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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만 받아도 보고해야 하는 육사, 남녀칠세부동석?

군 사관학교 '연애장부' 만들어 관리...미보고 후 교제 시 징계까지

등록|2017.10.19 09:57 수정|2017.10.19 09:58

▲ 지난 2012년 2월 23일 육군사관학교 제72기 생도 273명(남자 243명, 여자27명, 외국군 수탁생도 3명)이 23일 오전 육사 화랑연병장에서 입학식 행사를 가졌다. ⓒ 연합뉴스


사관 생도가 되면 '사랑'도 보고 대상이 된다.

공군 사관학교를 제외한 육군·3군·해군·간호 사관학교는 생도 간에 이성교제를 할 경우 훈육관에게 보고하도록 돼있다. 사관학교는 보고를 바탕으로 '이성교제 현황'을 작성, 일명 '연애장부'를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아 19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성교제 현황에는 교제 중인 두 생도의 성별과 학년, 교제 시기가 기재돼 있다. 해군사관학교의 경우 생도의 가족관계와 거주지까지 기재하고 있다. 관리 명목으로 생도들의 사생활을 수집해 관리하는 것으로, 헌법 제 17조와 군인복무기본법 제 13조에서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

'보고 후 이성교제'가 가능한 시점은 학교마다 다르다. 육사와 해사는 1학년 생도 간 이성교제를 금지한다. 3사관학교는 3학년 2학기부터 이성교제를 허용한다. 육사는 1학년 생도가 다른 생도로부터 고백을 받거나 1학년이 아니라도 교내에 근무 중인 장병, 군무원 등으로부터 고백을 받으면 훈육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학교마다 규정이 제각각인 것이다.

실제, 보고 의무를 어겼다는 이유로 징계도 발생했다. 육군사관학교에서는 올해에만 '교제 금지대상과 미보고 하 이성교제'를 이유로 7명의 생도가 단기근신 처분을 받았고, 1명의 생도가 장기근신 처분을 받았다.

더 나아가 육군사관학교의 경우 '남녀칠세부동석'이 구현되고 있다. 남녀 생도가 1 대 1로 있을 시 교실과 강의장, 박물관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해당 조항에는 '학습 목적의 경우를 포함한다'고 돼있어 남녀 생도는 1 대 1로 교실에서 공부조차 할 수 없다. 위 조항을 어겨 지난 해 2명, 올해 1명의 생도가 징계를 받았다.

이 의원은 "군인정신은 생도들의 사생활을 침해할 때가 아니라 자율 속에서 생도들이 스스로를 통제하는 방법을 배울 때 생긴다"라며 "사관학교 연애 관련 예규는 시대착오적일 뿐 아니라 헌법과 실정법에도 반한다, 군인들, 생도들도 헌법상 기본권의 주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관행이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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