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새 뒤집힌 제주 제2공항 여론조사, 누구 말이 맞나?
제주도, 자체 설문결과 내용·활용 논란... 반대 주민 '반발'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50% 아래로 떨어졌던 제주 제2공항 찬성 여론이 불과 며칠 만에 제주도가 의뢰한 다른 여론조사에서 60%를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나 도민사회가 의아해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역사회의 찬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여론조사를 근거로 국토부에 제2공항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압박하고 나섰고, 반대 주민들은 단식 투쟁에 나서며 갈등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제주 제2공항을 놓고 상반된 여론조사 결과가 비슷한 시기에 발표되면서 도민사회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관련 기사 : 난개발에 지친 제주도민 "제2공항 하지 말자")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달 27일 국토교통부에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조기 추진 요청>이라는 공문을 보내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도민 1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찬성 63.7%, 반대 24%로 도민 대다수가 제2공항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도민의 숙원사업인 제2공항 건설사업이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요청드린다"고 전했다.
지난 2015년 11월 10일 국토부의 타당성 검토용역이 발표된 이후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제주 제2공항은,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예정 부지 일대의 동굴 등 현황조사와 더불어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입지선정을 담은 용역보고서가 부실하다는 의혹을 포함해 공군의 남부탐색구조부대 설치 계획과 10여 개의 오름을 깎아낼 수 있다는 가능성 등이 제기됐고, 일부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에 서서히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8월과 9월 예정된 주민 간담회와 설명회는 모두 무산됐다.
기본계획수립용역을 조속히 본궤도에 올리지 못하면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어 도정의 조바심도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제주도청은 여론조사를 의뢰했다.
"제2공항 찬성 63%, 반대 24%... 두 배 이상 많아"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9월 24일~25일 제주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23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다.
우선 제2공항 추진 여부를 알고 있느냐는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87.6%가 '알고 있다'고 응답했고, '모른다'는 답변은 12.4%에 불과했다. 응답자 10명 가운데 9명이 사업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지역사회의 높은 관심을 반영한 셈이다.
계속해서 제2공항 건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찬반 질문에 63.7%가 '찬성'한다고 밝혔다. '반대'는 24.0%로 찬성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잘 모르겠다'(12.3%) 순으로 나왔다.
제2공항 추진을 찬성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항공 편의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37.8%로 가장 높았고, '지역간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25.6%), '항공 좌석난 해소에 도움이 된다'(21.1%), '관광객 유치에 도움을 준다'(13.6%) 순으로 나타났다.
사업 추진을 반대한다고 응답한 이들 가운데 38.4%는 '새로운 공항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고, '환경훼손 우려'(31.8%), '절차적 투명성 결여'(15.6%), '군공항 이용이 우려된다'는 응답이 9.6%로 나타났다.
뒤집힌 제주 여론... 원인은 조사 문항?
의아한 점은 제주도가 의뢰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가 불과 며칠 전 도내 16개 시민사회단체가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해 전혀 상이한 결과라는 것이다.
제2공항 전면 재검토와 새로운 제주를 위한 도민행동(이하 도민행동)은 지난달 27일 신공항 추진보다는 현재의 제주공항 확장을 도민들이 바라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데일리리서치가 9월 21일~22일 도민 1천명을 대상으로 한 RDD 전화면접 방식에서 응답자의 49%는 '공항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41%는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공항인프라 확충 방안에 대해서도 '현재의 제주공항을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33%로 가장 높았던데 반해, '제2공항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은 24%, '정석비행장을 활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20%로 나타났다.
두 설문조사의 시차가 며칠에 불과한데다가 조사대상과 설문방식까지 유사한데도 판이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조사 결과를 뒤집은 유력한 요인으로 설문 문항을 꼽았다.
리얼미터의 설문문항은 제2공항 사업을 알고 있느냐는 단도직입적 첫 질문에서 시작해 제2공항을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를 묻는 두 번째 질문, 각각 찬성과 반대의 이유를 묻는 세 번째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2공항을 제외하고는 다른 대안을 고려하지 못하게 만드는 폐쇄적 항목 구성이다.
이와 달리 데일리리서치는 설문 항목에 맥락을 조금 더 부여했다. "더 많은 관광객 유치와 이용객 편의를 위해 새로운 공항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과도한 인구유입이나 관광객 증가에 따른 사회문제로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새로운 공항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같은 식이다.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견의 후속 질문에도 다양한 선택지를 내놨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플러스의 김대호 소장은 "찬반을 묻는 형식의 여론조사라면 진행하고자 하는 것이 어떤 조사이고 쟁점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내용을 떠나 형식적으로는 지난달에 발표한 여론조사가 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2공항 사업을 '이미 저질러진 일'이라고 전제해 놓고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를 묻는 것은 자칫 후광효과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며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구구절절하게 설명한 뒤에 생가보존을 위해 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묻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제주도, 뒤늦게 설문결과 공개... 도민행동 '반발'
문제는 원희룡 제주도정이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도민사회에 공표하지 않은 채, 이를 바탕으로 정부에 도민 대다수가 제2공항을 찬성하고 있으며 조속한 추진을 희망하고 있다는 여론을 전달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반대대책위를 중심으로 반발의 목소리가 거세졌고, 급기야 무기한 투쟁이 시작됐다. 제주도는 결국 주민들의 반발이 시작되고 언론의 거듭된 자료 요구가 이어지면서 마지못해 설문결과를 공개했다.
반대위는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 4월 제주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제2공항에 대해 절차적 투명성 확보와 지역주민과의 상생 방안 마련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도 협의는 물론 주민들이 요구하는 용역 검증조차 전혀 이뤄진 적이 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이 추진된다면 공익의 탈을 쓰고 폭압적인 국책 사업추진에 앞장섰던 국토교통부를 적폐세력으로 규정하겠다"며 문 대통령을 향해 "절차적 투명성을 상실한 제2공항 추진을 바로잡아 달라"고 요구했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도민행동 측에서 별도로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지난달 발표된 도민행동의 여론조사 직후 제주도의 결과를 발표하면 도민행동의 조사 결과를 반박하는 우스운 꼴이 될 것 같아서 처음에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항목이 제2공항 추진에만 무게를 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시기적으로 제2공항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친 것으로 공항 확충 인프라 용역의 유일한 대안"이라며 "제주공항 확충이나 다른 대안은 일절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역사회의 찬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여론조사를 근거로 국토부에 제2공항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압박하고 나섰고, 반대 주민들은 단식 투쟁에 나서며 갈등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제주 제2공항을 놓고 상반된 여론조사 결과가 비슷한 시기에 발표되면서 도민사회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관련 기사 : 난개발에 지친 제주도민 "제2공항 하지 말자")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달 27일 국토교통부에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조기 추진 요청>이라는 공문을 보내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도민 1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찬성 63.7%, 반대 24%로 도민 대다수가 제2공항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도민의 숙원사업인 제2공항 건설사업이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요청드린다"고 전했다.
지난 2015년 11월 10일 국토부의 타당성 검토용역이 발표된 이후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제주 제2공항은,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예정 부지 일대의 동굴 등 현황조사와 더불어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입지선정을 담은 용역보고서가 부실하다는 의혹을 포함해 공군의 남부탐색구조부대 설치 계획과 10여 개의 오름을 깎아낼 수 있다는 가능성 등이 제기됐고, 일부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에 서서히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8월과 9월 예정된 주민 간담회와 설명회는 모두 무산됐다.
기본계획수립용역을 조속히 본궤도에 올리지 못하면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어 도정의 조바심도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제주도청은 여론조사를 의뢰했다.
"제2공항 찬성 63%, 반대 24%... 두 배 이상 많아"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9월 24일~25일 제주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23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다.
우선 제2공항 추진 여부를 알고 있느냐는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87.6%가 '알고 있다'고 응답했고, '모른다'는 답변은 12.4%에 불과했다. 응답자 10명 가운데 9명이 사업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지역사회의 높은 관심을 반영한 셈이다.
계속해서 제2공항 건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찬반 질문에 63.7%가 '찬성'한다고 밝혔다. '반대'는 24.0%로 찬성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잘 모르겠다'(12.3%) 순으로 나왔다.
제2공항 추진을 찬성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항공 편의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37.8%로 가장 높았고, '지역간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25.6%), '항공 좌석난 해소에 도움이 된다'(21.1%), '관광객 유치에 도움을 준다'(13.6%) 순으로 나타났다.
사업 추진을 반대한다고 응답한 이들 가운데 38.4%는 '새로운 공항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고, '환경훼손 우려'(31.8%), '절차적 투명성 결여'(15.6%), '군공항 이용이 우려된다'는 응답이 9.6%로 나타났다.
▲ 리얼미터가 지난 달 24일부터 이틀 동안 제2공항 추진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조사에서 응답자의 63.7%는 제2공항 추진을 찬성한다고 답했다. ⓒ 고재일
뒤집힌 제주 여론... 원인은 조사 문항?
의아한 점은 제주도가 의뢰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가 불과 며칠 전 도내 16개 시민사회단체가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해 전혀 상이한 결과라는 것이다.
제2공항 전면 재검토와 새로운 제주를 위한 도민행동(이하 도민행동)은 지난달 27일 신공항 추진보다는 현재의 제주공항 확장을 도민들이 바라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데일리리서치가 9월 21일~22일 도민 1천명을 대상으로 한 RDD 전화면접 방식에서 응답자의 49%는 '공항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41%는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공항인프라 확충 방안에 대해서도 '현재의 제주공항을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33%로 가장 높았던데 반해, '제2공항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은 24%, '정석비행장을 활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20%로 나타났다.
두 설문조사의 시차가 며칠에 불과한데다가 조사대상과 설문방식까지 유사한데도 판이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조사 결과를 뒤집은 유력한 요인으로 설문 문항을 꼽았다.
리얼미터의 설문문항은 제2공항 사업을 알고 있느냐는 단도직입적 첫 질문에서 시작해 제2공항을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를 묻는 두 번째 질문, 각각 찬성과 반대의 이유를 묻는 세 번째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2공항을 제외하고는 다른 대안을 고려하지 못하게 만드는 폐쇄적 항목 구성이다.
이와 달리 데일리리서치는 설문 항목에 맥락을 조금 더 부여했다. "더 많은 관광객 유치와 이용객 편의를 위해 새로운 공항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과도한 인구유입이나 관광객 증가에 따른 사회문제로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새로운 공항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같은 식이다.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견의 후속 질문에도 다양한 선택지를 내놨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플러스의 김대호 소장은 "찬반을 묻는 형식의 여론조사라면 진행하고자 하는 것이 어떤 조사이고 쟁점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내용을 떠나 형식적으로는 지난달에 발표한 여론조사가 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2공항 사업을 '이미 저질러진 일'이라고 전제해 놓고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를 묻는 것은 자칫 후광효과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며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구구절절하게 설명한 뒤에 생가보존을 위해 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묻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제주도, 뒤늦게 설문결과 공개... 도민행동 '반발'
▲ 원희룡 제주도정의 폐쇄적인 제2공항 사업 추진에 반발해 반대대책위 관계자들이 10일 오전 제주도정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고재일
문제는 원희룡 제주도정이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도민사회에 공표하지 않은 채, 이를 바탕으로 정부에 도민 대다수가 제2공항을 찬성하고 있으며 조속한 추진을 희망하고 있다는 여론을 전달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반대대책위를 중심으로 반발의 목소리가 거세졌고, 급기야 무기한 투쟁이 시작됐다. 제주도는 결국 주민들의 반발이 시작되고 언론의 거듭된 자료 요구가 이어지면서 마지못해 설문결과를 공개했다.
반대위는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 4월 제주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제2공항에 대해 절차적 투명성 확보와 지역주민과의 상생 방안 마련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도 협의는 물론 주민들이 요구하는 용역 검증조차 전혀 이뤄진 적이 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이 추진된다면 공익의 탈을 쓰고 폭압적인 국책 사업추진에 앞장섰던 국토교통부를 적폐세력으로 규정하겠다"며 문 대통령을 향해 "절차적 투명성을 상실한 제2공항 추진을 바로잡아 달라"고 요구했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도민행동 측에서 별도로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지난달 발표된 도민행동의 여론조사 직후 제주도의 결과를 발표하면 도민행동의 조사 결과를 반박하는 우스운 꼴이 될 것 같아서 처음에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항목이 제2공항 추진에만 무게를 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시기적으로 제2공항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친 것으로 공항 확충 인프라 용역의 유일한 대안"이라며 "제주공항 확충이나 다른 대안은 일절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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