca 'Foscari가 주도하는 부동산 투기 투쟁이 있는 곳이다. 주거연합의 사무국장이 베네치아의 후미진 골목길을 걸으며 오버투어리즘과 공동화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베네치아의 현실을 설명했다.
"산마르코 광장 주변은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지만, 조금 떨어진 주택가로 들어오면 이미 베네치아는 이미 텅 빈 도시가 돼 가고 있어요. 하루에 6명이 관광으로 인해 오른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베네치아를 떠나고 있고, 여름이면 8명까지 올라가요. 유치원도 병원도 모두 호텔로 변해 버리는 도시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키우고 삶을 유지할 수 있겠어요? 베네치아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베네치아에서 관광으로 인해 집을 구하지 못하는 난민이 돼가고 있는 것이 베네치아 시민들의 삶입니다. 이게 우리가 주거권 연합을 만들고 활동하는 이유죠."
다국적 투기자본들은 베네치아의 주택들을 여러 채 임대하거나 매입해 관광용 숙박 또는 에어비앤비 등으로 전환해 높은 임대료 수익을 얻기를 원했다. 자본의 침투는 주민들의 삶을 혹독하게 내몰고 있었다. 구도심은 천정부지로 값이 오르고, 주민들은 인근의 섬으로, 외곽으로 집을 옮겨야 하는 내몰림을 경험하고 있다.
▲ 베니스 곳곳에 No Grand Navi와 같은 안티투어리즘 스티커가 붙어있다. ⓒ 신주희
▲ 자본의 침투는 주민들의 삶을 혹독하게 내몰고 있었다. 도시의 구도심은 천정부지로 값이 오르고, 주민들은 인근의 섬으로, 외곽으로 집을 옮겨야 하는 내몰림을 경험하고 있다. ⓒ 신주희
그러나 동시에 베네치아 안에 이미 존재하는 사회주택 및 낙후 주택들은 1천5백여 채가 빈집으로 방치된 상태다. 베네치아 주거권연합은 그 낙후주택 1천 5백여 채를 정부가 주민들을 위해 제공할 것을 강력히 요청하며 빈집 점거운동을 펼쳐가고 있다. 국제 법정 방문단은 수리산타 마르타 섬 방문 후 기우데카(Giudecca) 섬으로 돌아와 ATER(사회 주택에 대한 상장 회사)에 의해 버려진 건물을 회복한 불법 거주자들을 만났다.
"600유로를 내면 살 수 있던 집이 월 1800유로로 뛰었어요. 월급은 똑같거나 더 적어지고 있죠. 이 삶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사회주택 1천 500여 채가 텅 비게 되었어요. 하지만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집들은 파손되고 낙후돼 가고 있죠. 왜냐하면 적어도 정부가 보유한 집들은 호텔업계에 팔 수 없으니 보존만 하는 거죠. 하지만 이 집에 살고 있는 마지막 사람이 죽거나 쫓겨나면 이 건물을 통째로 매각해 관광 인프라로 사용하려는 것이 정부 계획이에요. 관광으로 인한 수입에만 관심이 있을 뿐, 이곳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은 안중에도 없는 거죠. 집이 없어 거리로 나앉는 사람들과 텅 빈 채 방치된 집 사이에 우리 삶이 있어요. 그래서 시작된 운동이 베네치아의 빈집 점거 운동입니다."
그러나 빈집 점거운동의 현실은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정부는 수도와 전기를 연결해 주지 않았고, 이 부서지고 무너져 가는 낙후된 집을 수리해 사람이 살만한 환경으로 바꾸어 가는 일은 돈과 시간, 재료와 기술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 과정을 위해 베네치아 주거권 연합은 지역의 예술가들과 연결해 리 비엔날레(Re-Biennale)라는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펼쳐가고 있었다.
도시는 삶을 위한 것
▲ 부서지고 무너져 가는 낙후된 집을 수리해 사람이 살만한 환경으로 바꾸어 가는 일은 돈과 시간, 재료와 기술이 필요한 일이었다. ⓒ 신주희
▲ Re-Biennale. 전시를 위해서 쓰였던 패널, 목재 등 수많은 재료들이 허물어져 가는 빈집의 새로운 벽이 되고, 창문이 되고, 새로운 작업 공간으로 태어나고 있었다. ⓒ 신주희
리 비엔날레 기획자 피에르는 수리 중인 집에 들어가 빈집을 단지 점거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보수하고 고쳐서 아름답게 관리해 가고 있는 현장을 보여줬다.
"이 벽에 사용된 재료는 이번 비엔날레를 하고 남은 엄청난 전시 폐기물들이에요. 2년 전부터 비엔날레 주 전시관과 협의해 비엔날레가 끝나고 나면 쏟아져 나오는 건축 재료들을 가져와 지역 활동가들과 함께 주민들을 위한 빈집 수리에 나서고 있습니다."
전시를 위해서 쓰였던 패널, 목재 등 수많은 재료가 허물어져 가는 빈집의 새로운 벽이 되고, 창문이 되고, 마당 한쪽에서 새로운 작업 공간으로 태어나고 있었다. 베네치아 주거권 연합과 리 비엔날레 팀은 국제법정 참가팀을 위해 무너져 가는 빈집들을 주민들이 어떻게 수리하고 고쳐서 살아가고 있는지 볼 수 있도록 이전과 이후가 선명한 사진들을 현수막으로 전시해 주기도 했다.
노그랜드나비, 리 비엔날레, 베네치아 주거권 연합 등 베네치아의 모든 주민조직이 함께 힘을 합쳐 만들어 가는 베네치아 국제 법정은 베네치아 주민들의 삶과 투쟁에 귀 기울이는 것을 시작으로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는 거대한 관광개발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고, 마을을 통째로 빼앗기고, 동물보호구역과 사파리를 위해 50여 명이 살해당하고 있는 잔혹한 관광의 이면을 마주하고 연대하기 위해 깊은 귀 기울임을 시작했다.
▲ 베니스 주거권 연합은 낙후주택 1천 5백여 채를 정부가 주민들을 위해 제공할 것을 강력히 요청하며 빈집 점거 운동을 펼쳐가고 있다. ⓒ 신주희
▲ 빈집을 단지 점거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보수하고 고쳐서 아름답게 관리해 가고 있다. ⓒ 신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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