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헤이 영국대사 "홍준표, <데일리 메일> 구독하나 봐"
세종포럼과 간담회 진행... "현재 영국에는 항공모함 없다" 일축
▲ 찰스 헤이 주한영국대사 ⓒ 세종포럼
지난 16일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찰스 헤이 주한영국대사를 만난 홍준표 대표가 "최근 북핵이 극도로 위험한 상황에서 영국 정부가 항공모함을 한국에 급파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는 보도를 봤다"라며 "(그래서) 참으로 고마운 나라라고 생각했다, 정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찰스 헤이 대사는 "대표님이 어떤 경로로 그런 언론 보도를 접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현재 영국 정부에서는 어떠한 군사적 옵션도 행하고 있지 않다"라며 "영국은 현재의 상황이 외교적 노력을 통해 해결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반박했다.
그런 가운데 찰스 헤이 대사는 23일에도 "현재 영국에는 (운영 중인) 항공모함이 없다, 없는 항공모함을 급파할 수 없다"라고 '한반도 항공모함 급파설'을 거듭 일축했다.
"2019년에야 항모 운영... 없는 항모를 급파할 수는 없다"
'한반도 항공모함 급파설'의 진원지는 영국 타블로이드 일간지 <데일리 메일>(Daily Mail)이었다. <데일리 메일>은 지난 9일 영국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최신n항공모함을 조기에 한반도에 배치해 전투기 F-35B 12대와 함께 한반도 주변 미국 함정들에 합류시키는 방안도 있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찰스 헤이 대사는 이날 오전 중견 지역언론인 모임인 '세종포럼'(총무 안재휘) 간담회에서 "(<데일리 메일>의 관련 보도는) 틀린 정보를 가진 좋은 예이다"라며 "현재 영국에는 (운영 중인) 항공모함이 없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영국은 현재 2개의 항공모함을 건조하고 있는 중이고, 2019년에서야 서비스(운영)할 계획이다"라며 "(그래서) 메이 영국 총리가 한반도에 항공모함을 급파하고 싶어도 2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없는 항공모함을 급파할 할 수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2개의) 항공모함에 들어가는 장비들을 계속 실험해야 하고, F-35 전투기 등 항공모함에 필요한 장비들을 다 사야 한다"라며 "시험이 끝난 뒤에는 미국으로 가고, 그 이후에야 서비스(운영)에 들어간다"라고 말했다.
이어 찰스 헤이 대사는 "내년 말에 영국 선박이 정기적 (군사)훈련의 일환으로 이 지역에 오는데 그것과 혼동하는 것 같다"라며 "하지만 이 선박이 항공모함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홍준표 대표에게도 그렇게 얘기했다"라며 "아마도 홍준표 대표는 <데일리 메일>을 구독하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영국의 기자들은 너무 똑똑해서 틀리게 쓰는 것이 아니라 틀린 것처럼 쓴다"라며 "사실과 완전히 다르게 쓰면 (정부에서) 정정보도를 요청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핵으로 인해)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서 영국 언론들도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지만 센세이셔널한 보도만 있고 정확한 정보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데일리 메일>은 지난 1896년에 창간된 타블로이드 일간지로 <더 선>(The Sun)과 <데일리 미러>(Daily Mirror), <더 텔리그래프>(The Telegraph)와 경쟁하고 있다. 황색언론(Yellow Paper)이라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영국 안에서는 대중지와 고급 정론지의 중간에 있는 신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IOC 멤버 앤 공주가 평창에 오더라도 놀라운 일 아냐"
▲ 찰스 헤이 주한영국대사 ⓒ 세종포럼
또한 찰스 헤이 대사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러시아-북한 가스관 건설'과 관련해서는 "아주 야심찬 기획 같다"라면서도 "가스관이 지나가는 나라에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그 나라가 가스관을 볼모로 잡을 경우 아주 취약해지는 등 많은 어려움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북한에 제재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라며 "다만 정치적 문제가 풀리면 검토해 볼 만한 문제다"라고 말했다.
특히 영국 왕실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석 가능성을 묻는 참석자들에게 "앤 공주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멤버여서 그가 평창동계올림픽에 오더라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한편 찰스 헤이 대사는 내년 3월 임기를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는 "한국 도자기를 계속 모으고 있고, 한국 가구도 가져가고 싶다"라며 "큰 딸이 태권도 팬이 돼서 빨간띠를 땄는데 떠나기 전에 검은띠를 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하는 등 한국에 진한 애정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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