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두산-NC 3년 연속 '김경문 더비' 승자는?

등록|2017.10.17 09:34 수정|2017.10.17 09:34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가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서 격돌한다. 두 팀은 오는 17일부터 서울 잠실구장과 창원 마산구장을 오가며 플레이오프(5전 3승제) 맞대결을 펼친다. 한국시리즈행 티켓이 걸린 운명의 한 판 승부다.

두 팀의 대결은 '김경문 더비'로도 통한다. KBO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김경문 감독은 두산을 거쳐 현재 NC의 지휘봉을 잡고 있다. 두 팀 모두 김경문 감독과 함께 가을야구 단골손님으로 부상하며 어느덧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강호로 자리잡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산 팬들에게 김경문 감독과의 추억은 사실 '애증'에 가깝다. 김 감독은 두산 사령탑 재임 시절 팀을 세 번이나 한국시리즈로 이끌었지만 정작 우승은 한 번도 차지해보지 못했다. 2011년 성적부진으로 시즌 중반 갑작스럽게 자진사임을 선언하고 3개월도 안되어 NC의 창단 감독으로 부임한 처신을 두고 배신감을 느낀 두산 팬들도 적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두산은 김경문 감독이 떠난 후 한동안 재정비 기간을 거친 뒤 2015년과 2016년 한국시리즈를 연속 제패하며 우승의 숙원을 풀었다. 김경문 감독도 NC를 2013년부터 4년 연속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며 변함없는 지도력을 인정받았지만 '무관의 저주'는 아직까지 풀지 못하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현재 프로야구 10개 구단을 통틀어 현역 최다승(881승) 사령탑이지만, KBO 역사상 800승 이상을 거둔 감독중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번도 차지해보지못한 인물은 김경문 감독이 유일하다. 김 감독은 "야구에서 2등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2등을 하면 더 가슴이 아프다"며 2인자 콤플렉스를 솔직하게 밝혀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설상가상 김 감독의 2인자 콤플렉스가 계속 되는데는 친정팀이 결정적으로 크게 기여했다. 김경문 감독의 NC는 2015년 플레이오프와 2016년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두산에게 무너지며 우승의 꿈이 좌절됐다. 2014년 LG와의 준플레이오프까지 포함하면 3년연속 서울팀들을 만나 고배를 마셨다.

그나마 2015년 두산과의 첫 대결은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2승 3패로 아쉽게 역전패했지만, 지난해 한국시리즈는 두산의 막강 '판타스틱 4' 선발진 앞에 힘 한 번 못써보고 4전 전패로 무너지며 역대 가장 일방적인 한국시리즈였다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NC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의미도 빛이 바랬다.  두산에서 선수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었던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난해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오히려 패장인 김경문 감독의 처지를 동정하며 눈물까지 보이기도 했다.

NC는 올해 정규시즌에도 두산에 유난히 약했다. 두산은 NC와의 상대 전적에서 11승 5패로 우위를 점하며 올시즌 NC에 가장 많은 패배를 안긴 팀이었다. NC와 준PO에서 경쟁했던 롯데의 경우 두산과 정규시즌 전적이 8승 8패로 대등했던 것을 감안하면, 두산으로서는 내심 NC가 올라온 것을 반길만하다. 김경문 감독이 2인자의 한을 풀기 위해서는 먼저 친정팀과의 '천적' 징크스부터 극복해야 한다.

정규시즌 이후 충분한 휴식을 취한 두산은 선발진과 체력에서 확실한 우위에 있다. 두산은 올시즌 중반까지 다소 고전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정상 전력을 회복했다. 개인성적은 지난해보다 다소 떨어졌지만 두산의 최대 강점인 선발 4인방(니퍼트, 장원준, 보우덴, 유희관)은 여전히 건재하다.

두산은 1차전 선발로 예상대로 더스틴 니퍼트를 낙점했다. 니퍼트는 올 시즌 14승 6패 평균자책점 4.06을 기록했으나 9월 이후만 놓고보면 자책점이 무려 7.46으로 치솟을 만큼 후반기에 부진했다는게 변수다. 올해 NC전 전적도 4경기에 나와 1승 1패 5.56으로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니퍼트는 항상 포스트시즌에 더 강했다. 지난 2년간 NC와의  포스트시즌 대결에서는 3차례 등판하여  24이닝 동안 단 1점도 내주지 않았을 만큼 극강의 면모를 과시한 바 있다.

NC는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올라오느라 두산보다 무려 6경기를 더 치렀다. 특히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최종전까지 치르느라 가장 확실한 에이스인 에릭 해커를 3차전 이후에나 활용할 수 있다는게 가장 불리한 요소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지 않은 장현식과, 후반기 들어 구위가 떨어진 제프 맨쉽이 1,2차전에 나설 예정이지만 아무래도 두산에 비하여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장현식은 올 시즌 두산을 상대로는 1승3패 평균자책점 4.91를 기록했다. 원종현(5경기 5이닝)-이민호(4경기 4이닝)-김진성(3경기 2.2이닝)-임창민(3경기 3.1이닝) 등으로 이어지는 NC의 주력 불펜진은 이미 준플레이오프에서 체력 소모가 컸던 만큼 선발들이 초반에 무너질 경우 어려운 경기가 예상된다.

또 다른 변수는 장타력이다. 올해  포스트시즌은 홈런 한 방에 분위기가 좌우되는 경우가 유난히 많다. 두산은 규모가 큰 잠실을 홈구장으로 사용함에도 정규시즌 178개의 팀 홈런을 기록해 SK에 이어 전체 2위에 올랐다. 팀홈런 149개를 기록한 NC보다 장타력은 확실한 우위에 있다. 양 팀간 맞대결에서 두산 무려 26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며 9개에 그친 NC를 압도했다. 두산은 팀타율(.294)과 팀 OPS(.828)도 2위에 오르며 투타에 걸쳐 균형잡힌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NC는 93개의 팀도루로 전체 2위에 오르며 빠른 기동력을 활용하는 야구를 펼쳤다. 김경문 감독은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대타나 대주자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경기 흐름을 바꾼바 있다. 홈런타자가 많았던 두산은 정규시즌에는 희생번트나 도루에 대한 의존도가 낮았지만, 박건우-오재원-민병헌 등 기동력과 작전수행능력을 겸비한 선수들이 많아서 유사시에는 언제든 스몰볼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