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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떠주다 범법자로 몰린 시골마을 주민들 "함정 고발" 주장

"명백한 함정 고발" vs "함정 고발로 보기 어렵다"

등록|2017.10.12 09:49 수정|2017.10.12 09:49

▲ 홍동 주민들이 보건복지부를 찾아가 집회를 열고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이재환


품앗이로 뜸을 떠주다가 범법자로 몰릴 처지에 놓인 시골마을 주민들이 최근 검찰의 벌금형이 부당하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런 가운데 '함정고발' 논란이 법정 다툼의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관련기사: 뜸떠주다 범법자된 시골마을 주민들, 정식 재판한다). 

충남 홍성군 홍동 마을에서 뜸방을 운영해 온 주민들은 "뜸방 회원들이 고발당한 이번 사건은 정황상 함정고발로 볼 수밖에 없다"며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주민들에 따르면 고발인 김아무개씨는 지난 2월 17일 뜸방에 찾아와 자신을 홍성군 광천읍에서 건설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김씨는 "뜸자리가 없어 뜸을 떠줄 수가 없다"는 자원 봉사자의 말에도 극구 뜸을 떠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 상황을 직접 목격했던 자원봉사자 A씨는 "김씨가 무릎이 아프다"며 "아시혈에 뜸을 떠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아시혈은 눌러 보았을 때 아픈 곳을 뜻한다.

뜸방 자원봉사자들은 결국 김씨의 요구에 따라 뜸을 떠 주었고 이 장면은 고스란히 동영상에 담겼다. 고발인 김씨는 이를 토대로 홍동 뜸방을 경찰에 고발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광천 사람이라고 주장한 김씨의 주소가 서울시로 되어 있는 데다 그의 직업 또한 대한한의사협회 직원으로 기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홍동주민들은 "아시혈이란 전문용어까지 사용하며 뜸을 떠줄 것을 요구한 김씨의 행동이 함정고발을 위한 것이 아니었겠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동 뜸방 회원 유승희씨는 "법원에 정식 재판을 청구하면서 고발인의 신원을 확인하게 되었다"며 "사건 기록을 보면 고발인 김씨는 자신이 한의사협회의 직원이라고 스스로 적어놓았다"고 밝혔다. 유씨는 이어 "자원봉사자들이 뜸자리가 없어 뜸을 떠줄 수 없다고 하는데도 극구 뜸을 떠 줄 것을 요구한 김씨의 행동은 함정고발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물론 한의사협회는 주민들의 이 같은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의사협회 관계자는 "홍동에서 일어난 일은 잘 알고 있다"면서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김씨(고발인)는 협회 직원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그쪽(홍성) 지역에서 민원이 들어와서 체증을 하고, 고발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함정 고발 여부는 논할 바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체증을 할 때 상대에게 고지를 하지는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함정 고발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함정고발 논란이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지난 11일 홍동주민 10여 명은 세종시 보건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주민들은 이 자리에서 "시골마을 뜸방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주민들은 현수막을 통해서도 "보건복지부의 정책적 무관심이 시골 주민들을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며 "직원을 시켜 함정 고발한 대한한의사협회를 철저히 감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서로 뜸떠주며 평화롭게 사는 것"

실제로 주민들은 전통 민간요법인 뜸을 의료행위로 보는 것 자체가 지나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주민 A씨는 "자기 몸에 뜸을 뜨는 것은 합법, 남의 몸에 뜸을 떠주는 것은 불법"이라며 "이렇게 모호한 잣대로 선량한 시골 주민들을 범법자로 내몰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주민 B씨도 "부부간에 뜸을 떠주는 것도 불법이라는 뜻이냐"며 "우리 주민들은 단지 예전처럼 뜸방을 열고 품앗이 하듯이 서로 서로 뜸을 떠주며 평화롭게 살고 싶은 것 뿐"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주민들은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주민들은 항의서한을 통해 "뜸과 같이 민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어온 우리민족 공동의 자산을 특정 집단이 사유화하고 독점하는 것을 방치한 정부도 책임이 있다"며 "뜸방을 다시 열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법정 다툼으로 까지 번진 이번 사건에 대한 첫 공판은 오는 17일 오전 10시50분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 홍동 뜸방 주민대표가 보건복지부 관계자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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