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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장터를 지켜온 전통 팥죽집이 있습니다

2일·7일 순천 아랫장 장날 때만 만날 수 있는 자매분식

등록|2017.10.15 14:45 수정|2017.10.15 17:26

▲ 인심이 후한 순천 아랫장 자매분식의 팥죽 한 그릇이다. ⓒ 조찬현


팥죽(팥칼국수)집이다. 35년 세월 순천 아랫장을 지켜왔다. 팥죽 팔아 3남매(2남1녀)를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켰다. 이곳은 김순희(66) 어르신이 막내 여동생과 함께 운영한다. 그래서 가게 이름도 자매분식이다.

팥죽이 참 맛깔지다. 지인은 이곳이 순천에서 최고의 팥죽집이라고 자랑이다. 그 맛의 근원이 자못 궁금해 주인 어르신에게 그 비법에 대해 여쭤봤다.

"우리는 고흥산 국산 팥이에요. 가을에 팥을 한꺼번에 많이 사다가 삶아서 말려 보관해요. 벌레가 생기지 않도록..."

입소문난 집이다. 이곳을 한번 다녀간 손님들이 또 다른 손님을 데리고 온다.

"팥죽을 한 번 드신 분들이 다른 손님들을 다시 데려오곤 해요. 손님들 오시면 팥죽을 바로 끓여요."

▲ 숙성한 반죽은 제면기에 몇 차례 돌려 평평하게 만든다. ⓒ 조찬현


▲ 주인 어르신이 정성스레 칼로 칼국수 면을 썬다. ⓒ 조찬현


▲ 쫄깃한 식감이 도드라진 칼국수 면발이다. ⓒ 조찬현


순천 아랫장은 2일과 7일이 장날이다. 이곳 팥죽집은 순천 아랫장의 장날에만 가게 문을 연다. 그러나 장날이 일요일이면 영업을 안 한다. 오전 10시에 가게 문을 열어 오후 3시께면 문을 닫는다. 그때쯤이면 대부분 준비한 식재료가 동이 난다. 준비한 식재료가 품절이 되어 오후 2시께 문 닫는 날도 부지기수다.

팥죽(팥칼국수) 한 그릇에 5000원, 동지죽은 6000원이다. 인심 후한 이곳 주인장은 팥죽을 덤으로 그냥 더 내주곤 한다. 반찬은 깍두기와 콩나물무침이다. 때론 열무김치가 나올 때도 있다.

▲ 남도의 팥죽은 설탕을 듬뿍 뿌려 달달하게 먹어야 제맛이다. ⓒ 조찬현


▲ 순천 아랫장 자매분식의 팥죽 기본상차림이다. ⓒ 조찬현


팥은 하루 전에 삶아 미리 준비해둔다. 반죽 역시 하루 전에 준비해 24시간 저온숙성을 한다. 이렇게 숙성한 반죽은 제면기에 몇 차례 돌려 평평하게 만든다. 밀가루를 뿌려가며 둘둘 말아 칼로 썬다. 이른바 쫄깃한 식감이 도드라진 손칼국수 면이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팥죽을 보니 군침이 돈다. 남도의 팥죽은 설탕을 듬뿍 뿌려 달달하게 먹어야 제맛이다. 뜨끈뜨끈하고 달달한 팥죽 한 그릇을 먹고 있노라니 어릴 적 고향집 평상에 앉아 숟가락 달그락거리며 팥죽을 먹었던 풍경이 눈에 선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을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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