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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민주주의 확대, 청소년도 포함되나요

[촛불 1년, 인권을 말하다③] 촛불 1주년, '촛불청소년인권법'을 만들려는 이유

등록|2017.10.24 11:29 수정|2017.10.28 12:26
대통령과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으로 시작된 촛불이 어느덧 1년이 되었다. 정권이 바뀌고, 사회가 변화되었다고 하지만 인권의 현실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인권단체들은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인권현실을 알리고자 촛불1주년인 오는 28일 오후 4시 보신각에서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는 제목으로 인권궐기대회를 준비 중이다. 그에 앞서, 우리의 삶과 일상을 나누는 연속기고를 진행한다. - 기자 말

박근혜 대통령을 규탄하는 촛불 집회가 한창이던 2016년 겨울이었다. 평일에는 연일 대통령과 그 측근이 저지른 비리와 잘못에 대해 폭로하는 기사들이 나왔고 주말이면 광장에 수십만 명, 때론 백만 명이 모였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낱낱이 드러나는 박근혜 정부의 실태에 기가 막혔고, 또 주말에 열리는 집회에 참가하랴, 청소년인권운동 단체 활동가로서 회원들과 함께 촛불 집회에서 함께할 활동을 기획하랴 정신없는 나날이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또 다른 문제들이 우리를 바쁘게 했다. 가령 내가 활동하는 청소년인권운동 단체,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서울지부는 흡연을 이유로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중징계하는 일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토론회를 오래 전부터 준비해 왔다. 흡연 적발이 4-5회 되면 무조건 퇴학 조치하는 규정, 흡연이 적발되면 장학·학비·급식 지원, 포상, 대입 추천 등을 모두 취소할 수 있게 한 학교 사례, 흡연 적발을 위해 강제로 소변·호흡 검사, 소지품 검사를 하는 사례 등을 조사해서 발표했다.

그렇지만 역시나,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했다. 아마 일상적인 인권 문제를 다루는 단체들이라면 다들 그런 딜레마를 느꼈을 것이다. 광장에서 벌어지는 민주주의의 향연 대중 집회가 반갑지만, 여전히 계속되는 일상의 문제들에 대한 주목도는 더 낮아져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듯한 무력감도 들었다.

광장의 뒷면에서

그 무렵, 인권단체들이 온라인으로 운영하던 '학생인권상담소 너머'에는 경상북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체벌과 방과 후 학교 강요 문제가 반복해서 들어오고 있었다. 시민사회단체들 공동 명의로 학교에 경고하는 공문도 보냈고, 이미 경북교육청에 3-4차례 민원도 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였다. 경북교육청은 외려 학교 측을 면죄시켜 주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청소년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집회를 하는 모습에 감탄을 사고 있었지만, 어느 학교에서는 청소년들은 방과 후의 시간조차 강제로 빼앗기고 있었다. 상담소 창구로 도움을 요청받고 있었지만 학교 밖의 단체로서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어 답답했다.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기에는 불이익이나 징계의 문제 등 위험 부담이 컸다.

촛불 집회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들도 계속 일어났다. 단체 웹사이트에 촛불 집회에 참가했다가 벌점을 받았다는 사례가 올라왔고, 회원 중에는 학교에 대자보를 붙였다가 교무실로 불려가 압력을 받은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과연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될 것인가, 집회에는 몇 명이나 모였나, 그런 것들만 이야기하며 흘러가는 물결 속에서 이런 문제 사례들은 사소한 일처럼 묻혔다.

청소년들이 광장에 나와서 함께 외칠 수 있는 자유를 위해 꼭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었는데도, 워낙 집회 규모도 크고 박근혜 정부의 문제점들도 심각했다 보니 학교는 예전부터 그냥 그랬던 것처럼 지나치고 말았다. 오히려 청소년들이 그런 탄압과 입시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거리로 나왔다고 박수를 치는 이들도 보였다. 민주 사회의 시민으로서 집회에 참가하고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하는 게 부담을 감수하고 용감해져야 할 일이 되어선 안 되며, 청소년에게도 당연하고 일상적인 일이 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좀 더 많았다면 좋았을 텐데.

민주주의, 학교에는 없다?

이런 것들이, 촛불과 사람으로 가득 찼던 광장의 뒤편에서 내가 경험하고 있었던 그림자 같은 모습들이었다. 잘 보이지 않는 어두운 면이라는 점에서도, 떼어 내고 싶어도 뗄 수 없는 일상의 현실이었다는 점에서 이런 문제들은 그림자와 같았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파면당하고, 대선이 치러졌고, 광장에 모였던 촛불들은 승리를 축하했다.

그렇게 우리가 광장에 모였던 때로부터 1년, 대통령이 새로 선출되고부터 반년이 흘렀다. 문재인 정부가 그래도 많은 것들을 바꾸고 있다고 한다. 어느 정도 동의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바뀔 조짐도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다. 혹시 빛이 들고 있는 곳, 잘 보이는 곳, 그림자가 지지 않은 곳만 바뀌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도 된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취임사에서 책 제목(<광장에는 있고 학교에는 없다>)을 인용하며 "광장에는 있고 학교에는 없는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썼다. 지난겨울, 청소년들은 함께 광장에 모여서 잘못을 저지른 대통령을 탄핵하며 민주주의의 주권자로서의 힘을 증명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교사가 폭력을 휘둘러도, 학교장이 잘못을 해도 변변히 문제 제기도 할 수가 없다. 학교 규칙을 정하는 데도 제대로 참여할 수 없다. 아니, 그 이전에 자신의 머리 모양과 외모에 대한 자유도 없고, 방과 후의 보충자율학습에 참여까지도 강요당한다.

지난주에도 학생인권상담소 너머에는 전남 지역 고등학교에서 밤 12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시키고 보충수업도 강제로 참여시킨다는 사례가 접수되었다. 정말 학교에는 여전히 민주주의와 인권이 없는 현실인 것이다.

또한, 촛불 집회와 함께 이슈가 되었던 청소년 참정권의 문제도 답보 상태이다. 선거권 제한 연령 문제만이 아니다. 아직도 청소년의 정당 가입은 공식적으로는 불가능하고, 청소년 선거 운동 금지 등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도 심각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정당 가입 제한 연령 폐지'를 공약했지만 그저 많고 많은 공약들 중 하나로 흘러가진 않을까 불안할 정도다. 촛불 집회를 거쳐 세워진 문재인 정부가 민주주의를 확대할 거라는 기대가 높지만 청소년이 거기에 포함될지는 불투명하다.

'촛불청소년인권법'

평화적 대중 집회의 힘에 의해 견인된 대통령 탄핵은 분명 한국 민주주의의 중요한 성과이자 경험이었다. 그리고 촛불 집회 이후 개혁은 두 가지 방향으로 가야 한다. 첫 번째는 다시는 박근혜 정부 때와 같은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즉 이런 촛불 집회가 일어나지 않아도 되도록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일상적으로 촛불 집회와 같은 민주주의의 힘과 자발적 정치 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첫 번째 과제를 상징하는 것이 '적폐 청산'이라는 문제의식이며, 두 번째 과제는 민주주의의 확대를 필요로 한다고 할 수 있다.

청소년의 경우, 적폐를 청산하고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것은 일상 속의 각종 비민주적인 관행과 청소년인권침해를 없애고 정부 기관과 학교가 인권 존중과 보장이라는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것일 터이다. 또한 민주주의를 확대하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선거권 제한 연령을 완화하고 청소년의 정치 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래야 촛불 집회를 예외적 일회적 사건이 아닌 당연한 주권 행사로 만들어 갈 수 있다.

이것이, 청소년인권운동 단체들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들이 청소년 참정권 보장과 학생인권을 보장하는 법률 제정 등을 요구하며, 이를 '촛불청소년인권법'이라 이름 붙인 이유이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 집회의 뜻을 이어 가며, 과거 정부들보다도 더 나아간 민주주의를 성취하길 바란다면 '촛불청소년인권법'은 반드시 한 발을 내딛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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