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 노동권 보장, MBC와 JTBC 보도는 어떻게 달랐나
민언련 방송뉴스 비평(10/17~18)
고용노동부가 노동관련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키로 했습니다. 내용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노조를 결성해 단체행동과 단체교섭에 나설 수 있도록 노동 3권을 보장하는 법률안을 마련하라'는 것인데요. 택배기사, 학습지 교사 등과 같이 사용자와 근로계약 대신 위탁·도급 등의 계약을 맺고 일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이 그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분류돼 노동권 사각지대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현실을 개선하라고 권고한 것이죠.
노동부의 인권위 권고 수용 결정이 특수고용직의 노동자성 인정과 근로기준법 및 노조법 개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특수고용노동자의 권리가 법·제도적으로 보장받을 '기회'가 주어졌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결정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관련 보도, 이틀간 3건 불과
그런데 방송사들의 생각은 좀 달랐던 모양입니다. 우선 17일과 18일 양일을 통틀어 관련 보도는 총 3건에 불과한데요. 이 중 1건은 MBN의 18초짜리 단신 <보험설계사․택배기사 노조 설립 허용>(10/18 https://goo.gl/mWYmti)입니다. 이는 우리 언론이 노동관련 이슈에 얼마나 무관심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른 2건의 보도는 MBC(10/18)와 JTBC(10/17)에서 나왔는데요. 두 방송사는 같은 이슈를 상당히 다른 방식, 다른 관점으로 다뤘습니다. 한번 비교해보겠습니다.
MBC, 특수고용직 소식 전하며 특수고용직 노동자 '왕따'
MBC의 <특수고용직 노조 추진…기대․긴장 교차>(10/18 https://goo.gl/X6n5nU)는 제목만 보면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을 모두 골고루 다룬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총 1분54초짜리 보도에서 이번 결정을 반기는 노동계의 입장은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의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 헌법에 보장돼 있는 노동3권을 보장해 주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한 일이라고 봅니다"라는 발언이 사실상 전부입니다.
시간으로 보면 10초가량이지요. MBC는 이 보도에서 자료화면으로는 택배기사와 학습지교사, 골프 캐디 등의 근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정작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부당한 상황이나,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입장은 어디에서도 소개되지 않습니다.
반면 이 10초와 기본적인 상황 설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절은 이번 결정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었습니다. 기자의 "특수고용직의 노동3권이 보장되면 노조 설립은 물론 파업 같은 집단행동이 가능해지고, 회사는 4대 보험을 지원해야 합니다"라는 멘트 자체가 기본적으로 노동3권에 대한 부정적 뉘앙스를 주고 있고요. "특수고용직 종사자들 가운데서도 세금 증가 등을 우려해 반발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라며 모든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이 반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또한 "업계는 인건비 증가와 단체행동에 대응해야 한다는 부담 등으로 비상이 걸렸습니다. 오히려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는 사측 입장을 기자의 목소리로 소개했습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노동3권이 적용되는 특수고용직 종사자의 범위를 어떻게 잡을지, 독립사업자 성격이 강한 종사자들에게 통일적인 근로조건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됩니다"라는 발언은 "충분한 준비 없이 시행될 경우 노동시장의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소개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으로 들리기보다는 '시기상조인 결정에 대한 불만'을 표하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이 보도는 "그동안 노조 설립을 수차례 시도해온 화물연대가 합법노조로 인정받을 경우 물류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라는 기자 멘트로 마무리되는데요. 직접적으로 화물연대를 '비난'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결국 화물노동자들의 처우가 아닌 '물류산업 전반에 끼칠 영향'을 신경 쓰고 있다는 측면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사업자 측 입장'에 치우쳤다는 인상을 줍니다.
즉 MBC의 보도는 특수고용직에 노동3권을 보장할 경우 이들이 얻게 될 '긍정적 효과'나 그간 종사자들이 겪어온 고충을 언급하는 대신, '변화' '혼란' 혹은 '업계의 부담'이라는 '부정적 효과'를 유독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수고용직 관련 이슈에서 사안의 주체인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을 사실상 '왕따'시키고 있는 셈이지요.
JTBC는 특수고용직 종사자 고충에 방점
반면 JTBC <특수고용직 '노조 설립' 파란불>(10/17 https://goo.gl/s1rJHz)은 특수고용직이 겪고 있는 현재의 부당한 상황을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목소리로 전달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실제 보도는 총 1분57초인데요. 택배기사의 근무 현장을 보여주고 그의 고충을 직접 전달하는 데만 1분여가량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내용상으로도 기자가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오후 3시. 택배기사 남희정 씨가 편의점에서 산 빵과 쥬스로 점심을 때웁니다. 남 씨가 하루 평균 배송하는 물건은 250개에 달합니다. 몸이 아파도 쉬지 못하고 휴식시간도 보장받지 못 한 채 대리점에서 내려온 할당된 물량을 채워야 합니다. 남 씨는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특수고용직이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하는 사이 JTBC는 자료화면으로 이 택배기사가 실제 근무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도에 포함된 인터뷰 발언도 모두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의 것이었습니다. 먼저 택배기사의 "부당한 처사를 받아도 얘기를 못해요 계약관계기 때문에. 물건이 분실돼도 파손돼도 우리 책임이에요. 서비스 지표 개선해라 이런 건 회사가 요구하는 대로 다 해야…"라는 발언을 소개하고, 노동부의 결정을 언급한 뒤 다시 김주환 대리운전노조 정책실장의 "당장 할 수 있는 것들 우선 시행하고 현장에서 힘들어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 감안해서 빠른 조치들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죠"라는 입장을 전하고 있거든요. 즉 JTBC는 어디까지나 '현장에서 힘들어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입장'에 맞춰 이 사안을 해석하고 소개한 셈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0월 17~18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7>․<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8>
노동부의 인권위 권고 수용 결정이 특수고용직의 노동자성 인정과 근로기준법 및 노조법 개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특수고용노동자의 권리가 법·제도적으로 보장받을 '기회'가 주어졌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결정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관련 보도, 이틀간 3건 불과
그런데 방송사들의 생각은 좀 달랐던 모양입니다. 우선 17일과 18일 양일을 통틀어 관련 보도는 총 3건에 불과한데요. 이 중 1건은 MBN의 18초짜리 단신 <보험설계사․택배기사 노조 설립 허용>(10/18 https://goo.gl/mWYmti)입니다. 이는 우리 언론이 노동관련 이슈에 얼마나 무관심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른 2건의 보도는 MBC(10/18)와 JTBC(10/17)에서 나왔는데요. 두 방송사는 같은 이슈를 상당히 다른 방식, 다른 관점으로 다뤘습니다. 한번 비교해보겠습니다.
MBC, 특수고용직 소식 전하며 특수고용직 노동자 '왕따'
MBC의 <특수고용직 노조 추진…기대․긴장 교차>(10/18 https://goo.gl/X6n5nU)는 제목만 보면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을 모두 골고루 다룬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총 1분54초짜리 보도에서 이번 결정을 반기는 노동계의 입장은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의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 헌법에 보장돼 있는 노동3권을 보장해 주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한 일이라고 봅니다"라는 발언이 사실상 전부입니다.
시간으로 보면 10초가량이지요. MBC는 이 보도에서 자료화면으로는 택배기사와 학습지교사, 골프 캐디 등의 근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정작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부당한 상황이나,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입장은 어디에서도 소개되지 않습니다.
▲ 특수고용직 노동3권 보장 관련 보도에서 정작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배제한 MBC(10/18) ⓒ 민주언론시민연합
반면 이 10초와 기본적인 상황 설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절은 이번 결정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었습니다. 기자의 "특수고용직의 노동3권이 보장되면 노조 설립은 물론 파업 같은 집단행동이 가능해지고, 회사는 4대 보험을 지원해야 합니다"라는 멘트 자체가 기본적으로 노동3권에 대한 부정적 뉘앙스를 주고 있고요. "특수고용직 종사자들 가운데서도 세금 증가 등을 우려해 반발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라며 모든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이 반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또한 "업계는 인건비 증가와 단체행동에 대응해야 한다는 부담 등으로 비상이 걸렸습니다. 오히려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는 사측 입장을 기자의 목소리로 소개했습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노동3권이 적용되는 특수고용직 종사자의 범위를 어떻게 잡을지, 독립사업자 성격이 강한 종사자들에게 통일적인 근로조건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됩니다"라는 발언은 "충분한 준비 없이 시행될 경우 노동시장의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소개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으로 들리기보다는 '시기상조인 결정에 대한 불만'을 표하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이 보도는 "그동안 노조 설립을 수차례 시도해온 화물연대가 합법노조로 인정받을 경우 물류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라는 기자 멘트로 마무리되는데요. 직접적으로 화물연대를 '비난'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결국 화물노동자들의 처우가 아닌 '물류산업 전반에 끼칠 영향'을 신경 쓰고 있다는 측면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사업자 측 입장'에 치우쳤다는 인상을 줍니다.
즉 MBC의 보도는 특수고용직에 노동3권을 보장할 경우 이들이 얻게 될 '긍정적 효과'나 그간 종사자들이 겪어온 고충을 언급하는 대신, '변화' '혼란' 혹은 '업계의 부담'이라는 '부정적 효과'를 유독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수고용직 관련 이슈에서 사안의 주체인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을 사실상 '왕따'시키고 있는 셈이지요.
JTBC는 특수고용직 종사자 고충에 방점
반면 JTBC <특수고용직 '노조 설립' 파란불>(10/17 https://goo.gl/s1rJHz)은 특수고용직이 겪고 있는 현재의 부당한 상황을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목소리로 전달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실제 보도는 총 1분57초인데요. 택배기사의 근무 현장을 보여주고 그의 고충을 직접 전달하는 데만 1분여가량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내용상으로도 기자가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오후 3시. 택배기사 남희정 씨가 편의점에서 산 빵과 쥬스로 점심을 때웁니다. 남 씨가 하루 평균 배송하는 물건은 250개에 달합니다. 몸이 아파도 쉬지 못하고 휴식시간도 보장받지 못 한 채 대리점에서 내려온 할당된 물량을 채워야 합니다. 남 씨는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특수고용직이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하는 사이 JTBC는 자료화면으로 이 택배기사가 실제 근무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도에 포함된 인터뷰 발언도 모두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의 것이었습니다. 먼저 택배기사의 "부당한 처사를 받아도 얘기를 못해요 계약관계기 때문에. 물건이 분실돼도 파손돼도 우리 책임이에요. 서비스 지표 개선해라 이런 건 회사가 요구하는 대로 다 해야…"라는 발언을 소개하고, 노동부의 결정을 언급한 뒤 다시 김주환 대리운전노조 정책실장의 "당장 할 수 있는 것들 우선 시행하고 현장에서 힘들어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 감안해서 빠른 조치들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죠"라는 입장을 전하고 있거든요. 즉 JTBC는 어디까지나 '현장에서 힘들어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입장'에 맞춰 이 사안을 해석하고 소개한 셈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0월 17~18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7>․<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8>
덧붙이는 글
민언련 배나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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