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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공직 생활 후 6년째 택시운전 "을의 입장 배웠다"

전수식 전 마산부시장 책 <꿈꾸는 택시운전사 전수식> 펴내... 25일 출판기념회

등록|2017.10.24 16:06 수정|2017.10.24 16:07
'꿈꾸는 택시운전사.'

5·18광주항쟁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를 두고 하는 게 아니라, 오랜 공직생활 뒤 경남 창원에서 6년째 핸들을 잡고 있는 한 택시운전사의 이야기다.

전수식(61) 전 마산부시장의 이야기다. 그가 <꿈꾸는 택시운전사, 전수식>(브레인 펴냄)이란 제목으로 책을 펴냈다. 6년째 창원의 택시운전사로 살고 있는 전 전 부시장이 그동안 겪은 갖가지 일화를 묶어 놓은 것이다.

경남 합천에서 태어난 그는 진주중학교를 다녔고, 어려운 집안 형편을 고려해 학비가 전액 면제되는 부산기계공고로 진학해 대학 대신 취업을 선택했다. 하지만 어릴 적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행정고시를 준비했고, 3년 만에 합격했다.

그는 이후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경남도 경제통상국장·자치행정국장을 거쳐 2006년 마산부시장을 끝으로 25년 동안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통합창원시장에 나섰다가 낙선했던 그는 2012년부터 6년째 택시운전사로 살고 있다.

책은 택시운전을 하면서 겪었던 갖가지 일화들이 담겨 있다. 그는 "저에게 택시는 정치 쇼가 아니라 생계수단이었다"고 했다.

"2012년, 처음 택시운전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은 분들이 곱지 않은 눈초리를 보냈다. 누군가는 '정치 쇼'라고 수군거렸고, 또 누군가는 6개월을 넘기지 못할 거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올해로 6년째 저는 택시를 운전하고 있다. 택시는 처음부터 저의 생계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전수식 전 부시장은 "공직생활에서 맺었던 관계의 힘이 아닌 제 힘으로 일하고 싶었다"고 했다.

"6년 전, 기업이나 기관에서 제안한 고액 연봉의 일자리를 고사하고 택시운전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다. 공직생활에서 맺었던 관계의 힘을 빌린다면 제 뜻과는 다른 길로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전수식 전 마산부시장이 책 <꿈꾸는 택시운전사 전수식>을 펴냈다. ⓒ 전수식


또 그는 "공직생활 25년 동안 보지 못했던 현실행정을 시민들 속에서 배웠다"고 했다.

"삶의 현장인 택시에서 만난 시민들 속에서 제 인생을 돌아봤다. 직장에서 사표를 낸 30대 청년, 자식들에게 버림받은 노부부, 100원이 아까워 고함을 치던 부유층 등 택시에서 만난 시민들의 삶을 통해 제 인생을 돌아볼 수 있었다.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전수식 전 부시장은 택시운전 6년 동안 "갑이 아닌 을의 입장에 서서 현실 행정을 배웠다"고 했다.

"택시를 하면서 공직생활 25년을 돌아보니 부끄럽고 후회되는 일이 많았다. 나름대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정책결정과 민원을 처리했다고 자부하며 살아왔는데, 너무 갑의 입장에 기울어진 채 일을 해온 것이 아닌가라는 자괴감이 컸다. 행정은 단순히 실무나 민원을 잘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의 편에서, 누구의 입장을 대변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 행정가는 실무를 잘하는 것보다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함을 배웠다."

그는 택시운전하며 승객이 놓고 내린 지갑을 찾아준 일도 여러 번이었다. 찾아준 뒤 손님의 사례를 거절했던 그는 "거절하면서 기분은 매우 좋았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행정기관의 주차단속에 대한 '견해'도 내놓았다. 그는 견인된 차량을 찾으러 가는 손님을 여러 번 태워다 준 사례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 일화를 소개한 그는 "단속 당한 사람의 푸념이 이해될 때가 있다"고 했다.

"주말이나 휴일에 사람이 붐비는 장소에서 차량 통행에 방해가 되는 불법주정차였다면 내 편의를 위해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했으니 단속을 당해도 싸다. 곡각 지점이나 횡단보도 위, 그리고 통행을 방해하는 수준의 주정차라면 그에 따른 불이익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단속은 그럴 때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교통에 방해되지 않는 장소에 잠시 주차를 했다고 딱지가 끊기면, 쉽게 수긍할 수 있을까? 그런 융통성 없는 행정이 과연 신뢰를 받을까?"

또 그는 KTX 역사인 '창원역'과 '창원중앙역'이 있어 외지인이거나 외국인은 혼동하기에 하나는 이름을 바꾸면 좋겠다고, 환경단체가 반대하는 마산해양신도시사업은 발상을 전환해야 해결된다고, '창원광역시승격운동'은 멈춰야 한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 전수식 전 마산부시장. ⓒ 윤성효


전수식 전 부시장은 "아침에 눈을 뜨면 제 눈에는 창원, 마산, 진해의 골목골목이 눈 앞에 환히 펼쳐진다"며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저기는 저렇게, 여기는 이렇게, 낮고 높은 곳은 또 이렇게 저렇게 하면 어떨까 하면서 머리를 굴려보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창원시의 어느 곳을 그려 보라고 하면 저는 단박에 그려 낼 수 있다. 그것은 택시 영업이 제게 가져가준 값진 선물이다"고 했다.

"택시 운전 하는 동안 생전 듣지 못한 멸시와 쌍소리도 수없이 들었다. 그때마다 '모욕을 견딜 준비가 되었을 때, 인생은 시작된다'라는 말을 상기했다. 인간은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순간에도 꿈을 꾼다고 한다."

전수식 전 부시장은 25일 오후 7시 경남MBC 창원홀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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