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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페에서 좋아하는 것보다 비싼 음식만 고르는 이유

[서평] <왜 똑똑한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까>를 읽고

등록|2017.10.12 13:49 수정|2017.10.12 13:49
고등학교 시절 경제 과목을 공부하면서 '똑똑한 사람일수록 행복하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똑똑하면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가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왜 똑똑한 사람일수록 행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불행해진다고 말하는 걸까?

경제학은 아주 단순하게 똑똑한 사람일수록 행복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한다. 바로, 똑똑하기 때문에 합리적이지 못한 선택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똑똑하다'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어떤 고급 뷔페에 갔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기보다 비싼 음식을 먹으면서 '행복'을 감정이 아니라 머리로 판단하는 거다.

우리는 뷔페에 가면 본전은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 비싼 음식을 지나치게 먹을 때가 많다. 하지만 정작 뷔페에서 우리가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김밥과 탕수육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비싼 돈을 주고 뷔페에 왔으니 질긴 소고기 스테이크를 잘근잘근 씹는 불편함을 감수한다. 과연 이게 옳은 걸까?

오늘 소개하고 싶은 <왜 똑똑한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까?>에서는 이러한 선택을 행복의 역설이라고 말한다. 수단의 극대화, 곧 행복 그 자체가 아니라 행복에 이르는 수단에 주목하는 성향이 행복의 가치를 깎아내리고 있다. 이러한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 걸까?

▲ 왜 똑똑한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까, 더퀘스트 ⓒ 노지현


<왜 똑똑한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까?>의 저자는 텍사스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수집한 학생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습관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행복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열등감을 가지고 있고, 사랑과 연결감 결핍, 통제력이 결핍되어 있다고 한다. 열등감, 애정 결핍, 통제력 결핍은 행복하지 못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아주 흔한 증상 중 하나다.

특별히 책을 통해서 읽을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추상적으로 생각하기만 했던 행복하지 못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질문을 던지고,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고민하도록 했다.

첫 번째 장에서 저자는 지니 질문에 독자가 직접 답하도록 하는데, 여기에 답을 적은 이후 본격적으로 행복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다. 나는 '잠시 시간을 내서 소원을 적어보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말에 지니를 통해 이루고 싶은 소원으로 '돈 줘', '집 줘', '건강 줘' 이 세 가지를 적었다. 참, 단순한 소원이었다.

내가 적은 소원은 저자가 질문하면 주변 사람이 답하는 평균적인 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저자는 지난 수년간 수백 명에게 던진 질문에 답한 답 가운데 기발한 답을 소개하면서 아주 날카로운 팩트 폭력을 가한다. 우리는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를 소원으로 빌지만, 왜 행복을 빌지 않았던 걸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늘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하면서 막상 소원을 들어준다고 말하면 '행복해지고 싶다'가 아니라, 돈을 달라거나 권력과 명예를 달라거나 좋은 인간관계를 달라고 말한다. 이러한 증상은 우리가 행복을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신이라면 어떤 답을 했을까?

<왜 똑똑한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까?>는 A파트와 B파트로 나누어 한 장의 주제에 대해 A파트에서 문제를 정리하고, B파트에서는 우리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책은 단기간에 읽는 게 아니라 추석 연휴 동안 천천히 읽으면서 행복하지 못한 습관을 하나씩 고쳐 나가기 좋은 구성이었다. 책에서 읽은 한 가지 사례인 '우월성을 추구하면 행복이 줄어드는 이유'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자존감을 남보다 나은 점과 연결하면 이루지 못한 목표에 집착해서 우울증에 취약해질 수 있다. 게다가 우리가 지각하는 우월성은 친한 친구나 가족 이외의 지인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한다고 여기는지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우리가 지각하는 우월감의 기반이 흔들리고 불안정해진다. 게다가 우월성에 대한 욕구는 스스로를 실제보다 더 긍정적으로 지각하는 성향으로 이어져서 자신의 약점과 결함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우월성 욕구가 강한 사람들은 결국 단기간의 자만심을 높이기 위해 장기간의 학습과 성장을 희생시킬 수 있다...(중략)... 아마도 가장 중요한 사실은 우월성의 욕구가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는 성향을 끌어낸다는 점이다. 이런 성향은 행복 수준을 낮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자기가 남보다 얼마나 더 잘하거나 못하는지에 덜 신경 쓸수록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남과 많이 비교할수록 덜 행복해질 것이다.'(본문 76)

남과 비교하며 자만에 젖어 있는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학교 폭력 가해 청소년이다. 우월감에 빠져 반성하지 못하는 가해 청소년과 그 부모들 말이다. 어긋난 행복 추구는 사람을 괴물로 만들어버린다. 얼마나 끔찍한가!

저자는 우월성을 추구하는 성향을 줄이기 위해서 고마움을 표현하는 연습을 하라고 말한다.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때는 우월성을 추구할 가능성이 대체로 줄어들지만, 일이 잘 풀리는 시기에도 자만심을 드러내거나 성공을 가지 공으로만 돌리는 식으로 우월성에 대한 욕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을 통해 자만심을 느끼는 것을 줄이고, 고마움을 표현함으로써 사회적 유대를 강화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회적 유대가 강해지면 당연히 사람이 느끼는 불안감은 줄어들게 된다. 이것은 곧 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연결점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왜 똑똑한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까?>의 저자는 책을 통해 행복해지기 위한 일곱 가지 연습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행복 연습, 행복을 정의하고 구체화하기.
이 연습은 두 가지 도움을 준다. 첫 번째는 당신의 행복이 어떤 의미인지 좀 더 날카롭고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두 번째는 당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상태를 경험하게 해주는 자극과 활동을 찾을 수 있다.

두 번째 행복 연습, 고마운 마음 표현하기.
고마운 마음은 여러 이유에서 행복하게 해준다. 그래서 소냐 류보머스키 교수는 고마운 마음을 '메타 전략'이라고 부른다. 당신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연습을 하라. 이 연습은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가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세 번째 행복 연습, 창의적인 이타심 가지기.
어린시절 남의 자전거 바퀴에서 바람을 빼거나 이웃집에 두루마리 휴지를 던지던 장난을 기억하는가? 이 연습에서도 장난을 쳐야 한다. 다만 당신뿐 아니라 장난의 '피해자'도 재미있어 해야 한다. 이 연습의 목적은 친절하고 너그러운 태도가 행복의 신뢰할 만한 원천인지 스스로 평가하는 데 있다.

네 번째 행복 연습, 스케줄 파트너 프로젝트.
원만한 사회생활 외에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행복 수준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건강한 생활양식을 유지하면 내적 통제가 잘돼서 최적의 외적 통제를 실행할 수 있는 융통성이 생긴다.

다섯 번째 행복 연습, 용서.
부처가 말했듯이 화를 붙잡는 것은 남에게 던질 의도로 뜨거운 석탄을 쥐고 있는 격이다. 화상을 입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따라서 이 연습을 당신에게 잘못한 사람이 아니라 순전히 당신을 위한 연습으로 생각하라. 기분이 좋아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여섯 번째 행복 연습, 세 가지 좋은 일과 한 가지 반전.

긍정심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틴 셀리그먼이 개발한 '세 가지 좋은 일'이라는 매우 효과적인 행복 증진 연습이 있다. 일정 기간 매일 세 가지 좋은 일을 일기장에 적는 연습이다. 셀리그먼 교수는 단 15일 동안 세 가지 좋은 일을 기록한 사람들의 94퍼센트가 행복 수준에서 유의미한 향상을 보였다는 결과를 얻었다. 몇 사람은 이 연습으로 심각한 우울증에서 벗어났다.

일곱 번째 행복 연습, 존재하기 연습.

존재하기 연습은 비자이 바트가 특히 경영자를 위해 개발한 마음챙김 연습이다. 이 연습을 통해 순수한 주의집중, 자아인식, 자기자비, 소속감을 비롯해 서로 연결된 다양한 자질을 길러준다.

위에서 소개한 일곱 가지 연습은 저자가 <왜 똑똑한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까?>에서 길게 이야기한 것들을 마지막에 정리한 부분을 짧게 옮긴 것이다. 하나하나 우리가 머리로 알고 있어도 실천하지 못한 일이 많다. 특히 똑똑할수록 자신에 대한 기대와 경제적 평가가 강해 놓치는 것이 많았다.

책의 제목인 '왜 똑똑한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은 타인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에 대한 질문이다. 이미 한국 사회는 대학 과정이 기본적인 코스가 되었고, 대학 이후에도 어학연수를 비롯하여 대학원 진학 등 지나칠 정도로 배운다. 그런데도 행복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개인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제도의 개선도 필요하지만, 나 자신이 나를 대하는 심리적 태도가 바뀔 필요도 있다. <왜 똑똑한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까?>의 저자는 책을 읽는 독자가 스스로 그 원인을 파악하게 하면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노지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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