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중요한 일은 아침에 해야 할 이유가 있다

[52권 자기 혁명] 두 번째 책, 로이 바우마이스터의 <의지력의 재발견>

등록|2017.10.25 09:49 수정|2017.10.25 09:49
우리는 시시각각 의지력을 시험받는 세상에 살고 있다. 칼로리를 생각해서 아메리카노를 마시겠다고 굳게 결심하고 카페에 가도, 새로 출시된 모카 프라푸치노 크리스마스 에디션을 오늘만 반값 할인한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흔들린다. 귀갓길 교통체증으로 진이 빠진 뒤에 어질러져 있는 아이들 방을 보게 되면 아무래도 화가 치민다. 간신히 보고서를 다 마쳤는데 새로운 일이 떨어지면 커피가 또 한 잔 필요하다.

불타는 금요일을 보낸 다음인 토요일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 요가를 시작하려 하면 어느새 귓가에 천사와 악마가 나타나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일주일 내내 일했는데, 토요일엔 놀 권리가 있는 것 아니냐'고, 악마가 속삭인다. '나중에 후회 말고 운동해야지, 내 몸인데'라고 천사가 되받는다.

그런데 열 가지 백 가지 다양한 이유로 운동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똑똑한 악마에 비해, 천사의 논리는 거의 늘 한 가지뿐이다. '나중에 후회할 걸'이란 한 마디다. 어떻게 하면 이 순진한 천사에게 더 많은 논거를 실어줄 수 있을까?

▲ <의지력의 재발견> 표지 ⓒ 에코리브르

사회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의 <의지력의 재발견>(Willpower)은 현대인들의 영원한 화두인 의지력, 즉 절제에 관한 다양한 실험 결과를 소개하면서 어떻게 하면 의지력 문제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이 책은 그 유명한 래디시(radish) 실험으로 시작한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무작위로 초콜릿 쿠키 또는 날 것 그대로인 생무(래디시)가 담긴 접시를 받았다. 피험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음식만을 먹어야 했다.

피험자들은 배고픈 상태로 실험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생무라니! 바로 옆사람이 받은 갓 구운 초콜릿 쿠키 냄새가 방 안에 가득한데, 내 손에는 요리도 되지 않은 생무 접시가 올려져 있다. 이 얼마나 잔인한 실험인가.

식사 후, 피험자들은 방을 옮겨 문제를 풀었다. 쉽게 풀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주어진 그 문제는 사실 해답이 없었다. 얼마나 오래 인내력을 발휘하는가를 측정하려고 한 것이다.

초콜릿 쿠키를 먹은 피험자들은 평균 20분을 안 풀리는 문제에 투자했다. 반면, 생무를 받았던 불운한 피험자들은 포기하기 전에 겨우 8분을 견뎠을 뿐이다. 초콜릿 쿠키의 유혹을 견디는 데 의지력을 소모해 버린 결과였다. 의지력이 소모성 자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이다.

이번에는 의지력이 소모되는 모습을 시간에 따라 살펴보자. 연구자들은 이스라엘 소재 교도소에서 수감자의 가석방 적합 여부를 검토하는 위원회의 과거 심판 기록 1000여 건을 조사해 보았는데, 놀라울 정도로 일정한 패턴이 발견되었다.

아침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던 가석방 허가율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다가, 점심시간 직후에 다시 상승하고, 이후 서서히 하락하여 심사시간 완료 시점에는 최하를 기록했다. 같은 범죄로 같은 기간 동안 복역한 두 수감자라도 아침 일찍 심사받은 사람은 가석방 허가를 받았고, 심사가 오후 늦은 시간으로 배정된 사람은 허가를 받지 못했다.

연구자들은 오후 심사 중에 간식 시간을 배치해서 심사위원들이 당을 보충할 수 있게 했다. 그러자 간식 시간 직후에 다시 허가율이 높아졌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리고 남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든 결정을 내림에 따라 소모된 의지력이 당 보충으로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혈당이 떨어지면 의지력 발휘가 쉽지 않다. 뇌 활동에는 포도당이 필요한데, 의지력은 뇌의 전전두엽이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오늘부터 카페라떼에 생크림을 추가해도 되겠다는 성급한 결론은 내리지 말자. 당을 꼭 단당류나 이당류, 즉 단맛이 나는 형태로 섭취할 필요는 없다. 또한 그렇게 섭취하는 것이 최선도 아니다. 혈당지수가 낮은 채소나 견과류, 치즈 같은 음식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의지력 에너지의 공급에 효과적이다.

가석방 심사 실험 결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의지력 배터리는 아침에 가득 찬 상태에서 시작해서 조금씩 소모되어 간다. 결정이든 행동이든, 정말 중요한 것이라면 아침에 처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래서 나는 아침에 중요한 일을 하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지난 시간에 살펴본 작은 습관은 의지력을 고갈시키지 않으니, 이제 조금 더 유익하고, 의지력도 약간은 필요한 습관은 아침 시간에 정착시키는 것은 어떨까?

팀 페리스(Tim Ferris)의 <타이탄의 도구들>(Tools of Titans)에는 아침 습관으로 좋은 여러 가지 활동이 소개되어 있다. 아침 운동, 명상, 일기 쓰기 등 다양한 선택이 있지만, 우선 '잠자리 정리하기'로 시작해 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5분도 걸리지 않는 일이지만, 자존감을 올려주고 기분도 상쾌해진다. 아침 습관을 실천했는지 여부는 반드시 기록으로 남기자.

아직까지 너무 쉽다고 생각하는가? 아직은 예고편이다. 처음부터 무리하다가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다음 시간에 본편이 시작된다. 다음 시간에는 아침을 여는 체계적인 의식을 체화하려고 한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