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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시간에 뺨 때리고, 빠따 치고..." 국감장에서 '갑질' 호소하며 울먹인 노동자

[국감현장] 울먹인 티브로드 노조 "젊은 직원들 자살"... 포스코 기술탈취 의혹도

등록|2017.10.19 20:45 수정|2017.10.19 20:45

국감장에 선 티브로드 지부장 '울먹'이건용 희망연대노조 티브로드 지부장이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답변도중 울먹이고 있다. ⓒ 남소연


"젊은 직원 2명이 목숨을 끊었습니다. 회사는 가정불화라고 합니다. 저희는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압니다. 어떻게 한낱 과장이 한국전력을 상대해 이깁니까. '너희들이 해결하고 와'라는 지속적인 압박을 받았습니다."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등 국정감사에서 나온 말이다. 이날 참고인으로 나온 이건용 희망연대노조 티브로드 지부장은 울먹이며 말했다. 그는 "직원들 회의시간에 뺨을 때리고, 빠따(방망이)치고,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앞으로 또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재발방지, 반드시 돼야 한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티브로드 모회사인) 태광그룹의 일감몰아주기 등 여러 문제점에 대해서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며 "다만 공정거래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은 "지금 증언하신 노조위원장의 절절한 마음을 담아서 다시 한번 점검해보겠다"고 약속했다.

▲ 강신웅 티브로드 대표이사가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앞서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인으로 나온 강신웅 티브로드 대표이사를 상대로 질의를 진행했다. 이 의원은 "2015년과 지난해 티브로드 임직원들에게 태광그룹 계열사의 김치, 와인, 상품권 등을 구입하도록 한 사실이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강 대표는 "제가 알기로는..."이라고 설명하자 이 의원은 "알고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또 이 의원은 "소속 직원들에게 흥국화재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것을 종용한 사실이 있나"라고 물었고 이에 강 대표는 "돌아가서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계열사 김치, 와인 등 구입 강요하고 자동차보험 가입 종용도

이와 더불어 지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나온 티브로드 관련 논란에 대한 추가 질의도 이어졌다. 이 의원은 "티브로드 관리자가 '협력사 사장에게 갑질하라'고 말한 사실이 있다"며 "해당 관리자는 국회의원을 거론하며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을 퍼붓기도 했다"고 전했다. 앞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이런 내용이 담긴 티브로드 내부 회의 당시의 녹취를 국감장에서 공개했는데 이를 이 의원이 다시 소개한 것이다.

이어 이 의원은 "해당 관리자의 일상적인 폭언, 갑질에 퇴사하거나 정신과 치료받는 직원까지 있다고 한다"며 "저는 이를 개인의 일탈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갑질을 권장하는 티브로드의 잘못된 기업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지적에 강 대표는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문제가 많이 있고, 매우 상식적이지 못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사자에 재발 방지 약속을 받고 내부 징계절차를 마무리했다"고 답했다. 이에 이 의원은 "이 관리자는 이후에도 직원들을 불러모아 갑질을 하고, 압박한 사실이 있다고 한다"며 "시말서만 받아서 되겠는가"라고 목소리 높였다. 또 이 의원은 "폭언, 갑질, 일감몰아주기 등에 대해 증인은 사과할 용의가 있는가"라고 물었고 이에 강 대표는 "살펴봐 잘못한 게 있으면 시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갑질·막말 지적하며 "잘못없나" 묻자 즉답 피한 티브로드 대표

▲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이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강 대표를 다시 불러 질의에 나섰다. 심 의원은 "회사에서 공식 회의자리에서 국회의원에 대한 막말이 나왔다"며 "무슨 내용인지 이 자리에서 말해보라"고 했다. 이에 강 대표는 "내부회의가 아니다"라고 했고 심 의원은 "팀장이 불러서 하는 회의가 사석자리인가"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그는 "회의에서 이 정도 막말하는 것은 그 회사에 일상적 조직문화가 (좋지 않다는 것)"이라며 "직원의 뺨을 때리는 것 등을 증인이 지시했나"라고 물었다. 또 심 의원은 "아까 잘못한 게 있으면 시정하겠다고 했는데, 아직도 잘못이 없는가"라며 "잘못을 말씀해보라"고 큰 목소리로 지적했다. 이에 강 대표는 "저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를 들은 심 의원은 "수리기사들이 홍길동처럼 뛰어다니며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노동자들은 여전히 농성 중인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강 대표가 장황한 설명을 덧붙이자 심 의원은 "일단 들어가 계시라"라고 발언을 잘랐다.

기술 검토하던 포스코... 유사기술 특허출원한 박사 한달만에 포스텍 교수 돼

▲ 성진경 큐브스틸 대표가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포스코의 기술탈취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 남소연


또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포스코의 기술탈취 의혹도 제기됐다. 정재호 더민주 의원은 참고인으로 출석한 성진경 큐브스틸 대표를 불러 억울함을 호소할 자리를 마련했다. 성 대표는 "H박사는 특허출원으로 2012년 4월 포스텍 교수에 임용됐다"며 "(임용을 위해) 한달 만에 특허 실험, 분석, 작성까지 했다는 것인데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H박사는 교수 임용 한달 전인 같은 해 3월 이 기술에 대해 특허출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성 대표는 지난 2006년 12월 '고자속 밀도 무방향성 전기강판 기술'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술은 전기자동차, 드론 등에 사용되며 관련 시장 규모는 10조원에 달한다는 것이 성 대표의 설명이다. 포스코는 이 기술의 이전을 검토하다 거절했고, 이어 H박사가 이 기술을 이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특허를 출원했다고 성 대표는 주장했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 남소연


이어 성 대표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는 상황"이라며 "엄밀한 조사를 부탁 드린다"고 공정거래위원장을 향해 호소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이런 기술탈취 의혹이) 하도급법 위반으로 적용될 지, 특허청 관련으로 적용될 지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런 답변에 정 의원은 "관계기관의 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에 김 위원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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